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영주지역 근대문화유산의 창조적 활용 방안

▲문화유산재단의 의견을 받아 들여 차량 통행을 금지한 요크 시내 성곽의 모습

근래 들어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이 주된 관심사이다. 개항기 이후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근대시기에 만들어진 우리의 근대문화유산은 당시의 생생한 물질문화를 잘 대변하고 근대라는 역사적 전환기의 구체적 표상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와 그 중요성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소중한 근대문화유산이 산업화와 도시개발의 영향 하에서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멸실돼 왔다. 
이에 따라 본지는 영주지역의 근대문화유산의 가치와 그 중요성을 분석하고 지역 근대문화유산자원의 구체적인 보존과 창조적 활용방안을 국내외 선진사례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사라져가는 영주지역 근대문화유산
2. 문화예술공간으로 태어난 등록문화제
3. 원형보존으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근대문화유산
4. 프랑스의 근대문화유산 정책
5. 신축보다 리노베이션을 택한 ‘라 빌레뜨’와 수영장
6. 영국의 근대문화유산 정책과 활용
7. 근대문화유산의 창조적 활용방안


영국 문화재 관리보존, 주민조직 적극 참여
산업유산의 원형 살려 주민 공간으로 제공

◆영국 요크시의 등록문화재 관리
영국 요크시는 문화유산재단을 통해 등록문화재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자체가 중심이지만 민간전문가가 일정정도 등록문화재 관리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민간관여는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민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근대 역사 건축물에 대한 시민의식이 긍정적이다. 정부가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면 건축물 관리는 개인이 직접 돈을 들여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역사적 건축물이나 등록문화재에 살수록 부자로 인식하고 주택구입 시에도 가치가 크다고 보고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우리나라 국민의식과는 정반대인 시민의식이다.

영국은 1944년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해 근대역사건축물을 관리하고 있다. 30년 연한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며 특별히 가치가 높은 건축물의 경우 10년 이상도 포함한다.

등록 건축물을 수리, 용도변경, 개축, 철거 등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과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정문화재가 있는 지역단체의 의견을 반드시 듣고 결정에 참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유산재단 요크 시빅 트러스트(York Civic Trust)
Civic Trust란 영국에서 기업 또는 개인이 도시 환경보존과 개선을 목적으로 설립한 일종의 비영리 기관을 뜻한다.

1948년 2차 세계대전 후 요크시 지역의 근대 유산의 보존과 개선을 위해 설립된 요크 시빅 트러스트는 건축업자, 디자이너, 지역 주민, 요크대학의 교수로 이루어져 있다. 매년 요크시에서 진행하는 도시환경 개선사업에 참여해 건의, 감독, 관리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주 업무는 문화재와 관련 지역 발전계획과 관련 정책을 기획할 때 당국에 보전을 고려하도록 설득하거나 역사적인 도시 환경이 보존됨으로써 도시의 경제적인 부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 세미나 또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역사적인 가치를 가진 건축물 또는 지역의 개발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과 감독활동, 도시의 모습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건의 등도 이들의 주요역할 중 하나이다.

▲요양원으로 변신한 요크시 초콜렛 공장의 한 건물
▲요크시 초콜렛 공장을 개조해 만든 요양원의 실내 모습

◆요크문화유산재단의 활동사례
오래된 초콜릿 공장을 그대로 활용해 실버타운과 상업시설로 재탄생시키거나 허물어지고 있는 14세기에 축조된 성벽 일부를 지켜내는 활동 등은 요크 시빅 트러스트(York Civic Trust)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손꼽힌다.

요크 시내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테리스(Terry’s) 초콜릿 공장은 1767년 요크에서 시작한 Terry’s 제과점의 공장으로 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공군기 부품을 제조 수리하는 비밀공장으로 이용된 기간을 제외하고 1926년 처음 공장 문을 연 이후 공장이 문을 닫는 2005년 까지 약 80년 동안 운영되던 곳이었다.

이 기간 동안 총 1만4천명이 고용돼 요크시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지만 자동화 설비와 거대 제과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1990년대 결국 크라프트사(社)에 매각됐고 2004년 크라프트사(社)가 Terry’s 초콜릿 전 제품을 벨기에,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유럽 내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하면서 2005년 폐쇄된 채 산업유산으로 남았다.

약 3만평에 이르는 공장 부지에는 영국 건축 문화유산 2등급에 등록된 시계탑과 본사 건물이 남아 있다.

2005년 요크시의 주도 하에 초콜릿 공장 부지에 대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고 이듬해 12월 요크시 지역개발위원회가 기존의 초콜릿 공장부지내 건물(제조시설, 본사건물 등)에 대한 활용은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고층빌딩 위주의 재개발 계획을 추진하자 요크 시빅 트러스트(York Civic Trust)가 적극 개입하게 된다.

요크 시빅 트러스트는 기존 공장 부지와 건물이 갖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유지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요크시에 냈고 이를 받아 들인 요크시는 디자이너, 지역주민, 시 공무원, 건축업자 등으로 구성된 사업추진위원회(커뮤니티 포럼)을 조직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끝에 건물과 부지가 가진 잠재적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계획을 완성했다.

기존 공장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실버타운(110명 수용)과 미용실, 술집, 영화관 등 상업시설 그리고 170개 동 규모의 고급주택단지를 포함한 이 새로운 재개발 계획은 2010년 2월 지역개발위원회에 의해 최종 승인됐으며 2016년 4월 고급주택단지를 완공해 입주를 시작했다.

영국 중북부에 위치한 요크시는 성벽이나 성문을 비롯한 교회의 유적 등이 많이 남아 있어 지금도 중세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도시다. 특히 성벽과 성문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보존하는데도 요크 시빅 트러스트의 역할이 크다.

요크 Walmgate은 14세기 축조된 요크 성벽의 일부로 영국에서 현재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망루와 빅토리안시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2층짜리 목조건물이 함께 남아있어 영국 건축 문화유산 1등급에 지정된 건물이다.

2004년 보존사업이 진행되기 직전까지도 망루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도로로 활용돼 잠재적인 훼손 위험에 노출돼 있었지만 York Civic Trust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인해 현재 Walmgate 주변 도로는 보행자로와 녹지로 변경 돼 있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전경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내부 모습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영국 런던의 템즈강변에 있는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화력 발전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런던시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현대미술관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곳이다. 발전소의 외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콘텐츠만 현대 미술로 대체한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로도 손꼽힌다.

1963년에 벽돌로 섬세하게 지어진 이 건물은 영국 근대건축물을 상징하는 건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1981년 유가파동으로 인해 가동을 중지하기까지 화력발전소로서 런던시내에 전기를 공급했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공간의 특수성을 살려 미술관으로 재사용 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색과 역사를 함께 보존하고 있는 산업유산이다.

화력발전소가 위치해 있던 템즈강변의 부둣가는 20세기 초반까지 선박 교통과 물류산업의 중심지였지만 문을 닫음으로써 주변에는 노숙자와 범죄자들이 몰려드는 등 치안의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이 때문에 런던시는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내세워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주변지역의 부둣가 일대를 재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이른다. 대다수의 건축가들이 흉물이 된 발전소를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도록 제안했지만 결국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외관의 모습을 살리고자 했다.

외관을 그대로 두면서 정면의 굴뚝에 창을 내고, 옥상에 유리 상자를 증축해 기존 건물의 형태와 벽돌의 질감을 살리며 조화를 이루어 템즈강변의 경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웅장함을 느끼게 해주는 35미터 높이에 152미터의 넓은 터빈 홀, 하나의 대형 중앙굴뚝과 옆의 보일러실 구조는 그 독특한 양식으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갈수 있고 일부 기획전시를 제외하고는 입장료가 무료다. 런던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강 건너편 세인트폴 대성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2000년 5월 개관 이후 약 4천만명 이상이 방문했고 영국의 3대 인기 관광명소중의 하나로 자리잡았으며 런던에 약 4억 파운드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 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시민성금으로 만들어진 글린코치 시민자치센터
영국 남웨일스의 소도시 글린 코치시의 시민자치센터(Community Centre)는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재건축에 성공한 사례다.

2012년기존 글린코치의 시민자치센터는 70년대 당시 광부들을 위해 지어진 석면 건물을 개조한 것으로 비좁고 물이 새는 낡은 건물로 센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후화된 건물을 재개발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글린코치시는 당시 주민 가운데 직업이 없는 비율이 46%에 이를 정도로 영국 전 지역을 통틀어 가장 낙후된 곳 중 한 곳으로 꼽히던 지역이다. 영국 정부가 79만 파운드(약 12억 9천만원)을 지원했지만 이 금액만으로 건물을 완공하기에는 부족 했다고 한다.

시민들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업체와 손잡고 문제를 해결에 나선다. 자신들의 상황과 취지 등을 소셜미디어로 알려 모금을 받은 것이다. 이들은 4만 3천파운드(약 7천만원)를 모금해 2013년 시민 자치센터를 완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시민자치센터는 지역주민에 대한 기술 및 교육서비스 제공을 통해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지역 대학과 교육기관을 연계한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취업관련 워크샵을 운영하고 있으며 태권도, 치어리딩, 휘트니스 클럽, IT교실 등 문화, 체육, 교육 복지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

서현제 발행인/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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