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영주의 도시재생 그 이후를 바라보다

우리고장의 도시재생선도사업이 올해 마무리된다. 그동안 후생시장과 중앙시장, 구성마을은 삶의 터전을 지켜오던 주민들과 희망을 담고 자리한 공예가, 생기발랄한 청소년들의 참여와 함께 각자의 특색을 갖춘 곳으로 활성화시켜나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는 지역공동체가 자생력을 키워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에 본지는 도시재생의 국내외 선진사례를 통해 발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시재생선도사업, 어떤 변화 주었나?
2. 예술가와 주민, 기관의 협력
3. 쇠퇴한 재래상권 살린 주민들
[4. 전통의 모습을 보전한 도시재생]
5. 도보여행으로 관광루트 개발
6. 주민들의 삶터, 활성화 방안
 

구로카베

주민들 자립적 도시재생 시작
노인연령 경제활동 참여 눈길

일본의 도시재생현장을 가다
- 나가하마시

한참을 올려다볼 높다란 빌딩보다는 1,2층의 낮은 건물이 눈에 띈다. 골목을 거닐 때마다 오래 전 지어진 듯 보이는 목조건물들도 많았다.

주민들의 자립적 도시재생이 이뤄진 일본 시가현의 ‘나가하마’ 지역의 모습이다. 번화한 도심과는 떨어져 있는 이곳은 시골의 정서와 전통이 주는 맛과 멋 그리고 새로운 공예예술이 어우러진 곳이다.

시끌벅적했던 옛날의 정취에서 점점 쇠퇴한 모습으로 변한 도심에 다시금 활력을 불러일으키는데 주민들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으로 이끌어 왔다.

다방

▲주민협동으로 시작된 도시재생
대부분의 도시재생은 기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해당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교육과 참여를 독려한 후 의견을 반영한 계획으로 용역을 통해 체계화시킨다.

관에서 시작된 사업이더라도 그 중심은 주민이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발전으로 이어지기가 쉽다.

나가하마의 도시재생은 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시작됐다. 1970년대 도심이 급격히 쇠퇴한 이후에는 한 시간 동안 통행하는 사람 4명 정도 밖에 없을 정도로 마을은 썰렁했었다.

40년 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마을을 살리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1988년 (주)구로카베를, 1998년에는 마치즈쿠리(마을마들기)를 설립했다. 2009년에는 마을만들기 주식회사가 만들어지면서 오늘날까지 중심을 지켜가고 있다.

유리공예관 내부

- 오랜 건물 속 유리공예
나가하마 마을만들기 사무소를 찾아가기 전 도로변에 검은 벽면이 인상적인 2층 건물이 자리한다. 이곳이 구로카베 건물로 갖가지 유리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구로카베라는 명칭은 1900년대 다이하쿠산주은행이 나가하마 지점을 개설하고 흙벽 구조의 서양식 건축물을 지으면서 외벽을 검은 회색으로 칠해 지역사람들은 이를 구로카베 은행이라고 불렀다.

주민들이 중심이 된 구로카베회사는 은행건물 보존과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공예를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중심이 되는 구로카베 복원에만 1억 엔의 자본이 필요했다. 지역의 유지 9명은 마을을 살리기 위해 선뜻 각각 1천만 엔(약 1억200만원)을 내놓았다. 시에서도 마지막에는 4천만 원을 지원했다. 총 1천3천만 엔의 출자금이 마련되면서 시가지가 변화돼 갔다.

민간이 주도하고 이후 행정과 민간이 같이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마을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리모델링된 구로카베 은행에는 유리공예공방,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고 주변상가에는 스테인드글라스, 향토요리전문점, 전통공예전시관 등 다양한 점포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재생용품 판매장

▲시장경제 참여한 어르신들
나가하마의 도시재생에는 노인세대의 참여가 확연하게 많다. 정년퇴임한 주민들의 참여도 150명 정도가 될 정도로 적극적이다.

비어있는 가게를 활용해 운영하자는 취지로 플라티나 플라자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60세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한다. 당시 창설멤버는 11명으로 5만 엔을 냈다. 그리고 반찬, 야채, 다방, 재활용품점 등을 열었다. 지금은 대부분이 80세 전후의 어르신들이 일자리에 참여하고 스스로 번 돈을 가져간다. 사회구성원으로 즐거움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벌써 22년이 흘렀다. 도시재생에 의미를 찾은 것이다.

노년의 삶에 시간이 많고 돈의 씀씀이는 크지 않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마을을 위해 한 몫을 거든다는 것.

플라자 내부

- 나는 ‘플라티나 플라자’ 직원
플라자 야채가게는 마을사람들이 기른 농산물을 가져다 판매한다. 아침 일찍 가져온 신선한 야채는 당일에 판매한다. 운영시간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 1시에서 1시 30분까지 만이다.

70대 중반, 80대 전후로 보이는 두 명의 할아버지가 담소를 나누며 가게를 지켰다.

맞은편에 위치한 재활용가게는 60대 후반의 젊은(?) 여자 분이 가게 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가게 입구부터 건물 옆까지 그릇, 장식품, 옷가지 등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재활용가게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문을 연단다.

다방에 들어서니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어르신 2명이 서빙을 본다. 다방은 어르신들의 휴식처이자 간단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다. 플라자 야채가게에서 만난 어르신 한분도 가게 문을 닫고 차를 마시며 쉬기 위해 다방으로 들어왔다.

다방은 어르신들 4명이 2명씩 교대로 일정에 따라 가게를 운영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다. 이곳에서 600엔(약 6천100원)에 간단한 카레라이스, 덮밥도 먹을 수 있다. 아이스밀크티는 350엔(약 3천570원)이다. 주민들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별도의 쉼터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두기고 하고 그림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도 한다.

피규어 전시관

플라티나 플라자는 가게별로 문을 닫는 시간은 다르다. 목요일은 전체휴무이다.

다방에서 일하시는 아라키(80세) 어르신은 “일을 하면 운동도 되고 건강해질 수 있다”면서 20년 전에 만든 프라자 홍보지를 찾아 보여줬다. 그리고 “사람과 어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며 “영어권에서 많이 오고 베트남, 중국에서도 도시재생과 관련해 취재를 온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국어를 못해도 통역하는 사람들과 같이 오니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불편함이 없고 감사하다”면서 “다방에서 일을 안할 때는 반찬가게인 ‘엄마의 시골 맛’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한 도시락배달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나가하마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덧입히기 보다는 전통적인 모습을 유지하며 개선해 나갔다. 고령화된 세대를 생각하고 이어져 내려온 맛을 유지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창출에는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마을을 발전시켜 나가는데 주민협력이 우선이 되고 있었다.

마을만들기 사무소
안내지도

 

김은아 / 윤애옥 기자

[미니인터뷰] (주)나가하마 마치즈쿠리 히로코 야마자키 대표
일할 노인은 얼마든지 있다

“옛것을 보존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 온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방문객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요. 

변화된 마을에는 주민들이 항상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 함께 한 공간에서 살아온 주민들 스스로가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2009년부터 중심시가지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주)나가하마 마치즈쿠리 히로코 야마자키 대표는 나이가 많은 어른들은 움직임이 어려워 그에 맞는 일자리를 주민들이 찾았다고 했다.

행정의 도움 없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라는 그녀는 모든 것이 주민참여로 이뤄진 것이라며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처음엔 다 쓰러진 마을에서 유리공예를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이 이를 위해 모였지요. 지역의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했고 페스티벌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관광버스가 들어왔고 TV, 신문 등에서 보도를 시작했죠”

문을 닫았던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30년 전 200여개였던 가게들은 밖에 상점가까지 500여개로 늘어났다. 구로카베 스퀘어를 중심으로 15년 동안 마을전체가 움직여 기존의 상점가는 100개 정도가 살아났다.

“250년 된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레스토랑, 잡화점으로 활용했지요. 기본 구조물 부분을 살리는 것, 부수지 않고 한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리공예 회사는 그냥 회사가 아니라 도시재생을 해주게 한 회사입니다”

그녀는 그동안 도시재생을 추진한 것에 대해 파워포인트로 작성하고 도시재생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관이 아닌 민간이 주도하고 이후 행정과 민간이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NHK박람회 컴퍼니에서 도시재생에 적극 참여한 지역의 노인들을 칭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때 정년퇴임한 주민들로 150명 정도가 참석했지요. 이는 잠시가 아닌 지속적으로 참여하는데 새로운 의욕이 생기게 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평범한 가게에서 일하는 70~80세 어르신들이 지역지킴이라는 그녀는 외국인에게 소도시의 재생에 대해 알리고 있다. 고령자일자리 창출로 어르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플라티나 플라자와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시작해 만들어진 구로카베 유리공방, 체험관, 박물관 등이 어떻게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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