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이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이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이 가을, 읽기만하여도 행복해 지는 시 유치환의 ‘행복’을 소개한다.

유치환 선생님의 “행복” 이라는 시를 처음 만난 건 여고 1학년 때였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이 보다 행복하나니라” 이 한 줄에 나는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읽는 순간 ‘아! 사랑은 그런 거구나!’ 라며 한 줄의 시어로 사랑을 배웠다. 친구의 일기장을 보다가 “포옹” 이라는 단어와 “키스”라는 단어에 가슴 설레고 부러웠던 감수성이 넘쳤던 문학소녀의 가슴에 “콕” 하고 박혔던 것이다.

‘사랑은 이런 것이다‘라고 사랑에 대한 지침을 심어 준 시. 그래서인지 나는, 주는 사랑이 참 행복하다. 받는다는 것은 뭔가 다시 갚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바람도 욕심도 없이 준다는 것, 그래서 상대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전영임-시낭송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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