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탐방[175] 전통을 잇는 북한식 냉면 전문점 ‘메밀명가’

함흥vs평양, 행복한 고민의 시작
40년 세월이 담긴 손맛

▲ 우경식 대표
장맛비가 쏟아졌다가도 금세 살이 까맣게 타는 걸 보면 여름이 왔구나 싶다.

꿈쩍을 안 해도 어느새 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무더위를 벗어나고자 태양을 피하는 방법도 알아보고 에어컨 앞의 장승이 돼 미리 겨울체험도 해보지만 몸 속 가득한 열기는 해결할 길이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시원하다 못해 몸이 시린 냉면 한 그릇이다.

뱃속에 뭐가 들었는지 자꾸만 얼음이 끌리는 지금, 마치 자장면과 짬뽕 사이의 갈등처럼 평양과 함흥냉면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이곳 ‘메밀명가’를 찾아보자.

▲ 냉면, 너로 정했다!
영주우체국 옆에 위치한 메밀명가(대표 우경식)는 4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태극당 뒤쪽 골목에 위치한 ‘함흥면옥’에서 10살부터 일하기 시작했다는 우경식 대표는 이북 어르신께 배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냉면으로 한 우물만 팠다. 냉면 한 그릇에 담긴 그의 손맛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 고구마 가루를 사용해 연하고 부드러운 면의 함흥냉면과 메밀에 전분을 섞어 만든 쫄깃한 면의 평양냉면, 두 가지 모두 있는 ‘메밀명가’를 찾아 명인의 세월이 담긴 냉면도 맛보고 전통을 이어가는 그의 노력에 격려와 응원 한마디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
그는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하다보니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도 수백 번도 더 했던 것 같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때마다 우 대표는 ‘이 길이 내 길이다’라는 생각으로 참고 버텨왔다고 한다. 그의 부단한 노력이 많은 시민들을 사로잡는 냉면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꼬맹이 때부터 알았던 어르신들이 자주 찾아와 맛있게 먹고 격려도 해준다”며 “덕분에 음식을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들 외에도 많은 단골손님과 관광객들이 “맛있다”고 칭찬을 할 때면 “그렇게 뿌듯하고 보람차다”며 즐거워했다.

▲ 쫄깃함이냐 부드러움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곳은 ‘메밀명가’라는 상호명에 맞게 메밀을 사용하는 평양식 냉면도 인기지만 ‘함흥면옥’의 명성과 전통을 잇기 위해 고구마를 사용하는 함흥식 냉면도 겸하고 있다.

덕분에 이곳을 찾는 손님의 선택권은 ‘비냉’과 ‘물냉’을 넘어 평양과 함흥으로 넓어진다. 선택 장애가 있다면 꽤나 괴로울 법하다.

물론 진짜 괴로운 건 두 가지 면을 모두 만들어야 하는 우 대표다. 성분 자체가 다른 두 가지 면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서울에서 가져온 메밀가루와 고구마 가루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반죽해야 한다.

하지만 우 대표는 전통식 냉면이라는 자부심 하나만으로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덕분에 이곳을 찾는 손님은 가슴 설레는 북한식 냉면도 맛보고 뜨거운 태양도 이겨낼 수 있다.

우 대표는 “천연 가루로 만들어서 면이 잘 불기 때문에 배달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잘 붇는 면이 소화도 잘 되는 것”이라며 “이 사실을 손님들이 꼭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한 우 대표는 “냉면을 더 맛있게 즐기고자 한다면 찾아와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다만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미리 면을 뽑아두면 맛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문을 받아야 면을 뽑는다. 메밀은 삶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 편이어서 사람이 몰리는 시간이면 꽤나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이곳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다림의 끝에 이곳만의 시원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어디 면뿐이랴? 나도 있소!
이곳은 면 외에 다양한 고기가 냉면의 특별함을 만들어 낸다. 소 양지고기는 육수를 내는데 사용한 뒤 수육을 내서 냉면에 올린다.

그리고 가자미의 새끼인 간자미는 무침으로 회냉면에 올라간다. 육질이 연한 간자미를 숙성시켜 만든 전통식 ‘식혜’는 냉면의 맛을 한층 더 높여준다.

냉면과 은근한 궁합을 자랑하는 만두도 이곳은 조금 다르다. 춘천의 꿩 농장에서 가져온 꿩 고기에 메밀 만두피를 감싸면 ‘메밀명가’만의 메밀찐꿩만두가 탄생한다.

돼지와 소, 닭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한번쯤 꿩의 새로움을 맛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우 대표는 항상 조미료를 배제하고 깔끔함과 담백함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특별한 게 없다는 우 대표는 “이대로 내게 주어진 일과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이 나의 업이라고 생각한다”며 “40년간 해왔듯 변함없이, 자부심을 갖고 유지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들이 희망하면 냉면의 전통을 전수할 계획이라는 우 대표, 결코 쉽진 않겠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40년의 전통이 잘 이어지길 응원해보자.

메밀명가
영주시 중앙로 45 메밀명가
☎ 054) 632-5935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