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쇠퇴한 재래상권 살린 주민들

우리고장의 도시재생선도사업이 올해 마무리된다. 그동안 후생시장과 중앙시장, 구성마을은 삶의 터전을 지켜오던 주민들과 희망을 담고 자리한 공예가, 생기발랄한 청소년들의 참여와 함께 각자의 특색을 갖춘 곳으로 활성화시켜나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는 지역공동체가 자생력을 키워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에 본지는 도시재생의 국내외 선진사례를 통해 발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시재생선도사업, 어떤 변화 주었나?
2. 예술가와 주민, 기관의 협력
3. 쇠퇴한 재래상권 살린 주민들
4. 전통의 모습을 보전한 도시재생
5. 도보여행으로 관광루트 개발
6. 주민들의 삶터, 활성화 방안

 

가구라자카 상점가

일본의 도시재생현장을 가다
- 가구라자카

지하철을 타고 가구라자카로 향했다. 이다바시역에서 내려 가구라자카 상인연합회 후쿠이 세이치로 회장을 만나기 위해 들어선 비탈길은 ‘가구라자카 도오리(길)’라는 명칭이 붙어있었고 길을 따라 오르니 하나 둘씩 오래된 간판과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신주쿠 주변에 위치한 가구라자카는 에도시대에 많은 무사들의 저택이 늘어서 있는 곳이었다. 젠코쿠지를 비롯해 도쿠가와가와 관련된 절도 많았던 이곳은 메이지 시대로 들어서면서 주택가와 상점가로 발전했다.

문인들이 이 거리를 무대로 활약했으며 다이쇼, 쇼와시대(1912~1989)에는 화류계가 전성기를 맞았다. 현재는 에도의 옛 모습을 간직하며 맛 집과 패션 가게들이 모여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관광객들이 골목길을 둘러보고 있다

▲역사가 숨 쉬는 가구라자카

가구라자카는 ‘지역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한 곳이다. 에도시대 전통적 상점과 유흥거리였던 곳을 주민들이 협약을 통해 전통적 모습을 잘 보존하며 도시를 재생시켰다. 쇠퇴된 마을을 함께 살려나간 주민들은 지금도 마을의 장래를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1991년 거리 만들기를 시작한 가구라자카는 올해까지 26년 동안 진행돼 왔다. 상점가를 중심으로 가구라자카 거리만들기회가 구성되고 신주쿠 구청의 마을만들기과가 합류해 도움을 줬다.

이어 도쿄 이과대학의 교수와 전통을 살릴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운영위원 30여명을 구성하고 마을만들기를 목표로 1년을 계획하고 1992년 ‘가구라자카 추진계획회’를 만들었다. 중점목표는 가구라카자를 홍보할 수 있는 것을 ‘전통과 예술’로 잡았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이 목표는 처음에 ‘이끼’(いき)라고 읽는 ‘호흡’이라는 뜻의 기합에서 넣어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키워드를 설정했다.

목표가 세워지자 주민들은 모든 일들을 합심해 결정했다. 1994년 가구라자카 마을만들기 헌장을 제정해 여러 항목에 따라 방침과 이면을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당시 지구계획에 1~5번지가 협정을 체결했고 2007년부터 3~7종목을 만들어 2010년 규범을 확정지었다. 이때 주민참여를 중심으로 상점점주, 마을반장회 조직, 각 협회조직이 참여했다.

규범이 확정되고 상인회장은 좌담회 때 사용한 제안서를 신주쿠 사무국인 구청에 규범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요청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가구라자카의 역사기념비
축제와 관련된 꽈리나무

▲옛 문화를 현대의 축제로

역사적 건물을 유지하고 거리와 마을의 기반시설을 다졌다면 옛 번영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상점회는 매년 7월 하순이면 4일 동안 가구라자카 마쓰리 축제를 연다. 올해로 46회를 맞이했다. 축제는 이틀씩 두 가지 내용으로 열린다.

앞에 이틀은 호츠끼 꽈리축제로 씨를 뺀 꽈리나무 모양 만들기를 길거리에서 판매한다. 먹고 쓰고 보러 올수 있도록 먹거리, 놀거리를 제공하고 어린 아이들을 위한 게임코너도 만든다. 상인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골목길을 거닐 때마다 가게나 집 앞에 꽈리나무가 심어져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가구라자카는 1920년~30년 번성기에는 보행자 천국으로 차가 못 들어와 이를 활용한 야시장을 만들었다. 1940년부터는 없어졌던 것을 46년 전에 다시 부활시켰다. 축제가 열리는 7월이 더운 달이기 때문에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야시장을 운영한다.

축제 중 나머지 2일은 ‘아와오도리’를 한다. 추석 때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던 ‘봉오도리’를 젊은 주민들이 유입되면서 ‘아와오도리’로 바꾸게 됐다.

이는 가구라자카의 특색을 찾아간 것이라 했다. 아와오도리는 에도시대부터 내려오는 춤으로 46년 전 부활시켜 축제 때 춘다. 두 번 박수를 치는데 이는 아와 도쿠시마에서 추는 춤이다. 이날 노래자랑인 노도지만(のどじまん)도 함께 한다.

매년 7월 열리는 축제는 수요일과 목요일은 꽈리를 만들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아와오도리를 춘다. 수목금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성인 1천 명 가량 모인다.

토요일에는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구립유치원과 초등학생을 참여시키고 주민들의 아이들도 참가하는데 이런 방식들이 축제를 이어가는 힘이 된다. 올해는 아이와 성인이 3천600명 정도 모였다고 한다.

상인회는 10월 중순부터 11월 3일까지 ‘문화의날’을 보름동안 진행한다. 가구라자카에서 학습, 꽃꽂이 등 체험조직이 60개가 구성된다.

옛 명칭을 사용한 ‘거리에 파묻히는 미술관’이란 주제로 거리 페스티벌이 60개 단체가 이틀씩 보름동안 공예, 예술 등의 이벤트를 연다. 이외에도 10월 초순 1일 3회에 걸쳐 화류계 여성의 춤인 ‘가구라자카 오도리’도 진행하고 있다.

요정이 음식점으로 바뀌었다

▲활성화시킨 상권 속으로

축제와 이벤트를 활성화시킨 것도 마을만들기 계획 중 하나이다. 이런 가운데 마을의 경관을 유지시키며 전통을 보존, 계승하는 것도 그들의 계획에 포함돼 있다.

거리만들기는 신주쿠 구청과의 26년째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협력해 가고 있다. 옛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 다른 곳과 달리 가구라자카의 건물을 높게 하지 않는 이유도 1997년 거리만들기 협정으로 정한 것이다.

이 같은 협정을 추진하기 위해 당시 상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권리자 120명(가맹점 240개) 중 85명 정도가 이에 대해 찬성했다.

법의 제약이 아닌 주민들이 의견으로 결정된 사안이다. 권리를 가진 85명이 결정했기 때문에 새로운 입주자는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20년째 유지해오고 있다. 

건물을 신축할 경우에는 가구라자카의 취지와 어울리도록 제안해 새로 신축하기도 한다. 사전협의와 토론으로 문제점이 생기질 않는단다.

이렇게 가구라자카는 역사가 있고 마을만의 매력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가맹점들도 생겨나고 있다. 월세는 높아졌지만 의견에 따라 맞춰나가고 있다.

기차가 다니는 교각 밑 공예예술상가

▲도시재생 곳곳에서 진행

가구라자카는 지금도 도시재생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도 지역의 상권을 살리고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키하바라는 기차가 다니는 교각 밑에 공예예술상가가 들어선 곳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 차바라 JR전철이 기획한 상업시설로 아키하바라역과 오카치마치역 사이의 고가철도 밑을 활용했다. 

또한 아사쿠사는 100년 넘은 전통거리로 상인들이 옛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일부를 리모델링해 음식과 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는 옛 건물과 어우러지는 인력거 체험도 진행하고 전통복장을 빌려 갖춰 입고 사찰을 거닐 수도 있다.

상인연합회장이 골목을 안내하며 돌길에 대해 설명했다

김은아 / 윤애옥 기자

 

[미니인터뷰] 가구라자카 상인연합회 후쿠이 세이치로 회장
주민들이 상권을 살렸습니다

“전통과 현대를 접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자 주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왔습니다”

후쿠이 세이치로 회장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주민들과 좁은 골목길, 오래된 건물에 대해 애정담은 손짓과 눈길로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 마을을 위해 앞장서온 그는 골목골목을 지날 때마다 작고 큰 건물, 가게 장식들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다 인상적인 돌길에 대해서는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이 돌길은 신주꾸 경관 제1호상을 받았습니다. 골목마다 숨바꼭질길, 대명길 등 이름을 정해 재미를 주었지요. 또 이어진 돌길을 따라가면 옛날 기생집으로 운영하던 건물이 음식점이나 소규모 가게로 바뀌어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축제가 열리면 해마다 테마를 달리해 가게마다 홍보용 부채를 제작한단다. 한 가게에 100장씩(1만6천원) 특색 있게 만들어진다. 전부 공통 제작해 2만4천장을 만든다. 올해는 부채에 문자로 이미지화했다.

“2년 전 전국 각 상점회 콘테스트에서 우승한바 있습니다. 이는 역사보존과 함께 독특하고 특별한 것들을 창출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도시가 재생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주민들과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미니인터뷰] 유한회사 스케로쿠 이시이 가나메기치 부회장
옛 것의 특별함과 전통이어가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된 것을 이어가고 있지요. 올해로 107년이 됩니다”

일본의 전통의상을 입고 나온 이시이 가나메기치 부회장은 3대째 유한회사 스케로쿠를 운영하고 있다.

유한회사 스케로쿠는 기모노를 입을 때 맞춰 걸치는 가방과 양산, 게다(전통신발)를 판매한다.

가부키 배우들이 우산을 쓰고 게다를 신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가부끼 사진포스터가 한쪽 벽면에 붙어 있다.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매장에는 100년 전 가부키가 신었던 신발과 이름을 적어 전시해놓았다.

“가부키는 일본의 전통공연예술로 모든 출연자가 남성입니다. 일본의 주요무형문화재이며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돼 있죠”

1910년 스케로쿠라고 이름을 정한 이사이 가나메 할아버지는 1868년 명치유신의 무계혈통으로 가부키와 관련된 것을 만들어 판매했다.

“매장 밖에 걸린 스케로쿠라고 쓰인 간판은 대를 이은 역사를 말하고 가구라자카의 역사를 말합니다.

마을만들기에 역사를 보존하고 새로운 부흥을 위해 나서는데 주민으로써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주민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앞으로도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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