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뉴라이트 학자들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어야 한다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이명박은 8월 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하고자 했다.

박근혜는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절을 ‘건국 68주년’이라고 하여 건국절을 기정사실화 했다. 왜 그들은 이토록 집요하게 건국절을 소망하는가? 그들 나름대로의 절실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들이 국부로 모시고자 하는 이승만도 1948년 8월 1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한민국 30’년이라 하고 정부 출범행사를 ‘정부수립 축하식’이라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는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 하고 1948년 8월 15일을 정부수립일이라 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로부터 광복절을 건국절로 하자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1948년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졌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역사는 1948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사들의 활동은 나라가 세워지기 전의 일이 되기 때문에 대한민국 역사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일제강점기에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행적도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바가 친일반민족행위가 역사에서 온전히 지워지는 일이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다. 정부수립이 되고 대통령이 된 이승만은 김구 등 민족주의자와 독립운동 세력들을 제거하고 친일파를 등용하여 사실상 친일파에 면죄부를 주었다.

국회에서 민족행위자를 처벌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친일행위자들이 구속되었지만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해산하여 친일파 처단을 막았다.

이후에 박정희 정권도 이승만이 저지른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조사하자는 희생자 가족을 처벌함으로써 이승만을 옹호하였다. 이리하여 1948년 정부수립 이후의 주류 권력은 사실상 친일파에 뿌리를 둔 권력이 된 것이다.

우리 현대사가 이러하기 때문에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니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죽은 친일파를 처단할 수는 없다. 그 후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

그러나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지울 수는 없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역사의 비극은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사전에도 없는 건국절을 고집하지 말라.

건국이라면 나라를 세움을 뜻할 진대, 나라는 단군할아버지께서 오래 전에 세우셨다. 우리는 개천절 하나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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