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탐방[176]전통차·생활도자기 전문점 ‘흙과 나무’

▲ “다른 소도시에 비해 영주는 유난히 차 문화가 발달돼 있는 것 같다”는 김춘순 대표, 가히 선비의 도시다운 면모를 자랑하는 ‘힐링 영주’의 시민이라면 나무 늘보를 롤모델 삼아 느리게 살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느리게 살아보는 삶
자연스럽게 익히고 실천

▲ 김춘순 대표

최근 몇 년 간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카페에서도 차를 판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아는지 모르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문대 앞에만 서면 습관처럼 ‘아메리카노’를 외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어 한 가지, ‘아이스’

드라마 속 차도남, 차도녀로 변신하고 싶은 욕망에 달콤 씁쓸한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계속 먹다보면 조금 질리는 때가 온다.

그때 다시 주문대 앞에 선 우린 낯선 새로움을 찾아 눈을 굴리게 된다.

호기롭게 말을 꺼내기엔 맛이 없을 것만 같지만 호기심에 한 번쯤 불러보는 단어, 그렇게 차에 관심을 두는 순간 당신의 손은 도자기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어서와, 다도(茶道)는 처음이지?
적당히 멋도 부리고 빠르게 원샷도 가능한 아이스 커피, 그만의 매력도 충분하지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우려내는 차의 진한 맛도 상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도시 느낌보다는 다소곳하게 차려입은 한복이 떠오르는 차는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날 수 없다.

2004년 창업해 얼마 전 신한은행 옆으로 이사온 ‘흙과 나무’의 대표 김춘순씨도 그랬다. 처음엔 차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왜 저런 걸 하나...’ 생각했지만 차를 접하고, 취미를 들이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전통차 전문점까지 운영하게 됐다.

“차를 마시면 일단 마음이 편안해지죠.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영주의 힐링 브랜드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힐링이 대세인 요즘, 선비의 도시에서 역설적이게도 빠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차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김 대표는 “‘빨리’ 문화가 현대에 많다”며 “차를 하는 사람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느리게 사는 삶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고 실천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차는 많은 장점이 있다. 사실 일일이 나열하면 끝도 없다. 하지만 차의 장점만큼 많은 것이 다도의 순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도를 마냥 어렵게만 생각한다. 옷도 갖추고, 도구를 준비하고, 복잡한 예절도 하나하나 지켜야하니 다도를 멀리할 수 밖에.

김 대표는 “이젠 청바지를 입고도 차를 즐길 수 있게 다도를 현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엔 유치원생도 배울 만큼 쉬운 다도가 널리 퍼져있으니 이렇게 모두가 느린 삶을 살다가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영주의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도자기쇼, 진품명품
담백하고 무지의 맛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차를 마시는 데 도자기가 빠지면 섭섭하다. 사실 이곳은 전통차뿐 아니라 생활도자기와 다기, 목가구도 찾아볼 수 있다. 도자기의 경우 이름만 대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경남, 여주, 문경 등지의 명인들이 만든 수공예품이라니 몸값도 상당하다.

게다가 이곳의 도자기는 장작가마로 만든다. 일반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스님들은 같은 차를 여러 종류의 잔으로 마셔보면 장작가마로 만든 다기의 미묘한 차이를 느낀다고 하니 뭔가 있어보이려면 이런 도자기 하나쯤 소유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물론 가격이 공산품보단 높아 젊은 부부보다는 4,50대 이상의 생활에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이중에는 도자기를 하나씩 소장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도 있고 다도를 많이 공부한 사람도 있어 오히려 손님에게 배울 때도 많다. 김 대표는 “여행차 영주를 방문한 손님에게 다른 지역의 다도와 접하지 못한 생소한 차를 배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가게 안에 들어와 나가기까지 손에 뭐든 한 가지를 더 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냥 한번 돌아보고, 정성스레 우린 차를 한 잔하고, 적당히 수다도 떤다. 그

렇게 자연의 향을 물씬 풍기는 목가구 사이에서 차나 손수 갈아낸 드립커피를 즐기다 보면 찻잎 하나를 챙겨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유가 필요할 때 언제든 편하게 찾는, 이곳이 바로 사랑방이다.

차와 도자기가 좋다는 김춘순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이것 위주로 천천히, 느리게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빨리 사는 사람들에게 차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습관처럼 찾는 커피도 좋지만, 힐링이 필요할 때 한번쯤은 담백한 차 한 잔을 떠올려 보는 것이 어떨까.

흙과 나무
전통차, 생활도자기 전문
경북 영주시 번영로 170
☎ 054) 635-9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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