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敬)의 의미

본지는 우리고장의 정체성인 선비정신을 현대에서도 계승 발전시키고자 선비정신 실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 개발한 현대적 선비정신실천매뉴얼의 내용을 토대로 매주 선비정신 실천과 관련한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우리는 경(敬)을 보통 ‘공경’의 의미로 사용합니다. 물론 경(敬)에는 공경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본래의 의미는 공경의 의미보다는 나의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최초의 옥편이라고 할 수 있는 '설문해자'에서 허신은 敬을 ‘숙(肅)’자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肅자의 의미는 손에 수건을 들고 깊은 못 위에서 일을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매우 두려워하며 조심하여 깊은 못에 임하듯이 삼가고 조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공경한다는 의미가 파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공경한다는 의미의 경(敬)은 공손하다는 공(恭)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기'에서 “빈객은 恭을 주로 하고, 제사는 敬을 주로 한다”고 했습니다. 즉, 恭은 손님을 대할 때와 같은 공손한 태도이고, 敬은 제사를 모실 때와 같은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가짐인 것입니다. 또한 '性理大全'에서는 공과 경의 관계에 대하여, “공은 경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고, 경은 공이 마음에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공(恭)은 바깥으로 드러난 것으로 용모를 엄정하고 단정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 경은 그러한 용모를 드러내기 위한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논어'에서 공자가 말한 ‘修己以敬’은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닦는다’는 뜻이 되며, '주역'의 ‘敬以直內’는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가짐으로 내면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 됩니다.

마음가짐으로서의 경(敬)은 송나라 시대 성리학에 이르러 수양론의 핵심문제로 발전하여,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밖으로 대상을 대하는 일체 행위의 준거가 됐습니다. 정이(程이)는 경을 “마음을 한곳으로 집중하여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主一無適)”라고 정의했으며, 주자(朱子)는 이를 계승 발전시켜 “정제하고 엄숙하는 것이 마음을 한곳으로 집중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경(敬)이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말 안향선생이 주자학을 도입하면서 “자기 수양은 반드시 경으로써 해야 한다(修己必敬)”라고 하여 수양론적 의미에서의 敬論을 최초로 제기했습니다.

조선 중기에 풍기군수로 부임하여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주세붕은 '죽계지'에서, “회헌 안향이 출현하여 회암 주희의 유상을 받들며 敬學을 제창하여 그 향할 곳을 가르쳐 준 이후에야 선비들이 비로소 주돈이와 정이·정호가 공맹(孔孟)의 종지를 얻은 것을 알아 그 연원이 동방에 성행하게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주세붕은 경(敬)을 주자 성리학 수양의 핵심이며 안향선생의 핵심사상으로 파악하였기 때문에 소수서원을 드나드는 유생들에게 그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서원의 정문 옆 죽계천의 바위에 ‘敬’자를 바위에 새긴 것입니다.

자기수양을 敬으로 한다는 것은 풍기군수로 부임하여 백운동서원을 최초의 사액서원(소수서원)으로 만든 퇴계 이황과 초야에서 학문 연구와 제자 양성으로 참된 선비의 길을 실천하였던 하서 김인후, 남명 조식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대부분 주자의 敬論을 수용하여 경을 자기수양의 핵심내용으로 삼았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습니까?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하여 생각한다는 경(敬)의 정신으로 내가 추구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가치가 혼재하여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고 방황하는 것이 현대인의 삶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경(敬)의 진정한 의미를 바탕으로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대입니다. 이렇게 할 때 나의 삶이 보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