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농촌을 살리는 천군만마 귀농인을 만나다[2]단산면 이철희 씨

귀농 바람이 불고 있다. 작물을 경작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영주는 귀농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준비 없는 성공은 없다. 이에 본지는 귀농인들이 성공적으로 영주에 정착 할 수 있게 된 배경을 알아보고 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자 한다. 더불어 귀농인들이 영주발전에 미치는 영향과 마을 사람들과의 화합으로 함께 발전해 나갈 방법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이철희 씨
4년전 사과 꽃에 반해 영주로 귀농
귀농귀촌연합회장 맡아 후배 귀농인 도와

사과꽃으로 맺은 땅
단산면 소백로 금대녹색농촌체험마을을 지나면 사두실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그곳에 2012년 6월 영주에 정착한 이철희(영주시귀농귀촌연합회 회장)씨의 집과 과수원이 있다.

경기도 평택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던 이철희(58), 윤종순(58) 부부는 여행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 씨는 “5월에 영월과 봉화를 들렀다가 영주로 들어서는데 사방에 피어 있는 사과꽃이 너무 예뻤다. 한눈에 반했다. 그래서 바로 부동산에 가서 땅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주변을 구경하고 풍기온천에서 하루 쉬는데 그 다음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와서 지금 이곳을 둘러 보고 바로 계약을 했습니다”

1만300m²(3천평)골짜기에 흐드러지게 핀 사과꽃이 이 회장 부부의 눈과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이다. 천안이 고향인 이씨 부부를 아무 연고도 없는 영주에 자리잡도록 한 것이 바로 오월의 사과꽃이었다.

▲ 이철희 씨 집 전경
농사꾼이 되다
처음에는 평택에서 일을 마치고 금요일 오후 1시쯤 출발해 단산으로 내려왔다. 컨테이너 하우스를 갖다놓고 생활했다고 한다. 농사라는 걸 해 본적이 없었던 이 씨에겐 전 주인이 멘토였다고 한다. 약 사다놓으라는 것만큼 사 놓으면 기계를 가지고 와서 약 치는 것을 가르쳐 줬다고 한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가르쳐 주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약 두 번 치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약 2천700m²(800평)정도를 어르신께 농사지으라고 했다”며 첫 해 첫 농사의 어려움을 말했다. 한 해 동안 어르신이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고 한다.

이웃이야기
이 씨의 농사에 이웃을 빼고 말 할 수 없다. 과수원 멘토였던 어르신(80)을 비롯해 동네 주민들이 대부분 연세 드신 분이라 눈높이를 동네 어르신들께 맞췄다고 한다.

“동네 행사에 무조건 참석해 같이 어울리고 찬조금도 내고, 지나가다가 어르신들이 일하고 있으면 삽질도 해 드리고 점심도 같이 먹었다”며 “귀농인들 중에 현지인들과 갈등이 있어서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먼저 내 마음의 벽을 헐어야 한다. 내 주변에 있는 분들과 친해져야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웃 분들이 집에 감자나 고구마를 갖다놓고 가기도 하고 빵을 사다 두고 가는 분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집에 사다리가 10개 있다. 일하러 오시는 분들이 한꺼번에 오시면 6개 정도는 이웃에 빌리게 된다. 물론 이웃이 필요할 때 우리 집 사다리가 간다”며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귀농이 성공 할 수 있다”고 했다.

▲ 이철희 씨의 과수원
농업기술센터 귀농교육
“처음엔 내가 귀농대상인지 몰랐습니다. 평택 회사를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주소 이전을 하다가 귀농교육을 소개받았는데 그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사과교육을 받았습니다”

시기적으로 맞춤 교육을 해 줘 큰 도움을 받았다고도 했다. 농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는데 멘토 어르신과 영주시농업기술센터의 교육 덕분에 4년차 농업인이 됐다. 열매 솎아내기나 가지치기 등 나무에 대한 교육을 통해 지금은 과수 농사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2013년부터 귀농귀촌교육에 참가했다는 그는 “160명 교육을 받았는데 과정장에 뽑힌 일이 계기가 돼 지난해 연말 창립한 귀농귀촌 연합회 회장을 맡게 됐다”고 했다.

130명의 회원들이 그 모임을 통해 귀농의 애로사항이나 작목재배의 어려움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귀농 가정을 방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귀농귀촌 상담을 받으러 농장을 찾거나 며칠씩 묵어가기도 한다. 이 씨는 집을 새로 건축하면서 예전에 사용하던 컨테이너 하우스를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방문객을 위한 배려다. 이씨는 “귀농은 국내 이민이다.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서 만족할 만한 수확을 얻는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인 만큼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가족의 동의는 아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사과 저장고를 보여주고 있는 이철희 씨
제 2의 삶 귀농
그는 “생산품에 대해 제 가격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 농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며 “첫 해 공판장에 팔러 갔다가 실망을 하고, 바로 지인들을 통한 직판을 했다”고 했다. 과일이 좋다보니 옛날 거래처나 하나로마트 등 매장에서도 인정해준다고 했다. 인테리어 샵과 문화센터 강의를 하던 부인 윤종순씨는 남편을 따라 내려와 현재 금대녹색농촌마을 사무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녹색체험마을을 통해 농민들이 농외소득을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제 꽃눈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2의 인생을 ‘사랑’으로 채우고 싶다는 남편 이씨는 “나무도 사랑해 주는 마음을 안다. 사람에 대한 사랑도 중요하다”며 “우리가 지역에서 많은 것을 받았으니 또 나누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