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문정경로당’에 다시 가보니

 

따뜻한 잠자리와 1천원의 행복한 식사

2013년 보도 이후 어르신의 보금자리로
김난조 부녀회장, 책임감으로 약속 지켜나가

 

▲ 부녀회장 김난조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외롭고 쓸쓸한데 여기 오면 함께 어울리니 좋아”

올해 96세가 되는 정출례 어르신은 열다섯에 문정동(가흥1동)으로 시집와 평생을 살았다.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온 세월이 80여년. 경로당 최고 어른이 된 지금, 홀로 외로운 나날은 없다.

이는 문정경로당 어르신들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을 보내고 노년의 몸으로 혼자 생활하는 지금은 경로당에서 이웃들과 즐겁게 옛 이야기와 놀이로 함께 어우러지면서 맛난 음식도 나눠먹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르신들이 식사도 거르지 않고 따뜻한 잠자리까지 할 수 있는데는 부녀회장인 김난조씨의 오랜 노력이 있다.

▲행정지원 없이 만든 지역공동체
2013년 3월 본지(415호 신문)는 ‘가흥동 문정경로당이 북적이는 이유는’이란 제목으로 마을 어르신들에게 3년간 식사를 제공해 온 김난조 부녀회장과 더불어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을 소개한 바 있다.

영주시는 2014년 하반기부터 65세 이상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주거의집(그룹 홈)’ 운영을 위한 참여 희망마을 신청을 받았다. ‘함께하는 나눔 복지’로 시작한 이 사업에는 2015년 2억1천만 원, 2016년 1억9천600만원이 소요됐다. 하지만 첫 운영의 행복한 겉모습은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고 갈등을 양산시키면서 일부지역의 경우 운영을 접거나 허울뿐인 모습으로 남고 있다.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한 집에서 함께 모여 살기를 선택하고 있는 공동거주의 집은 현재 5곳. 운영시작에 앞서 마을의 경로당에는 붙박이장과 싱크대 설치, 화장실 보수 등이 이뤄지고 이후 부식비, 전기료, 전화료 등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정경로당은 공동주거의집 등의 지원혜택이 없어도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내 경로당 중의 한곳이다.

지난 2일 4년여 만에 방문한 문정경로당,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새해를 맞아 윷놀이도 하고 고기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만두도 빚고 떡국을 끓여 서로 나눠먹었다. 2013년 당시 20여명에 가까운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았다면 4년이 지난 이날은 11명의 어르신이 맞아 줬다.

김 부녀회장은 “2013년에는 어르신이 70여명이 있었지만 많이 돌아가셔서 40명이 조금 넘는 인원만 남았다”며 “동절기에는 자녀들에게 가시는 분들도 있는데 대부분 경로당에 모여 식사를 함께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김 부녀회장의 권유로 정출례 어르신을 비롯해 5명의 어르신이 식사와 숙식을 함께 하고 있다. 정씨 어르신은 “집에서 잘 때는 사람들이 그리워 아침 일찍 보행기를 끌고 1등으로 경로당에 온다”고 말했다.

다른 어르신들도 “혼자 집에 있으면 외로운 마음이 들고 밥도 잘 안 먹고 몸도 더 아픈 것 같다”며 “함께 있으니 춥지 않고 잠도 잘 오고 재미가 있다”며 서로 한바탕 웃으신다.

 

▲부녀회장이 지켜온 약속김 부녀회장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어르신들의 식사를 위해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놓는다. 영주시나 노인회에서 지원하는 비용은 사용하지 않고 어르신들에게 하루 식비로 1천원 씩을 받아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있다.

도윤남(80) 어르신은 “무료로 먹기보다 주민들이 1천원이라는 작은 금액이라도 내고 먹기 때문에 오래 동안 다함께 밥을 먹고 함께 어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부녀회장이 중심이 돼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고 음식도 마련해 주니 화합도 더 잘되고 서로 이해도 하면서 생활하게 된다”고 말했다.

1년 중 떡국과 팥죽 등을 먹는 날에는 1천원을 받지 않는다. 문정경로당에는 평일 인근 지역 아파트 주민들이나 경로당 앞을 지나는 사람들도 1천원을 내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김 부녀회장은 “지원금은 일체 없고 식사를 하는 주민들이 1천원을 낸 비용으로 운영을 한다”면서 “하지만 한 달이면 1만7천원에서 최고 3만 원 정도만 들어와 1년에 30여만 원의 적자운영으로 어려움도 있다”고 했다.

가흥1동 13통 정병호 통장은 “초창기인 2011년, 2012년까지 주변의 편견과 오해들로 어려움이 많았었지만 부녀회장이 어르신들을 위해 잘 이끌어왔다”며 “공동주거의 집을 신청하라고 했지만 연로한 어르신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이 아닌 것 같다면서 어렵지만 지금의 운영을 고집하고 있다.

현재 물이 새는 싱크대 교체가 시급한데 주방환경이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난조 부녀회장은 “지금까지 잘 이어온 데는 통장님과 어르신들이 직접 농사를 지은 식재료를 지원해주고 도움을 줬기에 가능했다”며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더불어 오래사시는 것이 바람이다. 마지막 1명의 어르신이 계시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앞으로도 이를 지켜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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