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영주 사람이 된 그들에게 영주를 묻다[5]풍기읍 왕위에씨

한국에서, 영주에서 살기를 선택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 결혼 전과 후, 최소 두 국가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피부로 느낀 영주는 어떠한 곳일까. 정착단계부터 영주의 변화를 바라봐 온 그들에게 물었다. [편집자주]

문화센터와 쾌적한 공원 많아졌으면
일자리 생기고 도로환경도 개선되길

중국 북경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한 왕위에(29)씨는 2009년 10월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작은아버지의 권유로 승무원에 대한 꿈을 안고 이듬해 동양대학교 항공비서학과에 입학했다.

승무원이 되고 싶어 미국, 영국으로의 유학도 생각했지만 부모님의 걱정에 가까운 나라 한국으로 택했다. 한국에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그녀, 영주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풍기에 정착했다.

▲풍기에 머물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언어의 장벽까지 그녀는 모든 것이 두렵기만 했다. 한국말도 전혀 못하는 상태로 입학해 처음에는 학교와 기숙사만 오갔다. 하지만 적응을 위해 동양대 어학원에서 말을 배우고 밤낮으로 연습했다. 이런 노력이 이어져 1학기가 지날 시점에서야 지낼만 했단다.

“교수님이 중국어를 못하셔서 영어로 소통했어요. 친구들도 많은 도움을 줬죠. 처음에는 어려워 사람을 되도록 덜 만나려고 마트만 갔지만 나중에는 배달도 시켜먹을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의 남편은 풍기의 한 미용실에서 처음 만났다. 한 살 연상인 남편은 군대를 제대하고 일하러 가기 전 커트를 하기 위해 왔고 그녀는 단골 미용실에 머리정리를 위해 방문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로 발전한 그들은 지역은 물론 한국 곳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5년 연애를 했어요. 친구로 서로의 집에도 놀러가고 주말이면 소백산 등산이나 죽령계곡, 삼가동으로 운동도 갔어요. 소수서원, 선비촌에서 커피도 마시고 부석사에 꽃구경도 갔지요”

그녀는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청풍명월을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봄이면 삼가동 가는 길은 도로가 한적하고 예쁘게 핀 벚꽃으로 아름다웠다고 회상했다.

그들은 2015년 약혼을 하고 특별한 경험을 했단다. 한국선비문화축제에서 전통혼례 행렬에 신랑신부 모델로 참가했던 것. 그때 남다른 기분이었다는 그녀는 미리 경험한 결혼식 후 지난해 2월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연인에서 부부로 풍기에 정착했다.

▲생활 속 영주이야기

처음 마주한 한국에서 1년 동안은 라면과 계란이 주 음식이었다. 중국에서 건너온 음식이 있어 다행이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적응해 나가야했다. 음식을 해본 적 없던 그녀는 결혼 후 요리를 잘하는 시어머니의 음식에 반했단다. 지금은 김치찌개, 오삼불고기, 갈비찜도 뚝딱, 요리책만 있으면 어떤 음식이든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결혼과 동시에 임신, 출산을 경험한 그녀는 육아를 하며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단다. 젊은 세대의 출산, 육아방식을 수긍해주고 도와주는 시어머니와 친정부모가 곁에 있어 좋다는 그녀. 지난해 겨울,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 6개월 차 초보엄마이다.

“아이와 함께 가족이 조용하게 쉴 수 있는 쾌적한 공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주에는 문화센터가 홈플러스에만 있어 거기만가던데 곳곳에 유아를 위한 문화센터가 생겼으면 합니다”

학교 다닐 때 불편했던 교통버스 시간표도 개선돼 다행이라는 그녀는 공연, 문화행사에 대한 정보도 잘 안내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젠 안동보다 좋은 영화관이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도 이뤄질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안전한 도로환경으로

이날 그녀는 결혼식 전날 자신이 경험한 일을 전하면서 교통안전에 대한 아쉬움과 바람을 전했다.

“안개가 심한 날이었어요. 자동차전용도로로 운전하면서 차선을 변경했어요. 도로가 파여있던 것을 못보고 지나치게 됐는데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교체했죠. 얼마나 놀랐던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다독였어요”

영주시내는 주차단속을 매일하는 것으로 안다는 그녀는 도로 점검은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시내지역에 주차공간도 부족해 주차장마련이 시급해 보인단다. 또 도로와 인도가 울퉁불퉁한 곳이 많아 운전할 때도, 걸을 때도 불편해 개선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동양대에서 박사과정으로 한중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그녀는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전문적인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바람이다.

“대도시처럼 외국인에게도 기회가 제공되길 바랍니다. 기회가 열리면 영주에서 살아가는 희망이 더 많아지겠지요?”

윤애옥/김은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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