규방공예가 이신복씨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며 우리는, 점점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다보면 우리는, 옛것의 소중함을 점점 잃어가게 된다.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우리조상들의 지혜와 멋이 담긴 옛것, 그중에서도 옛 여인들의 지혜와 멋을 보여주는 규방공예가 있다.

규방(閨房)은 전통 가옥에서 여성들이 거처하는 안채의 방이나 주거 공간을 말하며 유교의 영향으로 남녀의 역할 구분이 엄격했던 과거에 여성들의 바깥출입이 제한되면서 집안에서 여성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거나 몸에 지녔던 물품인 보자기, 자수, 다듬이돌, 발, 화문석, 침장, 의상과 장신구 등이 규방 공예품에 속한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조상의 지혜와 멋
“옛 것의 멋스러움에 푹 빠졌어요. 골무, 노리개, 버선 등 조상들이 생활 속에 사용하던 소박한 소품들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저는 주로 모시나 무명, 명주를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데,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며 조상의 지혜와 멋을 배우지요. 규방 공예를 통해 옛 여인들의 지혜와 멋을 현대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전통 생활 문화의 계승 발전에 보탬이 되고 정신도 풍요롭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신복씨는 옛 여인들의 지혜와 멋을 간직한 규방공예의 멋에 매료되어 16년째 바느질을 하고 있다. 전업주부였던 이씨는 규방공예를 배우기 위해 대구 카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침선 자격증 과정을 이수했으며 3년 전부터는 경북대에서 전통누비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바느질한지 16년이 되었지만, 도태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요”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이씨는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2016년도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 문화재청상과 공예품 대전 은상을 받았다. 경북관광상품전에서는 우리지역에서 나온 인견에 색실누비 바느질을 해서 만든 목걸이와 브로치로 대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다수의 크고 작은 수상경력이 있다.

▲규방공예의 맥 잇고자 활발히 활동
중앙시장에 규방공예 연구실인 ‘예선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학교로 강의도 나가며 규방공예의 맥을 잇고자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바늘에서 너무 멀어진 것 같아요. 초등학교에 수업을 가면 처음에는 바늘을 두려워하지만 잘 따라온답니다. 바느질은 아이들에게 인내심도 길러주고 집중력에도 도움이 되지요” 사람들이 점점 옛것에서 멀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씨는 규방공예의 보급을 위해 생활에 쓰임새가 좋고 활용성이 높은 작품들을 연구 중이다. 또한 중앙시장에서 함께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공예가들이 빠른 시일 내에 자리를 잡아 시장이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공예문화에도 발전이 있기를 소망한다.

“요즘 모든 곳에서 무료가 정착이 된 것 같아요. 무료로 하면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의 자세가 열정적일 수가 없지요. 우리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서도 무료로 행해지는 것들이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규방공예, 대중화시키고 싶은 꿈
전통소재에 수를 놓아 발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이씨는 최근에는 옛날 보자기의 디자인과 소재를 그대로 재현한 유물재현보자기 작업을 했으며 지역에서 나는 소재를 사용해 선비문화의 고장에 걸 맞는 작품들을 연구 중이다.

“가족의 도움 없이는 힘들었지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금전적으로도 묵묵히 지원해주고 엄마가 없는 빈자리를 채워준 남편에게 참 고마워요. 엄마가 바느질하는 모습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라서인지 큰딸은 일본에서 문화복장대학을 졸업하고 가죽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어요”

쉽게 만들어지고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것들 속에서 한 땀 한 땀의 수고로움과 정성을 담아 조각 천을 이어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이씨는 꿈이 있다.

“바느질을 하다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껴요. 묘한 매력에 빠져들지요. 우리나라의 전통과 색을 멋스럽게 간직한 규방공예는 선비의 고장 영주와도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해요. 중앙시장에서 꾸준한 활동과 홍보를 하면서 누구라도 쉽게 규방공예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드리며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이 길이 쉽지 않은 것임을 알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욕심 없이 꾸준히 제 길을 가고 싶습니다”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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