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흥기(소설가, 본지 논설위원)

2018년, 무술년 새해에는 새봄을 부르는 해동비가 대지를 적시며 산천초목에 생기를 주듯 시민은 물론 온 국민이 복된 삶을 누리도록 기원해주소서.

새해에는 골목마다 아기들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도록 기원해주소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출산율이 최장기간 지속되는 현실을 벗어나도록 기원해주소서. 우리 고장에서 탄생할 아기가 칠,팔백명을 훌쩍 넘어서 지난 해 출생아 520명(11월말)을 웃돌도록 기원해주소서. 어린이들이 신록으로 물든 오월의 들녘처럼 미래에 푸른 희망의 빛을 비추도록 기원해주소서. 저조한 출산율은 소득의 양극화와 비정규직이 첫 번째 원인이라는데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주어져 기꺼이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 37만명도 안 되는 지난해의 출생아 수를 넘도록 기원해주소서. 

새해에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손에 생명을 잃는 잔혹한 일이 없도록 거듭 기원해주소서. 심신이 성장과정에 있는 어린이, 몸이 불편한 장애인, 약한 여성들... 이들 모두가 이 나라라면 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활보할 수 있도록 기원해주소서. 신체적으로 약자이기에 수난을 겪는 나라는 후진국이라는 오명의 굴레를 벗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 도두가 깊이 되새기게 기원해주소서. 

새해에는 ‘갑’과 ‘갑질’이라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기원해주소서. 갑이 사라지면 을은 저절로 없어질 것이므로 권력이든 금력이든 가진 이들이 갑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기원해주소서. 우리 모두가 ‘나는 타인에게, 그 무엇에, 타인은 나에게, 그 무엇에’ 갑이 되지는 않았는지 겸허하게 성찰하도록 기원해주소서.

새해에는 안전사고 발생 제로의 원년이 되도록 기원해주소서, 바다에서, 땅에서, 강에서, 산에서 익사하고, 추락하고, 화마에 희생자가 생겨 유족들이 오열하고 통곡하는 일이 없도록 기원해주소서. 마음만 다잡아먹으면 없앨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영원히 몰아내어 얼씬도 못하도록 기원해주소서. 불법주차 한 차량들 때문에 소방차가 접근할 수 없어 시간을 지체함으로써 구출을 못해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기원해주소서. 소방도로에 불법 주차한 차량들은 동의 없이 즉시 들어내고 무거운 벌금을 물리도록 기원해주소서. 불법 주차한 차량 때문에 진입이 늦어져 발생하는 재산상의 손해를 차량 운행자가 배상하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원해주소서. 선진국에서는 실시하고 있는 제도라는데 당국에서 적극 고려하기를 기원해주소서. 사람의 목숨을 매연을 내뿜으며 싸돌아다니는 쇳덩어리, 자동차에 견줄 수는 없기에 출동하는 소방차를 임금님의 행차인 양 여겨 신속하게 앞길이 훤하게 트이도록 기원해주소서.

새해에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없도록 기원해주소서. 하루 평균 37명이 우리 곁을 떠나 자살자 수, OECD 회원국 중 일위라는 보도가 귓바퀴를 울리지 않도록 기원해주소서. 서로들 다독이며 살아 생명을 포기하는 이들이 없도록 재삼 기원해주소서. 자살이 그 누군가를, 그 무엇을 겨냥한 살의가 자신에게 되돌아온 행위라는 어느 학자의 말을 전제하면 자살이 우리 사회에 도사린 갈등과 좌절의 한 단면이기에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이 되어 자살 일위라는 부끄러운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게 기원해주소서.

새해에는 서천에 사계절 내내 철새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철탄산 정수리 위의 하늘이 곱고 푸르듯 이 땅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신선한 공기를 숨 쉴 수 있도록 기원해주소서. 중원에서 서해를 날아 건너오든, 나라 안에서 발생하든 미리미리 예방하여 미세먼지와 황사가 없는 깨끗한 대기를 호흡할 수 있도록 기원해주소서.

새해에는 우리의 안보를 넘보고 말로써, 무력을 앞세워 끊임없이 위협하여 불안케 하는 그들이 간담이 서늘해지도록 국방력을 막강하게 신장할 수 있도록 기원해주소서. 오천만 국민이 하나인 듯 단결하도록 기원해주소서. ‘하늘이 내린 기회도, 맹공을 피할 수 있는 절묘한 지형도 사람의 단합된 힘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맹자(孟子)가 한 말을 가슴마다 새기도록 기원해주소서. 

새해에는 삼백명의 의원들, 국민을 무시하는 일부 의원들을 족집게처럼 골라내어 여의도에 발을 못 붙이도록 기원해주소서. 권력을 남용하고 은밀히 금품을 수수하는 등 국민의 간곡한 소망을 짓밟는 못된 정치인들이 돌아 올 수 없는 먼 곳으로 유배를 보내듯 여의도를 떠나도록 기원해주소서. 그들이 막말을 순화하고 특권을 내려놓도록 기원해주소서. 스스로 개혁하기란 비유하건대 백년(百年)이 흘러도 하청(河淸)이므로 국민을 기만하고 사욕을 챙긴 죄 값을 주겠다는 신령이 현몽하여 그들이 믿음직한 일꾼으로 새롭게 태어나도록 기원해주소서.

새해에는 삼천리 방방곡곡 어디에도 지진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해주소서. 지진은 천재지변으로서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기에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유비무환을 실천하도록 기원해주소서.

오천만이 개띠해 무술년은 일찍이 없었던 행복한 한 해였다고 감동하여 함박웃음을 웃도록 기원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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