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수필가, 시조시인, 본지논설위원)

기우제를 지낼 만큼 날씨가 가물더니 게릴라성 폭우가 여기저기 쏟아지면서 충북 청주에는 수해가 났다는 소식이다.

무심천의 범람을 시작으로 물난리가 나면서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인재니 자연재해니 하면서 산천이 찢기고 할퀴었단 표현을 하고 있는데 60여 년 전 기막힌 수해를 겪은 기억을 아직도 갖고 있는 영주 시민들은 그 고통과 절박함을 잘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 해당지역의 도의원들이 마침 계획되어있는 해외연수를 떠났다는 정보가 흘렀고 시민들이 분개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느낀 해당자들이 일정을 취소하고 표를 구하는 대로 귀국을 서두르게 까지 되었다.

언론은 세세한 중계를 하고 당사자들은 머리를 숙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심정을 호소했지만 민심은 더 끓어오르는 듯하다.

갑자기 쏟아진 비로 수해를 입은 현장 앞에서 출국을 하는 그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을 것이고 많은 갈등도 했을 것이다. 그토록 처참한 수해를 예견하지 못한 출국이니 시민의 입장에서 이해를 못해줄 것도 없다.

전쟁이 난다해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국외연수를 받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는 게 마땅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부랴부랴 돌아오는 그들을 보고 잘하는 일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수해 지역이 될 거란 것을 미리알고 계획한 것이 아닌 이상, 그들의 출국은 지탄 받을 사안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여론에 밀릴 일도 아니라서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왜 시민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연수중인 당사자들은 황급히 돌아오는 것인가? 일정표와 여행비가 공개되어 이들의 출국이 연수를 포장한 관광개념의 냄새가 나는 것을 시민들이 감지했다는 것이고, 여론에 밀려 돌아온 것은 그들도 그것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쨌건 결재 받고 떠난 연수인데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싸늘한 여론이 억울하기도 하겠다.

세상에는 선생님만 모르는 학부형 마음이 있고, 국회의원만 모르는 국민들의 마음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지방의원들만 모르는 지역민의 마음이 있다는 말인데 그들은 국민의 마음을 너무 모른다.

애초에 무보수이던 그들의 자리가 어느 틈에 적지 않은 보수가 생겨난 것을 국민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다거나, 지방의원들 수가 너무 많다고 수군대는 국민들의 소리를 그들만 모른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수를 줄여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며 심지어 ‘무보수 봉사직’으로 돌려야 한다는 민심이 있다는 걸 모른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선진국 의원들이 청바지를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지역을 성장시키기 위해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공부하는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 많이 보아 왔다. 그래서 이쪽저쪽을 비교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의원들이 의결권만 행사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을 위해 땀 흘리며 동분서주하고 지역민의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불평하는 시민들을 향해 그들은 불만을 표출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일정이 관광위주로 짜여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말은 더욱 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출국의 이유를 더 초라하게 할 뿐이다. 내 돈으로 관광을 가는 일반 여행객도 일정표를 숙지하고 가는데 국비보조를 받고 해외연수를 가는 사람이 일정표 이해 없이 비행기를 탔다면 더 큰 문제가 있음을 고백하는 모양새가 된다. 목적지에 대한 사전 공부도 안하고 갔다는 말이 되니까 말이다.

어느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앵커가 말했다. 만약 자기 집에 물이 들어도 출국했겠느냐고. 이는 여론을 다시 흥분하게 하는 불쏘시게 같은 말이지만 우리가 답을 해 보자.

‘내 집에 물이 들어도 국가의 명령이면 가야한다. 이웃이 수해를 입어도 정당하고 필요한 연수이면 가야하고 그것은 떳떳한 공무이므로 돌아올 필요도 없으며 지탄 받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외유성 연수란 걸 알아차렸다면 백 번 취소하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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