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콘서트 ‘4인사색(四人思索)’

안향, 정도전, 박승임, 황준량 조명
이 시대 선비가 지켜야 할 덕목 강조

2017년 인문도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17 인문도시 영주, 인문학콘서트 ‘사인사색(四人思索)’이 지난달 26일 오후 3시 선비촌 선비문화축제장 특설무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평일 낮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1천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아 2시간 가량 진행된 콘서트를 묵묵히 지켜봤다.

영주미디어가 주관하고 동양대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이 주최하는 이날 콘서트는 개막영상 ‘시민이 선비다’를 상영하고 난 후 건국대 신병주 교수의 ‘안향의 주자학과 정도전의 민본사상’이라는 주제의 짤막특강이 이어졌다.

또, KBS 역사저널 ‘그날’의 최원정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고 역시 ‘그날’ 출연진인 건국대 신병주 교수와 류근 시인, 그리고 동양대 강구율 교수, 개그맨 서경석이 패널로 참석해 매난국죽을 주제로 회헌 안향, 삼봉 정도전, 소고 박승임, 금계 황준량 등 4명의 선비정신과 삶을 조명하는 토크쇼가 진행됐다.

▲시련 속에서도 이상 실현시킨 정도전 매화에 비유
이날 콘서트에서 신병주 교수는 “시련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이상을 실현시킨 정도전이야말로 이른 봄,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와 닮았다”며 삼봉 정도전을 매화에 비유했다.

개그맨 서경석씨가 “정도전은 고향에 대해 논란이 좀 있다. 충북 단양에서도 정도전이 자기 지역 출신이라고 하는 걸 본 거 같다”고 말하자 동양대 강구율 교수는 “정도전의 고향은 영주가 맞다”고 못을 박았다. 

강 교수는 “단양에서는 정도전의 호 ‘삼봉’이 단양의 도담삼봉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삼봉은 삼각산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정도전이 쓴 시에도 보면 ‘귀산은 상재의 고향 고을이거니’라는 구절이 있는데 귀산은 영주의 산 이름이고 바로 선조의 분묘가 있는 고을이라고 자기 고향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상재란 고향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안향은 우리나라 선비의 뿌리
개그맨 서경석씨는 안향과 관련한 준비한 영상을 보여준 뒤 “안향은 우리나라 선비의 뿌리와 같은 인물이다.

안향이 성리학을 연구하고 인재를 키워내지 않았다면 정도전과 같은 인물들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리는 난초와 정말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회헌안향선생을 난초에 비유했다.

강구율 교수는 “고려 말 개혁 정치를 주도했던 수많은 선비들이 나올 수 있었던 건 모두 안향이 성리학을 고려에 전파시키고 제자들에게 키워냈기 때문”이라며 “안향에서 시작된 학맥은 정도전의 스승인 목은 이색, 그 제자인 정몽주, 정도전으로 이어지고 조선시대엔 조광조, 퇴계 이황, 율곡 이이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승임의 청렴함과 절개에 얽힌 일화
류근 시인은 소고 박승임 선생을 국화에 비유한 뒤 “40여 년 정도 벼슬 생활을 했는데 얼마나 청빈하게 살았는지 그의 성품을 알 수 있는 시가 남아 있다”며 소고선생이 남긴 ‘시월의 비’라는 시를 소개했다. 이 시는 ‘궁한 선비 가난하여 단벌 옷 뿐이라’, ‘빈 칸 방에 불 못 때니 얼음장 같고’, ‘깨진 잔에 거미줄 친 것 민망스레 본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병주 교수는 “방에 불도 못 때고 잔에 거미줄이 쳐질 정도로 먹을 것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박승임은 벼슬살이 하는 동안 자기 집조차 갖지 못하고 셋방을 전전했고 게다가 사람들이 재상댁인 걸 모를 정도로 문 앞이 늘 조용했다고 한다. 그 얘긴 결국, 청탁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청렴함이 잘 드러나는 일화”라고 소개했다.

강구율 교수도 “1569년(선조 2)에 박승임이 사신 일행으로 명나라 수도에 간적 있는데 조선 사신이 바뀐 예법을 모르고 실수를 해 명나라 관리의 노여움을 사게 됐다”며 “그래서 명나라 관리는 일부러 조선 사신의 위치를 낮춰서 서게 했다.

여기에 박승임이 강력하게 항의해서 다시 위치를 바로 잡기도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류근 시인은 “국화는 늦가을 첫 추위를 이겨내며 피는 꽃”이라며 “다른 꽃들이 대부분 시들고 난 후 서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국화를 인고와 절개의 상징이라고도 한다. 외압에 굴하지 않고 굳은 의지를 가지고 소신껏 살았던 박승임과 정말 잘 어울리는 꽃”이라고 비유했다.

▲ 퇴계가 제자의 행장을 직접 지은 이유는
신병주 교수는 매난국죽 중 대나무로 배유된 금계 황준량에 대해 “정말 백성을 사랑하는 선비였다”고 강조했다.

신교수는 “황준량은 ‘백성이 관의 근본이고 관이 피폐한 백성을 위해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바엔 있을 이유가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런 점에선 백성이 근본이라 생각한 정도전과도 비슷하다. 황준량은 모함을 받고 외직을 떠돌며 목민관 생활을 오래 했는데, 이때 자기 정치 철학을 실천해 나갔다”고 소개했다.

강구율 교수는 “황준량은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 공부했고 재능이 출중해 퇴계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다. ‘영주에는 소고 박승임이 있고, 풍기에는 금계 황준량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라며 “조선시대 사람이 죽으면 ‘행장’이라고 해서 그의 생애에 관해 글을 지었는데, 황준량의 행장은 이례적으로 스승인 퇴계 이황이 썼다. 얼마나 제자를 아꼈으면 황준량의 행장을 썼겠나”라고 퇴계와의 인연에 대해 설명했다.

▲황준량 애민정신 담긴 ‘단양진폐 10조’ 소개 ‘눈길’ 
강 교수는 또 “대나무는 모든 식물의 잎이 떨어지는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을 계속 유지하기 때문에 바르고, 곧은 것이 군자의 품성에 자주 비유된다. 황준량이 딱 그런 인물이었다”며 단양진폐소 10조상소문을 소개했다. 이 상소문은 황준량이 명종 12년(1557)에 단양군수로 있을 때 당시 백성들의 삶이 너무 어렵다보니 세금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인 걸 알고 단양의 폐단을 알리는 10개 조항이란 의미의 ‘단양진폐소 10조 상소문’을 올렸다. 

신 교수는 이 상소문에 대해 “그 글이 어찌나 절절했던지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황준량의 상소를 읽은 사신(史臣)도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는 자라면 그 글을 다 읽기도 전에 목이 메이게 될 것이다’라고 했고 명종도 ‘나라를 걱정하고 임금을 사랑하고 백성을 위하는 정성이 아닌 것이 없으니 아름답게 여긴다’고 기록돼 있다”고 소개했다. 

강 교수는 “제갈량의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고 금계의 단양진폐소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목민관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며 금계를 높게 평가했다.

사회를 본 최원정 아나운서는 “정도전, 안향, 박승임, 황준량 영주 출신 네 분 선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선비란 무엇인지, 어떤 시대적 책임을 가진 사람들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콘서트는 패널들의 토크쇼 외에도 가수 김연숙씨가 ‘그날’과 ‘숨어우는 바람소리’, 박정식씨가 ‘천년바위’, 채연이 ‘바람의 소원’ 등의 노래를 불러 콘서트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가수 김연숙 공연
가수 박정식 공연
모듬북단 락앤락 식전 공연
모듬북단 락앤락 식전 공연
서현제 이사장 인사말
콘서트 인파
콘서트 주요내빈
콘서트 주요내빈
장욱현 시장 인사
한국선비연구원 정범진 원장 인사
김만용 사회
사인사색
사인사색 패널 인사
사인사색 패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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