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고장의 정체성인 선비정신을 현대에서도 계승 발전시키고자 선비정신 실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 개발한 현대적 선비정신실천매뉴얼의 내용을 토대로 매주 선비정신 실천과 관련한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명절 때가 되면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가 처가와 관련한 체면치레입니다. 처가를 언제 들러야 하느냐 그리고 어느 정도 비중을 두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 한번쯤은 고민을 하였을 것입니다. 특히 처가 쪽에 초상이 났을 경우에는 어느 선까지 알려야 하는지 고민을 하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남자에게 있어서 처가는 어떤 의미일까요? ‘사위도 아들’이라는 말도 있고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혼인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졌다고 봅니다. 혼인 후에도 자신의 성(姓)을 그대로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제외하고는 흔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삼국시대부터 이러한 습관을 유지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혼인을 하더라도 친정의 일부라는 강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려시대까지는 남자가 처갓집에 가서 혼례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장가를 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중국의 혼인은 육례(六禮)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 마지막 절차가 친영(親迎)으로 남편이 처가 집에 가서 아내될 사람을 맞이하여 본가로 와서 혼례를 치르는 것입니다.

조선은 유학을 기본 이념으로 한 국가로 주자가례를 토대로 사회풍습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결과 통과의례의 다른 부분은 주자가례에 의해 행해졌으나 혼인풍습만은 바꾸어지지 않고 고래의 풍습이 유지됐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위는 자식이라는 관념이 조선 초기에는 계속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들어 장자상속제가 정착이 되고 노론과 소론, 남인 간의 당색이 분명해지고 붕당간의 권력을 둘러싼 싸움이 격화되면서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는 풍습이 생겨나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의식이 강화됐습니다. 즉 혼인을 통해 아내는 친정을 떠나 완전히 시댁의 사람, 소위 시댁 귀신이 되는 것이지요.

지금 사위는 자식입니까 백년손님입니까? 근래에는 처가도 본가와 마찬가지의 의미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위는 당연히 자식이고 장인과 장모님도 나의 부모님과 같은 의미를 갖는 분일 것입니다. 따라서 처가에 대한 효도 본가의 부모님에 준해서 행하는 것이 현대적 의미에서 처가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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