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에 첫 버스 들어오던 날

마을주민들 설렘 감추지 않아
풍기 산법리, 안정 옹암리, 이산 신천리
첫 버스 운행 시작...버스 개통 자축

“첫 버스가 들어오는 날 풍기읍내에 가서 머리를 하려고 손꼽아 기다렸지. 영감한테 머리하면 알아보겠냐는 농담도 하고 왔어”

지난 1일 안정면 옹암리에 첫 버스가 들어오던 날, 추운 겨울바람에도 옷깃을 여미며 기다리던 김수연(75) 어르신은 마을주민들과 함께 설렘을 감추질 못했다.

주민 이영자(68) 씨는 “젊은 날에는 반시간이면 걸어서 버스가 서는 곳까지 갔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오토바이나 트럭을 타고 나갔다”고 지난날을 회상하며 버스가 들어올 도로를 쳐다봤다.

남분예(82) 어르신은 “그동안 남의 차를 타고 영주나 풍기에 갔는데 집에 올 때 택시를 타면 영주는 1만원, 풍기는 8천 원 가량을 주고 다녔다”며 “오늘 버스를 타고 노선도 알아볼 예정이다. 오전 10시경 마을에서 출발하면 오후 4시 40분쯤 다시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있다는데 남는 시간을 병원에서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오전 10시쯤, (사)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영주지회 김대동 기사가 운전한 22-1 시내버스는 오전 9시 40분 버스터미널을 출발해 안정면 옹암리 마을 입구에서 멈췄다.

김재규 이장과 주민들은 장욱현 시장을 비롯한 기관단체장과 관계자들이 전하는 인사를 받으며 안전을 위한 기원제를 올렸고 윤경식 부녀회장이 버스기사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후 마을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운행한 버스는 주민 30여명을 태우고 풍기로 향했다.

이렇게 첫 버스를 만나는 설렘은 풍기읍 산법리와 이산면 신천리 주민들에게도 있었다. 그동안 농촌마을에 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불편을 겪어왔던 주민들은 버스개통을 자축했다.

풍기읍 산법리, 안정면 옹암리, 이산면 신천리 등 3개 마을은 주민등록상 295세대에 515명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마을로 마을길이 좁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운행되지 않아 나이가 많은 주민들이 교통 불편을 호소해 왔다.

이에 시는 주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도로 확포장공사 등으로 도로 여건을 개선하고 버스 노선을 추가해 오전과 오후 각 1회씩 운행하기로 했다.

안정면 옹암리 김재규 이장은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해줘 영주시와 영주여객 관계자에게 감사하다”며 “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어르신들이 병원에 가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이제는 한시름 놓았다”며 마을대표로 감사함을 전했다.

풍기읍 산법리 박상기 이장과 이산면 신천2리 손증준 이장도 “마을로 버스가 들어오는 것이 주민들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다”며 관계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장욱현 시장은 “불편한 교통편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길 바라고 교통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의 실질적인 복지체감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버스개통이 노선조정 등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령의 어르신이나 몸이 불편한 주민들의 이동편의를 위해 시간조정과 버스시간을 추가하는 것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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