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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칼럼]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일본김영애(수필가, 시조시인 본지논설위원)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7.11.16 14:28
  • 호수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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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는 것은 뜻밖에도 이웃으로 부터이다. 아프도록 견디기 어려운 상처를 주는 사람이 가까운 이웃이라는 말이다.

이는 국가 간에도 그런 것 같다. 멀리 있는 유럽 국가들과는 건너다보기만 하면서 서로 다른 풍습과 경관을 꿈결같이 동경(憧憬)하는데 가까운 일본과는 그렇지를 못하다.

오랜 관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각인 되어 우리는 늘 피해 의식에 사로 잡혀 그들이 못마땅하다. 아직도 우리는 소녀상을 만들어가며 그들의 과거 만행을 사과 받으려 하고 그들은 이미 종결된 일이라고 시침을 떼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그들의 심사가 한심스럽고 뻔뻔하기 짝이 없다.

그들의 졸렬함 때문에 두 나라의 관계가 서먹한 상태로 있는 가운데 심심하면 제 땅이라고 우기는 독도 문제는 현재 진행형으로 참으로 부아가 끓어오르는 일이다.

여러 사료(史料)로만 봐도 제 땅이 아니란 걸 알만한데, 더구나 자기들 나라 지식인들도 한국영토라고 하는 이가 있는데 잊을만하면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 우리를 격분하게 한다. 그래서 골치 아픈 이웃이고 세월을 두고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나라, 지리적으로 가까우나 마음속으로는 먼 나라. 한마디로 좋아할 수 없는 미운 이웃이다.

3박4일 동경 여행을 하면서 곳곳에서 여행자들을 향한 그들의 계산된 서비스를 확인했다. 마침 태풍이 동경을 관통하고 있어 나리타공항 주차장에는 비가 여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대부분 해외여행은 공항에서 계약된 관광차를 기다리느라 혼잡할 수밖에 없는데 이곳은 버스를 순서에 의해서 배차하고 있어서 너무도 질서 정연하고 순조로웠다. 비가 쏟아지는 넓은 주차장에 조금의 혼란이나 불편이 없었다. 입국하자마자 일본의 한 면모를 본 것이다.

공항 면세점이 아니면 달러와 한화를 받지 않았고 오직 엔화만 받았으며 가이드가 안내하는 점포에서는 자기네 제품명품만 팔고 있었다.

여행 기간 김치를 어느 곳에서도 주지 않았고 맵거나 짭짤하게 우리 식성을 배려한 것도 없었으며 자기네들 전통 음식을 그대로 내 놓고 있었다. 일본에 왔으면 동양인이건 서양인이건 일식 반찬을 먹고 가라는 계산된 메뉴였다.

호텔에서는 유카타 라는 그들의 전통 옷을 비치하고 있었다. 온천욕을 하러 갈 때 입으라며 입는 방법을 우리 쪽 가이드가 자세히 알려 주었다.

해외여행을 많이 가 보지는 않았지만 만국공용인 가운을 비치한 호텔은 봤어도 자국의 전통 옷을 입도록 유도하는 나라는 일본뿐인 듯하다. 자기들의 전통 옷을 세계여행객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체험하게 하는 치밀하게 계산된 서비스였다.

모든 관광지에서 팔고 있는 먹거리는 조상대대로 해 온 가내공업 수준의 수제품이었고 공산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일제 말고는 쇼핑을 할 수가 없었다.

소상인들을 거느리는 큰 점포가 없이 고만고만한 점포주들이 알뜰하게 만들어 낸 상품을 별로 비싸지 않게 팔아 재미삼아 한두 개 사도록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는 소상인을 보호하려는 계산된 상술로 보였다.

호텔에 있는 온천탕은 물이 얕아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수도꼭지 수만큼 작은 바가지만 있었고 탕 주변에는 그 마저도 없었다. 그러니 탕의 물을 퍼내는 일은 아예 있을 수가 없고 따라서 온천수의 절약이 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역시 절수를 위한 계산이었다.

먼저 탕에 들어간 젊은 어머니가 뒤이어 들어 온 두 딸이 첨벙거리며 들어오자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입에 대더니 어깨를 눌러가며 앉혀 예절을 가르치는 모습은 참 인상적으로 보였다.

여행을 의뢰한 영주 세중 여행사로부터 일행 중에 누가 선글라스를 잃어버렸느냐고 묻는 문자가 왔다. 바로 나였다. 나는 안경을 잊고 나왔다는 것을 그 날 저녁에야 알았고 이것을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혹시나 싶어 가이드에게 알아봐 달라고 하던 중이었다.

어떤 절차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분실 사실을 모르는 그 시간에 습득물을 여행객의 해당국가의 여행사에까지 연락을 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시스템이다. 열흘 만에 타국에 두고 온 분실물을 택배로 받았다.

몇 년 전에 국내 호텔에서 옷을 벽에 걸어둔 채 나온 적이 있었는데 퇴실한 지 겨우 한 시간이 지나 문의했더니 없다는 답변을 받은 적이 있어서 이 일은 무척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상의 일들은 국민의 의식 수준과 민도, 나아가서 국격을 나타내는 것들이다. 참 대단한 나라라는 것을 여행 내내 직접체험으로 느껴 인정하면서도 역사적인 선입견 때문에 다가서고 싶지는 않은 나라, 일본.

잊을만하면 우리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골치 아픈 이웃을 좋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솔직히 ‘배울 점도 많은 나라’라고 말하고 싶은 근거가 이런 데에 있는 것이다. 얄미울 만큼 깨끗하고 친절하고 검소하며, 정직하고 신속한 그들을 어떻게 미워만 하겠는가?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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