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27일 소수박물관에서는 동양대학교 한국선비연구원(원장 정범진)이 주관하는 회헌 안향 선생 및 후학 선양 학술대회가 열렸다. 전국의 대학교수와 윤사순 학술원 회원, 지역 문중 어르신, 유림들이 참석한 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참석하여 선비정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하루를 보냈다.

사군자(梅蘭菊竹)가 선비정신의 핵심인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신을 상징한다면 연꽃은 선비의 기품을 상징한다. 소수서원에 들어서면 죽계수 가에 경렴정(景濂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성리학자인 북송의 주렴계(朱濂溪)를 경모한다는 뜻의 현판이다.

향원익청(香遠益淸)이라는 말은 연꽃의 향기는 멀수록 맑음을 더한다는 뜻으로 주렴계의 ‘애련설(愛蓮說)’에 나오는 구절이다. 주렴계는 애련설에서, 도연명은 국화를 사랑했고 당나라 이후에 사람들은 모란을 사랑했다. 국화는 숨어서 사는 자요 모란은 부귀를 상징한다.

나는 유독 진흙에서 나왔으나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아(香遠益淸) 멀리 바라볼 수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고 했다. 또, 국화를 사랑하는 이는 도연명 이후로 들어본 일이 드물고, 연꽃을 사랑하는 이는 나와 함께 할 자가 몇 사람인가?

모란을 사랑하는 이는 마땅히 많을 것이다 하였다. 이전에 연꽃은 주목받지 못했으나 주렴계 이후에 연꽃은 선비의 기품을 상징하는 꽃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작은 반도의 나라다.

지구상의 수많은 나라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언어를 온전히 지키며 작지만 강한 나라로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자신의 이(利)보다 나라를 위한 의(義)를 목숨보다 무겁게 여겼던 선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선이 쇠망해 가던 무렵 우리 선비들은 역사의 격랑 속에 꽃다운 목숨을 바쳐 의로써 나라를 지켰다. 이로움을 보면 의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우면 목숨을 바친다(見利思義見危致命)는 선비정신의 실천이었다. 온통 자신의 이만 생각하는 소인배가 즐비한 난세에 처하여 그 선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우리고장을 ‘선비의 고장’이라 한다. 선비문화 축제가 다만 축제에 그치지 않고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맑은 향기를 몸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향원익청, 참으로 운치 있는 말이다. 소백산 아래서 ‘산골 카페’ 하는 늘산 형님 연못에 연꽃 피었단 소식 들리면 연꽃 만나러 가야 하리라.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