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스위스 융플라워를 보기위해 전망대에 오르는 산악열차 안에서 여행 중인 독일인 부부를 만났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깜짝 놀라며 나라가 위험한데 어떻게 이렇게 여행을 올 수 있느냐고 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이 느끼는 것 같았다. 외국인이 느끼는 전쟁에 대한 체감온도가 우리와 매우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정전 상태인 나라이고 분단 이후 늘 전쟁의 위험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위험의 체감정도가 무디어진 게 사실이다. 현재의 북미관계 남북관계는 분명히 위험하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놀랄 만치 평온하다.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영주시협의회장’이라는 생에서 가장 긴 이름의 직함이 주어져 있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1980년 출발한 헌법기구이다. 말 그대로 평화통일에 대한 정책을 의장인 대통령에게 자문하고 평화통일과 관련된 기반을 조성하고 인식을 확산하는 일을 하는 기구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구이기에 책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더구나 남북관계가 최고로 악화된 상황이라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된 나라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4년 넘게 그야말로 전쟁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북은 남을 남조선 괴뢰도당이라 하고 남은 북을 주적이라 하고 적대감정을 키우고 있다. 분단은 남과 북의 통치자들의 권력 강화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런 나날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적대감은 높아지고 위험에 대한 감각은 무디어진 게 사실이다. 이와는 달리 우리 시민들의 소원은 통일이다. 기구의 이름에서 이미 드러나 있듯이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민주통일이요 평화통일이다.

정치체제는 민주주의인 나라요 통일의 방법은 전쟁이 아닌 평화통일이다. 이미 북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유했다. 우리도 우리의 우방인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핵을 보유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전쟁은 한반도의 재앙이요 인류의 재앙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처음으로 핵무기가 사용된 이후 핵무기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것이 서로가 공멸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의 위험 속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역사 속에서 전쟁은 언제나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축구를 하다가 전쟁을 하기도 하고 여자를 얻기 위해서 전쟁을 하기도 했다. 기분 나쁜 말 한 마디가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성격도 위험의 한 요소다. 평화통일 이전에 전쟁의 위험 요소부터 해소하는 것이 우선과제다. 주어진 직함의 길이만큼이나 책임감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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