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농촌을 살리는 천군만마 귀농인을 만나다[1] 부석사 가는 길에 시골농부 권준호 씨

귀농 바람이 불고 있다. 작물을 경작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영주는 귀농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준비 없는 성공은 없다. 이에 본지는 귀농인들이 성공적으로 영주에 정착 할 수 있게 된 배경을 알아보고 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자 한다. 더불어 귀농인들이 영주발전에 미치는 영향과 마을 사람들과의 화합으로 함께 발전해 나갈 방법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생산에 이어 가공사업으로 승부
마을기업도 준비 중

▲ 영주로의 귀농

부석면 회전교차로에서 콩세계과학관과 부석사로 가는 길을 달리다보면 오른쪽에 작은 푯말이 보인다.

‘부석사 가는 길에 시골농부’ 그곳에는 영주를 찾아 귀농한 권준호씨의 블루베리 농장과 가공공장 그리고 식초를 생산해 내는 발효동과 숙성동 건물이 있다. 방문한 그날도 부부는 잘 익은 블루베리를 따느라 여념이 없었다.

권 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빠른 2007년 귀농 대열에 나섰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회사가 부동산 억제정책의 여파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사업을 정리하고 농촌으로 내려올 준비를 했다고 한다.

“원래 고향은 단양이지만 고향으로 가지 못했어요. 관광농원을 운영하기 위해 이곳 소천6리에 땅을 구입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그가 정착한 소천6리 탑두리 마을은 부석면에서도 제일 작은 마을로 27가구가 살고 있고 그 중 11가구가 독거노인이다. 스물한명이 60세 이상이라고 했다. 그는 초기에 가족들을 파주에 두고 혼자 내려왔다고 한다. “5년 정도 이곳에서 기반을 잡은 후에 집사람을 데리고 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남자가 혼자 살며 일하는 게 영 보기가 좋지 않았나 봅니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결국 1년 9개월 만에 집사람이 내려왔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습니다”라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 블루베리 농장에서 수확을 하고 있는 권준호씨
▲ 블루베리, 사과, 거베라로 도전
블루베리(1ha)와 사과(1ha) 그리고 거베라(0.2ha)를 심고 책으로만 보던 농촌생활과 농사일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처음 영주로 내려올 때 꿈꿨던 관광농원의 꿈을 수정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6차 산업이라고 하는 다기능농업 교육을 받았어요. 사과와 블루베리로 와인을 만들기 위해 교육을 받고 주류면허를 따고 막상 제품을 만들었는데 수익이 되질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 상품화 된 옹기초
와인을 제조하기 위해 가공공장과 숙성동 등 제반 시설을 마련해 둔 상태라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농업진흥청에서 발효식품 만드는 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교육을 받으며 힘은 들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대는 결실을 보고 있다.

“5년간 소득이 없었어요. 암담했습니다. 하지만 농업기술센터나 농진청 같은 곳에서 지속적인 교육을 받고 정보를 나누다보니 새로운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어요”라며 지난날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계기를 이야기했다.

시골농부 발효동의 초산발효실과 알콜발효실에는 단지가 가득했다. 사과와 블루베리 그리고 현미가 발효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그 옆 숙성동은 산 아래 굴을 파서 만들었기 때문에 시원한 기운이 늘 유지가 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2년 가까이 쉬어주면 식초인 옹기초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옹기에 담아서 만들었다고 해서 옹기초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이 제품들은 웰빙형 천연양조식초로 농업진흥청과 기술제휴를 하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연구개발성과 실용화 지원사업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 숙성동의 항아리들
▲ 가공 사업이 효자역할 톡톡..“진작 했더라면...”
권 씨는 현재 거베라농장은 처남에게 맡기고 블루베리와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농사일을 하면서 가공업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 과수원에서 판매하고 남은 사과로 즙을 짜면서 동네 몇 집 사과로 즙을 짜 드렸어요. 그런데 맛이 좋았는지 그 다음해부터는 주문이 밀려 들었어요”라며 “포장기가 부족해 4대를 들여놨어요. 영월, 예천, 평창, 제천에서도 주문이 들어와서 지난 3일간은 새벽 1시 반까지 일을 하느라 집사람이 많이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가공공장에는 세 가지 포장지가 있다. 권 씨 농장의 사과, 부석지역 사과 그리고 타 지역 사과가 담기는 파우치 포장이 달랐다. 가공이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지만 수익에서는 큰 몫을 차지해 ‘왜 진작 이걸 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 새로운 시작 - ‘시골할매와 도시농부가 함께하는 시골장터’ 운영 예정
참살이 농장으로 시작한 것이 참살이 영농조합 법인으로 재도약했다. 서로 도와가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알았다.

블루베리 수종도 지금은 8월초까지 수확이 가능한데 앞으로 9월초까지 수확이 가능한 수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블루베리는 친환경으로 재배해 전량 자체 판매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농가가 모여 ‘소백유기농사과 연구회’를 만들어 사람살리는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년째 마을 이장을 맡아 크고 작은 동네일에 참여하고 있고, 올해 경북에서 선정된 10개 마을기업에 선정돼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시골할매와 도시농부가 함께하는 시골장터’가 바로 그가 주도하고 있는 마을기업이다. 귀촌인들이 텃밭에서 가꾼 작물을 포함해 어르신들이 작은 규모로 가꾼 소소한 작물 등 부석에서 생산되는 모든 물품을 내놓게 된다. “마을 장터는 처음이지만 관광객위주로 주말에 장터를 열 생각”이라고 했다.

권 씨는 “부담은 있지만 잘 될 거라고 믿는다. 아들도 현재 동양대 창업보육센터에서 가공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 들었다는 권 씨는 “잘 하도록 해야지요.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 오도록 잘 키우겠습니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