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사랑의 연주 봉사회 김재건 씨

가게 한쪽에 건반 놓고 늘 음악과 생활
불편한 몸 이끌고 연주봉사 나서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향기로운 꽃보다 진하다고’ 불편한 몸이지만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 꽃보다 진한 사랑의 향기를 음악으로 전하는 사람이 있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난 후 축구는 못하지만, 월드컵 운동화가 신고 싶어 엄마에게 ‘땡깡’을 부린 적도 있었다. 다 받아주던 어머니의 사랑과 강인한 정신을 물려주신 아버지가 계셨기에, 장애쯤이야 평생 함께 가야할 친구처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영주1동 중앙시장 인근 귀금속판매 및 시계수리점인 재건당 대표 김재건씨의 이야기다.

▲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사랑의 연주봉사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가 쉽지는 않지만, 마음의 문을 열면 아까울 것이 없어요. 다 줄 수 있지요. 남에게 바라지 말고 나부터 문을 활짝 열어야 해요. 모든 문제가 나한테 있는 것이지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도 나누고 모든 걸 나누며 살면 삶이 아름다워져요”

사랑의 연주 봉사회 회원인 김씨는 12년째 어르신들을 위한 노래봉사 공연을 위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찾아 다니고 있다.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가게 한쪽에 건반을 놓고, 늘 음악과 생활하고 있는 김씨는 공연 횟수가 늘어남에 연습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동요에서부터 트롯, 민요, 7080가요까지 연습하고 있으며 예천, 안동까지 연주봉사를 다니고 있다.

“처음엔 ‘장애가 있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섰어요. 망설여지고 용기를 내기도 힘들었지요. 그러나 부모님 같은 분들이 아들을 대해주는 마음으로 ‘몸도 불편한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며 등도 토닥여주고 반겨주시는데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이제는 제 삶의 전부가 돼 버렸어요”

▲누구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라
김씨는 3살 때 소아마비에 걸렸다. 병원에서 감기로 오인해 제대로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김씨에게 어머니는 늘 “두개가 있으면 나눠 먹어라. 누구한테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라디오프로그램을 자주 듣던 김씨는 라디오를 통해 ‘양지 재활원’을 알게 됐고 그곳에 가서 국비로 시계수리를 배웠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많았는데 선생님이 강하게 교육을 시켰어요. 그 당시엔 장애에 대한 편견도 많았고 복지도 부족했지요” 김씨는 그때 배운 시계수리기술로 현재의 위치에서 30년 동안 ‘재건당’을 운영하고 있다.  

“연주봉사를 다니다보면 가게에 오신 손님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나 공연을 가면 그분들이 다 채워주시지요. 세상에 잃는 것만은 없는 것 같아요”

김씨는 주로 요양원으로 공연을 다니는데 연세가 많은 부모님 같은 분들을 대하면 목이 메여서 공연을 하기가 힘들 때가 많다고 한다.

“하루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다가오셔서 ‘오늘도 왔구나’ 하시며 만원을 준 적이 있었는데 끝까지 받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 달 뒤에 다시 공연을 갔는데 다시 찾아오셔서 ‘오늘은 내 마음을 거절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곤 눈물을 흘리시는데....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한 달에 한번정도 가족이 면회 오는 경우는 2~3%도 안 된다고 해요. 나라에서 모든 걸 해결해 주지만 그분들은 사랑이 필요한 것이지요. 어루만져주고 포옹해주고 말 한마디만 건네줘도 큰 힘이 되지요”

▲마음의 문 열고 생각 나누며 서로 알아가는 것
“사실, 돌아보면 저도 도움을 많이 받고 살았기에 누군가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질적으로 빚을 갚는 건 오래 안 가는 것 같아요. 물질보다 마음을 줘야지요. 마음의 속도는 늦지만 그 감동은 더 오래 남더라고요”

목발을 짚고 공연을 다니면 먼저 다가와 도와주는 분들이 있는데 세심하게 살펴주는 분들의 작은 배려에도 김씨는 굉장히 큰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분들은 마음이 내향적인 경우가 많아요. 그분들에게 다가설 때는 여리게 가볍게 다가서는 게 좋아요. 그렇게 마음의 문을 열고 생각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지요. 이제는 복지도 많이 좋아지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왔으니 기죽지 말고 용기 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한 곳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고객의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다. 그런 어르신들이 멀리서 구부정한 모습으로 시계를 고치러 오시면 뭐든지 다 드리고 싶다는 김씨는 “나이가 더 들면 정상인만큼 활동은 못 할 거예요. 그러나 몸이 허락하는 한 시간을 쪼개어 공연을 다닐 겁니다. 그분들이 반겨주시고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거든요. 누군가 알아준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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