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폐지 줍는 남자, 휴천1동 이재민 씨

3년 째 남모른 선행 알려져
이웃 도운 일 가족도 모르게

“길을 가다가 몇 년 째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도와 운반하고 정리해주는 사람을 봤어요. 다들 자기 살기도 바쁜데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휴천1동에서 하망동 쪽으로 자주 오가던 한 시민은 이재민(59)씨의 선행을 본지에 알려왔다. 이웃주민들이나 동 주민센터는 물론이고 가족도 모를 만큼 몇 년째 남몰래 어르신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 이재민 씨와 우창육 3통장
지난달 28일 휴천1동 3통장 우창육 씨와 함께 이씨를 그의 집 앞에서 만났다. 순박한 모습의 그는 자신의 행동이 알려진 것에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이날 병원에 다녀오던 이씨의 동생 부부도 그가 해온 선행이 처음 듣는 일이라며 어리둥절해 했다. 3년 동안 이어온 그의 선행. 폐지를 줍던 어머니를 도우면서 어르신 부부를 만났다고 한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어머니와 폐지를 모아 어르신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 회사에 잘 다니던 동생도 뇌종양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정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더 어렵게 폐지를 팔아 생활하는 어르신 부부를 지속적으로 도왔다.

그는 “80세 가까이 된 어르신들인데 폐지를 모아 생활하고 계셨고 정리나 운반이 힘들기 때문에 도와드리기 시작한 것”이라며 “얼마 전부터는 할아버지가 몸이 많이 불편해져 거동을 잘 못해 폐지를 모아 가져다 드리고 정리와 차량연결을 해드린 것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저녁시간 잠이 오지 않으면 2시간가량 폐지를 주워 모아놓고 양이 많아지면 어르신들께 가져다 드린다는 그는 오히려 어르신들께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어르신들의 방문이 뜸하면 놀러 안 오냐고 한다”며 “점심도 주시고 커피, 국수도 삶아주셔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도 작은 일이지만 조용히 어르신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휴천1동 우창육 3통장은 “20년 가까이 지역에서 통장을 맡아 오면서 소소한 일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재민 씨가 자신도 생활이 어렵고 부족한데도 남몰래 이웃을 도와왔다는 말을 듣고 놀라웠다”며 “얼마 전 동생도 많이 아파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난후 긴급지원신청에 대해 알려주고 신청하길 권했었는데 그때도 이런 선행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김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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