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선(소설가·본지논설위원)

추석 연휴에 안동 옥동사거리에서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뒷차에서 빵한다, 깜짝놀라 앞을 보니 파란 신호등이다. 차를 출발시키자 동승한 친구가 ‘안동사람들이란’하고 한마디 내뱉었다. 이 경우 한 마디란 ‘도청 소재지가 되더니 안동 사람들 성질되게 급해졌네’라는 뜻이다.

성질 급한 뒷차 운전자 때문에 죄없는 안동사람들이 욕을 먹는다. 영주시가지에서는 신호가 바뀌어도 빵하지 않는다. 빨리 가봐야 다음 신호등에서 같이 대기해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초 오후, 영주댐 물박물관에 들렸다. 그동안 몇번 물박물관에 들렸으나 건물은 문이 잠겨있었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경비 복장을 하고 있는 분이 다가 오더니 빨리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건너편 댐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는데 오후 6시 이후에는 물박물관은 사람이 있으면 안되다고 했다.

무더위 속에 산꼭대기의 텅빈 주차장에 사람이 있으면 왜 안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교 운동장은 체육수업 교실이지만 24시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을 한다.

지난 8월 오후 4시에 물박물관에 들렸다. 여긴 경관도 좋고 강바람이 시원해 피서에는 아주 좋은 장소이다. 그동안 문이 잠겨 있던 박물관에 사람들이 출입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분에게 개관을 했냐고 물었더니 물박물관을 참 잘 만들었다고 했다.

몇 번을 가도 주차장이나 기념탑 뒤편 벤치에 앉아서 강물 구경만 했는데 박물관 건물에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다. 한국은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이다. 그런 나라에 우리시에 댐이 생겼으니 참 자랑스럽다.

더구나 선비의 고장 영주시에 이런 국가 기간시설과 관광 명소가 생겼으니 참 흐뭇하다. 댐에 가득 찬 강물을 보니 마치 가을 들판에 누런 벼이삭을 보는 것처럼 풍요롭다. 대리석 바닥의 물박물관 건물 안에 들어 갔더니 전면 카운터에 여직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좌측 벽 아래 휠체어가 한 대가 보였다. 그래서 그 여직원에게 저 휠체어 빌려 주는 거냐고 물었다. 그 직원은 사냥하게 웃으며 빌려 준다고 했다. 하도 반가워 그럼 잠시만 쓰자고 했더니 “주민등록증을 맡기세요” 했다.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주민등록증을 카운터에 맡겨야 휠체어를 빌려 줄 수가 있다고 했다. 깜짝 놀라 이 건물 안에서만 휠체어를 사용하는데 주민등록증을 맡겨야 하냐고 물었더니 규정상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휠체어 사용 규정을 읽어보라고 했다.

휠체어를 놓아둔 장소 벽면에 파란 아크릴판에 휠체어 사용자 준수 사항을 적어 놓았다. 휠체어를 사용하는데 그렇게 규정이 까다로우면 휠체어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대장에 핸드폰 번호를 적어 놓고 휠체어를 사용하라며 장부를 내밀었다. 그래서 물박물관 안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데 왜 이렇게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안동댐에서 휠체어를 분실하는 사고가 있어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고 했다.

영주댐 관리단은 영주시청 민원실에 가보시기를 권유 드린다. 그리고 국가 공공시설과 병원,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도 주민등록증을 담보로 잡고 휠체어를 빌려 주는 곳은 대한민국에는 없다. 주민등록증은 담보의 대상이 아니다. 주민등록증은 신분확인용이다.

주민등록증을 담보로 잡고 상거래를 하면 주민등록증법 위반이 된다. 은행에서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것은 신규 통장개설을 하는데 금융거래 실명제법에 의해 신분확인을 위해이다.

홈쇼핑이나 전자 상거래에서도 주민등록증 앞자리만 물어보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뒷자리 번호는 절대로 묻지 않는다. 단지 보이스 조직은 대포 통장개설을 하기 위해 주민등록증 번호를 묻는다.

그런데 수조원을 들여 만든 국가 기간 시설인 수자원공사 산하 영주댐 관리사무소 물박물관 건물 내에서 잠시 사용하는 휠체어를 빌리는데 주민등록증을 담보로 잡는다. 더구나 물박물관 건물 구내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은 장애자이거나 노약자들이다.

그분들에게 경북 영주시에 소재하는 영주댐 물박물관 건물 내에서 사용하는 휠체어를 잠시 빌려 주는데 주민등록증을 담보로 잡는다? 서울에 살고 있는 장애자나 노약자분들이 물박물관에서 그런 일을 당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선비의 고장 영주시에 갔더니 건물 내에서 잠시 휠체어를 사용하는데 주민등록증을 담보로 잡더라, 하고 말할 것이다.

이 글의 서두에 안동 옥동사거리 신호등처럼 말이다. 이것은 영주댐이, 선비의 고장 영주, 라는 명품브랜드에 먹칠하는 행위가 된다. 지금은 자치단체간에도 경쟁을 하는 시대이다. 인삼축제와 은어축제, 그리고 탈춤축제, 이 모두가 자치단체의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려 거금을 들여 하는 행사이다. 우리시와 시민들은 선비정신으로 ‘영주시’를 최상의 브랜드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 산하 기관인 영주댐은 그런 좁은 소견으로 신체적 약자인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 주민등록증을 담보로 잡고 휠체어 빌려준다, 그것도 건물구내에서 사용하는?

우리 시민들은 선비정신에 먹칠하는 귀 기관은 영주댐이라는 명칭에서 ‘영주’라는 단어는 빼 주시기를 바란다.

타지역에서 영주시를 방문하는 노약자나 장애인들에게 부끄러워서 그렇다. 물박물관이 개관 초기가 되서 그렇다고 이해를 하지만 영주댐은 영주 시민들과 더불어 사는 기관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글의 핵심은 영주댐에 애정을 가진 영주 시민이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가서 개미구멍 때문에 영주댐이 무너질까 두려워서 드리는 조언이니 의심암귀(疑心暗鬼 )하지말고 좋은 뜻으로 해석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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