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만나 속마음 여니 마음의 벽이 무너져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관계가 사돈(査頓)지간이라 한다. 아들, 딸을 나눠 가져 항상 조심스러워 만나기조차 꺼려한다. 얼마나 어려운 일들이 많았으면 속담에 “사돈집과 뒷간을 멀수록 좋다”고 했을까? 

이같은 현실에서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정답게 지내는 사돈 간이 있다. 그 중 한 분인 가흥동에 사는 금기연(79)여사에게 연락했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그게 무슨 이야기 거리가 됩니까?”라고 하면서 한사코 면담을 사양했다.

후일 만나 대화 중 장수면 화기리에 사는 박찬숙(79)여사와 사돈 간이라며 겨우 허락을 받았다.  박 여사는 영주 반남 박씨 가문에서 20살 때 인동 장씨 가문 맏아들과 결혼해 22살에 낳은 맏아들의 어머니고 금 여사는 봉화 금씨 가문에서 20살 때 영주 예안 김씨 가문 며느리로 시집 와 22살에 낳은 맏딸의 어머니이다.

이 두 사람의 아들과 딸이 32년 전에 중매 겸 유림(儒林)에서 교유하던 양가 시조부님들의 권유로 혼사가 쉽게 맺어졌다고 한다.  

# 시가(媤家)에서 생활 과정은? =
 △박 여사는 “시집 왔을 때 시조부, 시조모, 시부, 시모, 우리 내외, 시동생 8남매 식구 등 14명이었어요. 아이들은 1남 6녀를 뒀습니다. 힘든 일은 ‘봉제사접빈객’이었고 거기다가 저가 주관해 치룬 가정대사가 무려 30여회 정도였으니 그 사정을 짐작 하실 것입니다” 

△금 여사는 “그 시절 큰집 며느리로 오니 시조부모, 시부모, 우리 내외 시동생 6남매 모두 12식구가 살았습니다. 아이들은 1남 2녀를 뒀고 집안 대소사를 많이 치루면서 험한 일은 맡아 했던 것이 그 당시는 당연한 일이였고 예절을 배운 것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려운 시집생활을 한 것 같아요” 

# 아들, 따님의 결혼과 생활상은? =
 △박 여사는 “아들이 대학 2학년 때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복학해 26살에 결혼시켰지요.
상견례 때 어른들이 계시니 정작 혼주는 말 한마디 못했고 어머니의 인품을 보면 딸을 알 수 있다고 해서 처음 만났던 사돈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딸의 어머님이신 금 여사는 “첫 상면과 상견례에서 사위가 마음에 들었어요. 학벌에 버금가는 사회활동을 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예물을 준비 할 때 시조부님이 함께 가서 가장 좋은 걸로 하라고 당부하시던 것이 기억납니다. 개혼이요 일륜대사라 양가 모두 큰 행운이었습니다” 

△박 여사는 “며느리 하나에다 딸은 여섯입니다. 사실 무척 조심스러웠어요. 아들이 서울에서 공부를 하니 결혼하면서 함께 보냈는데 떠난 후 손 편지가 수시로 와요. 기특하게 쓴 편지를 볼 때마다 예뻐지더라고요. 지금까지 제 남편 잘 돌보고 아이들 잘 키우며 사회활동까지 하니 만족합니다”

△금 여사는 “사위가 학교졸업과 동시 임용발령을 받으니 고마웠지요. 본인의 노력결과이지만 우리가족까지 즐겁게 해줬습니다. 우스운 얘기지만 연년이 챙길 것 챙겨주니 나도 백년지객 대접을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사위가 중등학교 교감으로 있으니 뿌듯해요” 

#. 사돈 간 다정하게 된 동기는 =
 △금 여사는 “사돈 된지 32년이 됐습니다. 초년에는 역시 서로 조심스러웠지만 아이들 돌과 생일 때 만나게 됐고 중년에는 사위가 우리를 여행까지 시켜주니 사돈끼리 편한 마음을 가지면서 점차 가까워 졌어요”    

△박 여사는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자주 만나는 것이지요. 11년 전 며느리가 어른들은 70대부터 고독을 느낄 수 있다며 우리 둘을 노인대학에 입학 시켜주었어요. 그래서 학교생활에서 동고동락하니 이제는 정말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금 여사는 “사돈 간 과거사가 너무 닮은 꼴이었어요. 친정환경, 동갑에다 시가의 대식구, 층층시하에 큰일 빈번, 취미까지 비슷한 탓인지 더욱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절로 나오데요”

△박 여사는 “사돈의 능력이 있어 칭찬할 기회가 많아요. 사돈의 변함없는 마음이 든든한데다 특히 문학에 소질이 있어 안동내방가사협회장으로부터 가사 창작부문 장려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금년에는 영주문예대학에 입학까지 하여 배움의 꼬리를 놓지 않는 것을 보면 참 자랑스러워요” 

△금 여사는 “어떤 때 혹 저 마음이 허전해지면 함께 노래방으로 갑니다. 사돈의 꺾어 넘기는 그 노래솜씨 몇 곡 듣고 나면 공허했던 마음에 힘이 생겨요. 저의 요청으로 함께 가서 기분전환하면서 즐거움까지 생깁니다”

△박 여사는 “친구들이 너희 둘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친정생활, 시가생활, 살면서 각가지 사연, 또 정말 남에게 하지 못할 말까지 하고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면서 자매처럼 동질성을 느끼지요. 근간 저가 몸이 편치 않아요. 사돈은 날마다 전화를 한두 차례씩 넣어주니 큰 버팀목이 됩니다. 언제나 큰 힘을 주시는 사돈이 고마워요” 

△금 여사는 “우리는 서로 병원에 갈 때나 시장에 갈 때는 연락해서 함께 가려고 노력하지요.또 계모임에는 언제나 같이 다니니 아는 친구들이 보면 ‘자매 같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그런데 사돈이 몸이 좀 불편해 걱정이 됩니다마는 곧 완쾌되면 어디를 가나 친구처럼 동행자가 될 겁니다. 항상 사돈의 따뜻한 정에 감사드립니다”

전우성 시민기자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