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영주지역 근대문화유산의 창조적 활용 방안

근래 들어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이 주된 관심사이다. 개항기 이후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근대시기에 만들어진 우리의 근대문화유산은 당시의 생생한 물질문화를 잘 대변하고 근대라는 역사적 전환기의 구체적 표상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와 그 중요성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소중한 근대문화유산이 산업화와 도시개발의 영향 하에서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멸실돼 왔다.

이에 따라 본지는 영주지역의 근대문화유산의 가치와 그 중요성을 분석하고 지역 근대문화유산자원의 구체적인 보존과 창조적 활용방안을 국내외 선진사례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사라져가는 영주지역 근대문화유산
2. 문화예술공간으로 태어난 등록문화제
3. 원형보존으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근대문화유산
4. 프랑스의 근대문화유산 정책
5. 신축보다 리노베이션을 택한 ‘라 빌레뜨’
6. 영국의 근대문화유산 정책과 활용
7. 근대문화유산의 창조적 활용방안
 

서울거리 창작센터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물 대신 예술 채우고
대전창작센터, 구도심 젊은이들이 문화공간 활용
삼례예술촌, 건물역사 ‘그대로’...공간활용 ‘최적화’

우리나라의 등록문화재는 668개 가량이다. 이들 등록문화재들이 보존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창조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많다.

폐쇄된 취수장을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와 방치됐던 건물을 도심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전창작센터, 일제 시대 수탈의 현장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태어난 삼례문화예술촌은 근대 건축물의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옛 취수장 리모델링 통해 예술공간 창출 = 지난 2015년 4월 개관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옛 구의취수장 건물과 물 펌프 등 시설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채 거리예술의 요람으로 만든 곳이다.

제작, 연습, 교육, 배급이 이루어지는 국내 유일의 거리예술과 서커스예술 창작기지이기도 하다.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를 따라 구리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워커힐 호텔 밑 한강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폐쇄된 구의취수장은 1976년부터 서울시의 원수(源水) 정수장 역할을 해오다 2011년 9월 강북취수장 신설로 폐쇄됐다. 물탱크 사다리 등 취수장으로 사용될 당시 유산들을 역사성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그대로 전시해 독특한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다.

아직까지 등록문화재는 아니지만 민간에 매각하거나 파괴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서커스 등 거리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예술가들의 작품 연습 공간으로 대관 운영 중인 제 1취수장, 제 2취수장, 야외마당이 있다. 제 1취수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뚫려있는 높이 15m 박스형 건물로 예술가들의 대형작품 연습 및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 물이 차있던 공간에 물 대신 예술이 들어 차 있는 있는 것이다. 제 2취수장은 취수장 펌프 등은 그대로 둔채 양옆 2층 공간에 연습실을 마련, 주로 실내 연습과 교육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야외 공연 연습으로는 야외마당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염소투입실로 사용하던 공간은 예술가들의 작품 세트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철·목공 제작소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관사로 사용되던 곳을 리모델링해 예술가 레지던스로 운영할 예정이다. 각 건물 벽면에는 예술창작 공간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도록 세계적인 화가들이 이곳을 방문해 그림을 그려놨다.

센터 관계자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지금까지 거리예술과 서커스 예술가들을 위한 교육과 작품창작 지원을 진행했다”며 “예술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서울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수준 높은 공공예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창작센터

◆등록문화재 리모델링 문화예술공간 재탄생 =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대전 창작센터’는 지어진지 60년 가까이 된 지역 근대문화유산을 문화 공간으로 적극 활용한 사례다.

국내최초로 근대 건축물을 활용한 문화프로젝트로서 도시를 미술로 재생하고 일반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원도심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대전시청이 임대해 대전시립미술관이 운영하고 있다.

원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이 업무공간으로 사용하다가 8년 동안이나 주인을 잃고 빈 공간으로 방치되다 지자체와 시민들의 관심으로 도심 속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2004년 9월 등록문화재 제100호 지정했다.

대부분의 등록문화재들이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것에 비해 대전에서 가장 먼저 건축사 사무소를 연 배한구(1917∼2005)씨가 설계해 1958년 농산물검사소 대전지소로 문을 열었다.

서양의 기능주의 건축 영향을 받은 20세기 중반 건축 경향을 잘 보여 주고 있으며 전체 247.43제곱미터의 건물 각 층은 계단실을 중심으로 기둥이 없는 2∼3개 공간이 ‘ㄱ’자형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짧은 동선을 통해 기능성을 극대화 한 우리나라 근대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권지영 학예연구사는 “당초 청년 작가를 중심으로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들이 있었지만 공간이 비좁아 현재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연간 4차례 정도의 기획전시가 이뤄지고 있는데 젊은이들이 많은 구도심 번화가에 위치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창작센터를 제안하고 추진했던 김민기 학예연구사는 “이 건물은 대전창작센터로 사용되기 전 수년동안 방치돼 있어서 비가 세는 등 훼손이 심각했었지만 문화재적 가치를 고려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롭게 리모델링했다”며 “근대 문화유산 건축물 활용방안의 모델로 삼아 전국적인 프로젝트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전창작센터 상설전시실

◆양곡창고를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 사례 =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 전북지역에서 수탈된 쌀을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반출하기 전에 쌀을 보관하던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이다. 일제의 양곡수탈의 가슴 아픈 현장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2013년 6월 5일 개관한 삼례예술촌은 대지면적 1만1800㎡(연면적 2025㎡)에 7동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이곳은 일제수탈의 상징적 장소로 평가돼 왔지만 시대적 여건의 변화로 인해 양곡창고로써의 기능을 상실한 창고를 기존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포메이션센터, VM아트미술관, 디자인 박물관, 책박물관, 책 공방 아트센터, 김상림 목공소, 문화카페 오스 등의 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는 지상 2층의 규모의 문화체험관이 문을 열고 다양한 전시와 교육,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각 공간마다 가치있는 문화 유산과 작품을 비롯한 이색적인 구경거리가 많아 전체를 다 둘러 보기위해서는 족히 서너시간은 투자해야 한다.

1926년 경 일본인이 식민농업회사를 설립해 건물을 짓고 해방이후 삼례농협이 활용해 왔지만 현대식 저장고에 밀려 점차 그 기능을 잃었다. 이에 따라 2010년 완주군이 매입, ‘예술이 관광이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삼례예술촌 조성사업을 추진해 현재의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영숙 완주군 문화관광해설사는 “관주도가 아니라 민간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최소한의 리모델링만이 진행돼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됐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들이 입주함으로써 더욱 유명해지고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곳은 각 관마다 주인이 다르고 운영주체도 다르다. 6곳의 관장이 모여 삼삼예예미미 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 목공소

협동조합 김태호 대표는 “가치있는 문화 자원을 활용한 예술단지 조성으로 완주의 관광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군민에게는 여가와 휴식공간을, 이용자들에게는 젊음과 사색이 공존하는 열정적인 문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지난해 지역문화대표 브랜드 대상과 아시아관광마케팅 사례상 은상을 받았으며 2014년 ‘한국농어촌 건축대전 본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침체된 지역을 살리는 창조적 문화예술 기반으로 부상시킨 점을 인정받아 안전행정부의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 선정됐으며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도 지정됐다. 또 ‘2013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현제 발행인/오공환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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