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렬(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1994년 인터넷이 개발, 상용되고 30여 년이 지났다. 컴퓨터가 보편화되고, 모뎀으로 연결했던 컴퓨터 기기들은 이제 4세대(4G)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다.

세상의 모든 뉴스와 정보는 어느덧 손안에 작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상호 전달되고 있으며, 가정과 직장에서는 자동화 또는 스마트화가 확대되었다.

인터넷의 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소가 되었고, 가히 혁명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나타나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것이라는 지나친 바람까지 있다.

제조업 분야의 인공지능화는 신문과 방송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에서 진행되는 인공지능 저널리즘은 실제로 프로그램화된 컴퓨터에 의해 뉴스 기사가 자동으로 작성, 제공되고 있는 현실이다. 인터넷 등장 이후, 30년 만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이는 지금 우리에게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오히려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발전, 변화하는 현상이기에 이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디지털 사회의 변화의 동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힘에 의해 전체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정보화 시대를 이야기하던 1990년대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하는 형태의 민주주의를 기대했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상호적 관계 형성의 소통 문화를 예상했었다.

더 나아가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되는 사회의 가능성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짧게는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어떠한가? 생각해보면,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민주주의는 도래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는 한국에 국한된 상황만이 아니기에 더욱 안타깝다. 유럽 사회의 우경화는 더욱 고조되었고, 집단적 폭력 사태나 일반인들에게 가해지는 테러는 증가하고 있다. 목숨을 내걸고 고무보트에 올라타는 난민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식량과 의약품이 모자라 생명을 잃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수는 통계조차 되지 않은 현실이다.

지구 한편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의 혁명이 실현되고 있는데, 또 다른 공간에서는 이 같은 일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일들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과학 기술의 발전, 제4차 산업혁명 또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발전이 아닌, 자본주의적 상업화로 전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오히려 상반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빈부의 차이는 오히려 극대화되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열광했던, 민주주의 사회를 향한 과학 기술의 발전은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오늘날 진행되는 디지털 사회의 변화의 원동력이 바로 자본으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언론 산업에서 나타나는 디지털화를 살펴보면, 거대 기업의 자본의 투자와 기업의 인수합병이 첨예하게 진행되는 과정이며, 결과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1994년 중앙일보의 인터넷 신문 창간도 자본력 강한 신문 기업의 디지털 시장에 대한 진출이었고, 오늘날 대부분의 뉴스와 정보가 네이버와 다음, 특히 네이버에서 독점적으로 소비되는 생태계 또한 자본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IT기업의 언론 시장에 대한 독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자본주의적 상업화에서 국가 기관은 시장에 대한 규제와 통제보다 개방과 확장을 우선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스의 출처도 모르는 체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시간 검색어를 수용하고 있고, 주요 일간지들은 물론 공영 방송 역시 정치적 공론장을 담당하지 못한 게 벌써 오래된 일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살면서 읽을 만한 정보, 가치 있는 뉴스, 내 삶의 주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없는 현실이다.

이는 인터넷이 등장했던 초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대했던 인터넷의 장점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지금 우리 언론계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필자는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의 원동력이 자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본다. 디지털 언론 시장의 변화는 자본주의적 상업화로 고착화되었으며, 언론 기업은 물론 IT기업들과의 경쟁이 저널리즘의 질을 훼손시켜,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반대 방향의 길을 가고 있다.

다시 말해, 인터넷이라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토대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한 경쟁의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 시장은 이미 구조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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