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바라보며-
-어머니 생각

정완영

분단장 모른 꽃이, 몸단장도 모른 꽃이

한 여름 내도록을 뙤약볕에 타던 꽃이

이 세상 젤 큰 열매 물려주고 갔습니다.


신이 집집마다 내려올 수 없어서 보낸 천사가 어머니라고 한다.

어머니란 존재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려고 이 땅에 내려진 신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8남매의 막내, 마흔 둘에 얻은 늦둥이를 둔 나의 어머니도 그러셨다.

병마에 시달리는 막내딸을 업고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시며 애걸하셨고, 당신은 구멍 숭숭 난 옷을 입으면서도 나에겐 고운빛깔의 원피스를 사 주셨다.

허약한 딸이 힘들까봐 아침저녁으로 가방을 들어 나르시고, 골수염에 걸을 수 없으면서도 학교 간다고 떼쓰는 딸을 업고 산 넘고 물 건너 학교로 가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4교시가 끝날 때 까지 기다리시곤 하셨다.

내가 엄마가 되고 아이들이 아플 때 마다 내 아픔보다 더 저려오는 아픔을 느끼고서야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알았다.

이제 아흔 넷의 나의 어머니는 기억의 편린마저 행간을 넘나드신다. 하지만 아직도 자식에 대한 걱정과 정 만은 놓지 못하신다.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물려주신 열매는 ‘가없는 사랑’ 바로 그것이었다. “밥 많이 먹어라, 밤길 조심해라!” 잔소리 같은 엄마의 말씀이 그립다.

<전영임-시낭송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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