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영주문화앨범을 만드는 표명근 씨

광고사 본업보다 영상촬영이 우선
순간을 담아 내는 ‘지역 역사 기록자’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있다. 8년여의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아직도 설레는 마음으로 그 사랑의 대상을 사진으로 찍고 영상으로 기록하는 남자. 경상북도 영주와 사랑에 빠진 그는, 오늘도 오랜만의 초등학교동창회 자리도 마다하고 문화공연이 펼쳐질 행사장으로 향했다.

영주의 크고 작은 행사장이나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촬영하고 영상으로 담아내는 표명근씨. 영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영주에 살고 있는 그는 시각 인테리어 광고업체를 30여년 운영하며 영주의 문화 예술, 풍경을 담아내는 영주문화앨범을 만들고 있다.   

▲‘돈 버는 일보다 보람된 일’ 자부심

“형님이 외국에 갔다가 오셔서 선물로 사준 마이마이로 음악을 들으며 걸어가는데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요. 그때 그 순간, 노래 한곡이 준 느낌이 나를 지금까지 이끌어가고 있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그 느낌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본인의 일과 관련된 것으로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8년 전부터 영주 문화앨범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의 애정과 열정이 오롯이 담겨 있는 사진과 영상은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며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지역의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촬영을 한지 오랜 세월이 흐르다보니 배려와 예우를 해주는 곳도 있지만, 가끔은 돈도 안 되는 일에 왜 그리 쫓아다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표씨는 “돈을 벌어 빌딩을 세우는 것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배가 더 부릅니다. 가슴 가득 충만감을 느끼게 하지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 추구

표씨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 여기며 모든 일을 가치개념에 따라 움직이는데, 업으로 하고 있는 인테리어 광고일보다 영상촬영을 우선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 뇌리에서 바로 포기가 되요. 사는 게 뭐 정답이 있나요. 영상을 촬영하면 아직도 전율이 오고 가슴 가득 충만감을 느낍니다”

촬영 장비를 둘러메고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영상을 촬영하고 집으로 돌아와 편집에서 완성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사라지는 순간을 담아서 영주의 문화앨범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하고 있다.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를 추구하며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집사람도 ‘우리’를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이 있기에 지금까지 나를 믿어주고 지켜봐 주는 것 같아요.”

▲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 페이스북 공유 ‘보람’

“사진 속에는 촬영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기기 마련이기에 좋은 사진을 담아내려면 마음이 맑아야 하지요. 저는, 사진 속에 정서를 많이 담아내려고 합니다”

물질만능주의로 변해가는 각박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현대들에게 따뜻하고 밝은 정서를 안겨주고 싶다는 표씨는 그동안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그냥 사라질지도 모를 순간들을 그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 하나가 내게 엄청난 영향을 줬듯이 사진 한 장이 누군가의 삶에 느낌을, 방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페이스북은 그 역할을 더 넓게 해주는 곳이니까요”

페이스북에 올려진 공감과 감사의 댓글을 읽다보면 보람도 느끼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촬영에서 편집, 영상이 올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 시력과 관절에 많은 무리가 오고 가끔은 지치기도 한다.

“내 안의 악마가 이제는 그만 하라고 속삭이곤 해요” 그럴 때마다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면 이 일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임을 알기에 다시 힘이 난다는 표씨는 그저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간다.

“선친이 나를 이렇게 성장시켜준 것 같아요. 철두철미한 어른이셨는데 사랑으로 보듬어주셨고 자식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켜봐주신 분이지요. 그 마음을 다 주고 가셨어요. 큰 재산을 주고 가셨지요”

디자인 등록 제30-0815692호
선비 입간판

▲ 갓 모양 선비정신 조형물 디자인 등록도

옥외광고 업을 하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조형물이 우리지역에 없다는 게 안타까웠던 표씨는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갓모양의 디자인 등록을 해놓은 상태이다.

“영주시민 뿐만 아니라 타지 사람들이 영주를 방문했을 때 선비의 고장 느낌이 들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역이나 대합실, 버스터미널이나 거리에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조형물이 설치되면 영주의 선비문화를 알리고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저 또한 선비의 고장에 사는 사람답게 내가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이 모든 것이 나만의 세계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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