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어른들은 가끔 옛말 하나 그른 것 없다고 하신다. 여기서 옛말은 오래 전부터 공동체에 전해져 내려오는 속담, 격언, 또는 어른들이 자주 하시는 짧은 말씀이다. 시간적으로는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전해지는 말이며 공간적으로는 공동체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다. 옛말은 이렇게 민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말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말이기에 누구나 공감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어른들은 옛말 하나 그른 것 없다고 하신다.

쇠죽을 쑬 때 쇠죽솥이 밖에 걸려 있으니 빨리 불을 피워야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 불을 빨리 피우기 위해 불쏘시개에 불을 붙이고 장작을 마구 밀어 넣고 부지깽이로 장작을 이리 저리 건드린다. 이 때 어른들은 “ㅇㅇ와 불은 건드리면 못 쓰니라.” 하신다. 먼저 불쏘시개에 불을 붙여 아궁이에 넣고 잔가지를 올리고 불이 활활 피어오르면 장작을 몇 개 넣고 기다려야 한다. 빨리 불을 피우려고 서두르다가는 오히려 불을 꺼뜨리기 쉽다. 급히 하려다가 오히려 늦어진다.

어른들은 또 “아궁이 불을 잘 때야 궁리가 너르니라.”하시기도 한다. 불 피우기는 자연적인 순리에 따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불 피우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궁리(窮理)가 너른 사람, 즉 사물의 이치를 깊이 그리고 두루 아는 사람이라는 뜻일 게다.

우리 어른들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고 몸소 실천하시는 지혜로운 분들이다. 우리가 어른을 공경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야외에 가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서로 자기가 불을 잘 피운다고 다투다가 불 피우기가 늦어지는 일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불 피우기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참깨를 털 때도 마찬가지다. 잘 마른 참깨 단을 거꾸로 들고 막대기로 톡톡 치면 참깨 알이 쏟아진다. 참깨를 빨리 털기 위해 막대기로 세게 치면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얘야, 모가지가 부러지면 못 쓰느니라.” 하신다. 천천히 톡톡 건드려야 깨가 쏟아지지 세게 치면 깨는 털리지 않고 꼬투리 째 떨어져서 일을 그르치게 된다.

지난해는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타워크레인이 넘어지고, 화재가 나고, 건축물이 무너져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우리는 그간 경제성장이라는 한 가지 목표에 모든 것을 걸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보다 높이 되려고 하고, 보다 많이 가지려고 하고, 보다 빨리 이루려고 했다.

그 결과 잘 사는 나라 반열에 들긴 했다. 그래서 행복한가? 이제 잠시 숨을 고르고 어른들의 옛말에 귀 기울이며 그간 너무 서두르며 살지는 않았나,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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