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언어(Language)의 어원은 그리스어 로고스(Logos)에서 왔다고 한다.
로고스는 이성(理性) 혹은 논리라는 뜻이 있다. 인간의 감성(感性)을 가리키는 파토스(Pathos)와 상대적 지점에 있는 말이다.

그러니까 언어는 인간의 능력 가운데 하나인 논리적 사고 능력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말을 바르게 잘 하거나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논리적 사고능력을 가졌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말을 바르게 하는 사람은 정상적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옛 어른들도 사람을 볼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먼저 보았다. 이 때 언(言)이 곧 언어능력이다. 

“아유, 클 났네... 다 죽었네... 다 죽었어... 왜 그거를 못 막았어... 그거를 얘기를 좀 짜 보고... 그러니까 고한테 정신 바짝 차리라고... 얘네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지금은 감옥에 있는 최순실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이 사람의 말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주어 서술어의 호응이 되지 않아 논리적이지 않다.
낱말의 선택이 매우 부적절하다. 태블릿 피시를 ‘조작품’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말을 쓰고 피시를 공개한 언론사 사람들을 ‘얘네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그’, ‘저‘와 같은 지시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내용이 불분명하다. 그리고 통화내용도 거짓으로 사건을 꾸미라는 부도덕한 지시다. 얼마 전 검찰 조사에서는 특검이 자기와 딸과 손자 삼대를 멸망시키려 한다고 했다. 이 때 사용한 ‘멸망’이라는 낱말은 잘못 쓰인 말이다.

멸망과 호응되는 말은 ‘나라’다. 나라가 멸망했다는 말은 있어도 사람이 멸망했다고는 하지 않는다. 며칠 전 재판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이 재판장에 40여 년 동안 지켜본 박대통령을 나오시게 해서 너무 많은 죄인인 것 같습니다. 박대통령께선 절대 뇌물이나 이런 걸 갖고 나라를 움직였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검찰이 몰고 가는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이 재판이 진정하게 박대통령이 허물을 벗는 나라를 위해 여태까지 일했던 대통령으로 남도록 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너무 많은 죄인은’은 무엇이며 ‘몰고 가는 형태’는 무엇이며 ‘뇌물을 가지고 나라를 움직인다.’는 건 무엇인가? 한마디로 언어능력 수준이 너무나 미약하다.
상식적 사고능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이다. 차라리 청소 아줌마가 했다는 “염병하네.”가 훨씬 수준 높은 언어다.

우리는 이런 사람에게 나라 일을 자문 받고 연설문을 고쳐달라고 하는 분을 국가원수로 뽑고 그녀의 통치를 받았다.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왜 우리는 그렇게 했던가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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