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영주동산고 권혁기 교사

38년 교직 생활 마감...이달 퇴직
문화활동, 시민운동, 종교인으로 활동

그는 항상 열정이 넘친다. 남들이 주저하는 순간에도 빠른 결단력을 통해 당초 계획됐던 일들을 차질없이 추진한다.

권혁기씨(62.동산고 교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평교사로 38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오는 31일 정년 퇴임하는 권씨는 영주라는 지역사회속에서 사회복지 확대와 시민사회를 한층 더 성숙시킨 인물로 통한다.

특히 ‘봉사’라는 개념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았던 90년대 초반 지역사회에서 ‘봉사’의 개념을 확산시켜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평교사로서의 삶
안동이 고향인 권 교사는 1978년 경남 진해상고에서 2년 동안 근무한 뒤 1980년 영주동산고에 부임해 36년 동안 교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한시간 일찍 출근해 교문에서 학생들과 아침인사 지도를 해온 것은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졸업생들에게 그 모습이 각인돼 있다. 인사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적인 활동을 해온 것이다.

20년간 연극과 농악지도교사로 활동하면서 88서울 올림픽 당시 우리지역 영주의 민속놀이인 용꼬리따기 지도교사로 참여해 교육부장관 표창과 올림픽 기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특히 중소기업청에서 실업계 고교생들에게 학교시절부터 비즈니스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창업교육 프로그램인 ‘비즈쿨’은 상당한 교육적 성과를 내면서 제도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Business)와 ‘스쿨’(School)의 합성어인 비즈쿨은 창업 동아리 운영을 원하는 전국 실업계 고교의 신청을 받아 각 시도교육청과 중소기업청이 대상 학교를 선정한 뒤 3년 동안 일정한 금액의 창업 지원금(창업 동아리 운영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산고는 ‘비즈쿨’ 학교 운영 12년째 접어든 지난 2014년에는 대구경북 ‘비즈쿨’ 선도학교로 선정되면서 실업계고교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아 교육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구 경북 비즈쿨 25개교 회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연간 6천만원 예산을 지원받아 동산고 학생들에게 비즈쿨 마인드 함양에 노력해 왔고 2014년과 2015년은 250개 학교로 이뤄져 있는 전국 비즈쿨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전국적인 위상을 정립하는데도 기여해 왔다.

▲시민운동가와 문화인의 삶
우리고장의 대표적인 순수 민간 문화단체인 사단법인 영주문화연구회가 1990년 창립될 때 창립멤버로 참여해 문화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부터 인기있는 문화프로그램 중 하나인 고을나들이 추진위원장을 맡아 지역구석구석의 문화현장을 누볐다. 2003년부터는 4대 회장을 맡아 서천둔치 야외영화제, 서천 강수욕축제 등을 주도하면서 문화단체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현대사회는 삶의 가치가 경제적인 부분에만 치우쳐져 남을 배려하는 마음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어 문화활동을 통해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열정의 연장선상에서 2000년 후반 우리고장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영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영주철도청 지사화 계획반대 운동, 국방관련기관유치 운동 등 지역현안 해결에도 앞장서 왔다.

▲봉사인으로써의 삶
평교사, 문화단체 회장, 시민단체 실무자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평생동안 빠지지 않고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다. 평생 ‘봉사’에 몸담아 온 탓에 지역내 많은 어르신들이 그를 ‘부학장님’이라고 부른다.

1992년 휴천동 천주교회 노인대학 설립 당시 2년동안 교무처장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그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22년째 영주종합사회복지관 부설 은빚대학교 부학장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무려 25년 동안 노인대학에서 봉사활동을 주도해오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영주동산고에서 조차 노인대학의 수업이 이뤄지는 매주 목요일 오전수업을 빼 줄 정도로 그의 봉사활동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이 노인복지와 평생교육 차원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인 ‘은빛대학교’와 ‘은빛대학원’은 매년 입학 경쟁률이 높아 절반이상이 탈락할 정도로 위상이 높다.

2000년에 창립된 영주시노인대학연합회 창립도 그가 주도했다. 영주관내 9개 노인대학 1천700여명으로 이뤄진 노인대학 연합회에서 사무국장을 맡아 올해까지 16년째 노인대학 연합체육대회를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지역 내 모든 노인대학의 참여를 이끌어 냄으로써 종교를 초월해 새로운 노인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신앙인으로써의 삶
그의 굳건하고 식지않는 ‘열정’의 내면에는 독실한 신앙이 자리잡고 있다. 남을 배려하고 이웃을 돌아보는 천주교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바르게 장성해 대기업에 취업한 후 결혼을 앞두고 있던 아들을 잃었을 때도 그를 버티게 했던 힘이 바로 신앙이다.

그가 다니고 있는 천주교 안동교구 휴천동 성당에서 2013년과 올해 사목회장으로 선출돼 활동 중이고 올해 또다시 천주교 안동교구 평신도 협의회 총회장으로 선출됐다. 안동교구에는 안동, 영주, 봉화, 문경, 상주, 의성, 청송, 울진, 춘양 등 북부지역 39개 성당과 66개 공소 그리고 신자 5만 명이 소속돼 있다. 임기 2년의 평협총회장에 선출된 것은 영주지역에서 그가 최초다.

부인 또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영주소백가정문제상담소 이화순 소장이다. 1992년 영주시민대상을 시작으로 경북도지사상, 교육부장관상, 체육부장관상, 영주시장상 등을 수상했다.

권교사는 “평교사로서 38년 정년을 마치고 명예로운 정년퇴임을 하게 된 것은 동료교사들의 배려와 도움과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고 특히 사회 봉사활동과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동료교사에게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는 환경단체를 만들어 영주시민의 젖줄인 서천살리기 운동에 여생을 바칠 예정”이라고 퇴직이후의 삶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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