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제일교회 늘푸른대학 운동회 스케치

영주제일교회 부설 늘푸른대학(학장 심길남) 운동회가 지난 1일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3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주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공광승 담임목사의 축도에 이어 심길남 학장은 “힘과 신속보다는 흥미롭고 안전한 운동회를 해 봅시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 응원전에 앞서 몸 풀기 운동 10분에 이어 20개 반에서 홀수반은 ‘싱싱팀’, 짝수 반은 ‘팔팔팀’이라 이름을 붙이고 각각 동서쪽에 자리 잡았고 치열한 응원전이 펼쳐졌다. 몇몇 학생들은 젊을 때 재능과 끼를 가진 사람들이라 바지를 걷어 올리고, 모자를 뒤집어 쓰거나 웃옷을 앞뒤로 바꿔 입고 신나는 춤을 추기도 해 장내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 경기 전에 경기 진행방법으로 가급적 300여명이 고루 참여 할 기회를 갖도록 1인 1회로 제한하며 경기마다 10~15명을 출전시켰다. 상품은 승패에 관계없이 동일하니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참여해 달라는 당부 말에 이어 제 1부 첫 번째 말머리 모양의 가면을 쓰고 시야를 좁힌 채 뛰는 말달리기, 두 번째 훌라후프를 팔과 다리에 걸고 비틀비틀 걸어가는 원숭이 걷기, 세 번째 볼링, 마지막으로 교사들이 출전한 가발 쓰고 오리발 신고 달리기 등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그 나이에도 좀 잘해보려는 애틋한 모습들, 교사출전 종목에서 목사님, 학장님은 점잖은 인품이 삽시간에 깨어졌고 젊은 교사들의 활달한 모습에서 학생들은 배를 잡고 웃어야만했다. 

1부가 끝나자 학교에서 제공하는 빵과 음료수로 간식을 먹는 휴식시간이었다.
제 2부는 첫 번째 고무신을 발끝에 끼고 멀리 날리기, 두 번째 로봇걷기, 세 번째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넌센스 퀴즈, 두 사람이 한조가 된 공굴리기를 마지막으로 경기가 끝이 났다. 대부분 학생들이 매 경기마다 마음같이 몸이 안 따라주는 아쉬운 표정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 노인대학 진풍경들

* 당일 8시30분경 부터 실내체육관 앞에는 승용차가 장사진이었다. 승용차 한대가 도착하더니 차에서 80대의 남녀분이 내리는데 차문을 여는 젊은 여인은 “어머니요. 몸조심하시고요. 이거 반원들과 나누어 잡술 간식이에요”하고는 급히 떠나 버린다. 누굽니까? ‘며느리’라 하면서 “출근길에 함께 오면서 준비해준 간식”이라고 했다.

* 어떤 반에서는 부침개와 과일을 십여 개 쟁반에 담아 나눠 준다. 유숙희 학생은 “류복순씨와 함께 준비했다”며 “내가 만든 것을 반원들과 함께 나눠 먹는 것이 얼마나 좋아요”

* 우유 배달원이 와서 4학년 류중수씨를 찾는다. “그분의 따님이 음료수를 배달해 달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류씨는 이를 받아 반원들과 친한 친구들에게 나눠 주면서 싱글빙글거리며 딸이 사주는 것이라고 자랑까지 한다.

* 옛초등학교 시절을 보면 형제, 자매간 동급생은 있었는데 비해 늘푸른대학 운동회에서는 10여 쌍에 넘는 부부학생의 상부상조하는 다정한 모습들이 쉽게 눈에 띄어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 고령 학생들의 운동회 예찬

* 학생 323명 중85세 이상이 8명인데 한분 빼고 전원 참여했다. 최고령자인 1반에 장순이(88)여학생은 “아픈 곳이 없고 아직 1학년이니까 3년은 이런 재미있는 운동회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고맙다”며 웃음을 보인다.

* 11반에 서병진(86) 남학생은 “건강하고 재미있게 사는 법을 알았다”며 “어떤 모임에도 꼭 참석해 직접 참여는 못해도 박수치고 웃는 것이 큰 보약”이라고 했다.

* 6반에 이명구(85) 여학생은 “원숭이걷기에 직접 참여했다. 아픈 곳이 있어도 직접 해보니 즐거움이 아픔을 이겨낸 것 같아 신통하다”면서 “맘은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했다.

* 2학년 임한호(86) 여학생은 “요즘 학교 다니는 재미로 사는데 이런 재미있는 운동회까지 해보니 옛날 보통학교 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전우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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