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향기네 쌀가게 사람들

부모님은 농사 지어 바우실 정미소에서 도정하고
두 딸과 아들 향기네 쌀가게 열어 신세대 유통 판매

쌀독에서 나오는 ‘향기’가 알알이 영근 벼 이삭을 들고 얼굴을 내밀고 있다. 시내 문화의 거리 미스터피자 맞은편에 위치한 ‘향기네 쌀가게’의 간판 이미지다.

향기네 쌀가게의 캐릭터 주인공은 주인장 권지순씨의 둘째딸 향기다. 가게 이름을 고민하다가 쌀과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가족들 반응에 ‘향기네 쌀가게’가 됐다고 한다.

▲ 쌀가게 주인장들
‘향기네 쌀가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장수면 갈산2리 바우실 정미소에서 도정한 것이다. 물론 장수에서 아버지 권탁현(67)씨가 직접 농사를 지은 것들이다.

영주동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향기네 쌀가게’ 주인장 권지순(38)씨는 권탁현, 최복연씨의 셋째딸이다. 맏딸은 안산에서 ‘향기네 쌀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막내 지수(37)씨는 바우실 정미소에서 본점 업무를 맡고 있다. 교사인 둘째만 쌀가게 일을 맡지 않고 있다.

2012년 서울에서 영주로 내려와 직장을 다니던 막내 지수씨가 누나인 지순씨에게 의견을 내면서 휴천동에서 쌀가게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수씨 마저 직장을 그만두고 쌀장사로 뛰어들었다. 지난 1월에는 안산에 있는 큰딸까지 쌀가게를 열었고 지순씨는 5월에 휴천동에서 영주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머니 최복연씨는 “처음에 쌀가게 한다고 해서 얼마나 말렸는지 모른다. 남는 거 없는 장사인거 뻔히 아는데 어떻게 하라고 하겠느냐. 그런데 아들마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쌀장사에 뛰어들었다”며 “걱정은 되지만 서로 도와가며 조금씩 가게를 키우는 것 보면 장하다. 젊은 사람들은 우리랑은 좀 다르다”고 말했다.

지수씨는 “남극에서 에어컨 판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방법은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차별화된 판매
‘향기네 쌀가게’에서는 쌀, 찹쌀, 현미, 콩, 메주콩, 팥, 땅콩 등 아버지가 농사지은 것으로 100g, 400g, 1Kg 등 소포장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스승의 날엔 ‘쌀 카네이션’이라는 선물세트를 만들어 판매했다. 100g소포장으로 곡식을 넣고 카네이션을 달아 선물용으로 준비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쌀화환 등은 꽃집을 중심으로 이미 대중화됐지만 쌀 카네이션이나 돌잔치 답례품 등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신세대 사고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다.

지순씨는 “쌀카네이션 세트를 처음 만들 때 공방에서 꽃을 샀더니 비싸서 직접 만들었다”며 “당시 셋째를 임신하고 있어서 꽃 만드는 모습을 본 엄마가 배를 끌어안고 꽃을 만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고 어려웠던 사업 초창기를 회상했다.

돌잔치 답례품, 개업, 결혼식 쌀화환 등 다양하게 주문이 들어온다. 어르신들은 도정 날짜를 꼭 확인하고 사간다고 한다. 맛있는 밥맛을 위해서 가급적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도정을 할수있는 것도 향기네 쌀가게의 장점이다.

최근에는 독특한 판매방식 때문에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서 체험을 오기도 한다. 잡곡을 이용해 미숫가루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고 지인이 직접 채취한 꿀과 여주산 쌀독도 구입이 가능하다. 섬으로 택배를 보내느라 운송비가 더 들기도 하고 쌀벌레가 생긴 쌀은 즉시 교환을 해주고 있다.

인터넷 주문판매가 늘고 있는 요즘 향기네 쌀가게 사람들은 조금 더 나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에 골몰하고 있다.

▲ 함께해서 행복하다
도정이 끝나고 나면 어머니는 쌀눈을 모은다. 이유식으로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지순씨는 오전에는 선물세트포장 작업을 하고 아버지와 동생이 있는 정미소도 돌아본다. 셋째는 시어머니가 돌봐줘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어린이 집을 보내지만 가급적 저녁 6시면 퇴근을 한다고 한다.

어머니 최씨는 “지순이가 새벽에 일어나서 집에 와, 두어 시간 일해주고 간다. 바쁘게 집에 돌아가서 애들 학교랑 어린이집 보내고 신랑 출근시키고 가게 문을 연다.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며 딸 자랑을 했다.

지순씨는 “우리가 직접 농사지은 쌀로 제대로 만든 제품”이라며 “제품이나 밥맛도 결코 뒤지지않는다. 앞으로도 다양한 선물세트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