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풍기읍 동부리 홍성경 김후자씨 부부

10년전부터 야생화 가꿔, 온 집안이 야생화
남편이 가져다 준 폐품은 ‘화분으로 변신’

“아침부터 밤까지 화초만 들여다보고 있죠. 자식이나 꽃이나 정성을 쏟으면 잘 되더라구요”

풍기읍 동부리에 위치한 풍기문화의 집 바로 옆집 대문 앞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반쪽 난 항아리가 유일무이한 화분으로 둔갑해 있고, 잘 관리된 각양각색의 화초들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문패도 독특하다. 부부의 이름이 쓰여진 집들은 간혹 있지만 이 집은 자녀들 이름까지 나란히 쓰여져 있다. 대문을 들어서니 마당 한쪽에 모자를 쓴 김후자(55)씨가 나무 젓가락으로 화단과 화분에 난 풀을 뽑고 있었다. 마당 가득 셀 수 없을 정도의 화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초화 두 포기로 시작했어요. 꺾어진 것이 있길래 버리기 아까워 옆에 꽂아놨더니 또 자라고 그렇게 십년이 지났네요. 간혹 야생화 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같이 활동하자고 하시는데 마당에 있는 이 아이들(화초)을 돌보느라 시간이 모자라 늘 거절을 하게 됩니다”

김 씨가 화초기르기에 지식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10년 전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남편 홍성경(시민건축설비)씨의 설비 일을 도왔다고 한다.

홍 씨는 “손이 야무지고 일을 잘하는 집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이 한 것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덕분에 따라다니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며 “처음에 화초를 갖다놓고 아침부터 하루종일 마당에 있는 걸 보면서 ‘저러다 말겠지’싶었는데 야무진 솜씨가 화초기르기에도 빛을 발하고있다”고 말했다. 화초엄마 김 씨는 작은 싹이 안보여 다촛점 안경을 쓰고 핀셋으로 집어내며 분갈이를 하는 두 달 정도는 아침부터 밤까지 마당에서 지낸다고 했다.

화분은 남편이 일을 할때 나오는 폐품을 이용한다. 담 위에 놓인 기와, 항아리, 약탕기, 바구니도 재활용품이다. 세면대 화분은 시청 보수공사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사고가 나서 석달동안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그녀가 보조기를 한 상태로 가장 먼저 한 일이 ‘미안하다’며 꽃들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김 씨는 “남편도 아이들도 이제 포기 한 듯 하다. 그래도 남편이 화분을 만들 재료들 챙겨주고 항아리도 예쁘게 잘라주고 예쁜 정원을 자랑해주니까 고맙고 행복하다. 여행을 갈 때도 식물원 코스를 넣어준다”고 자랑했다.

야생화 덕분에 전국을 다녔다고 한다. 붉은 털민들레, 바위솔, 제주달구지, 패랭이, 백리향, 으아리, 앵초 등 수 많은 야생화들 뿐만 아니라, 뽕잎을 먹기 위해 심은 뽕나무에 달린 오디, 고추, 오이, 여주도 이 집 마당에서는 관상용으로 대접받고 있다. 김 씨는 “화초를 기르는 일은 기다림이다.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죽은 듯 했는데 생명을 보여줄 때, 한 포기가 번식하는 경이로움이 제가 마당을 벗어나지 않는 이유다. 정말 예쁘다”라며 조심스럽게 풀을 뽑았다.

‘물을 아껴쓰자’는 삶의 목표(?)를 가진 홍 씨와 “나 샤워 한번 덜 할테니 이 아이들 물 좀 풍족하게 주자”는 김 씨. 그래도 남편은 아내에게 져 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남편 홍 씨는 “몸이 아픈데 없고 열정 쏟을 데가 있으니 고맙다. 오래도록 저렇게 예쁘게 웃으며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씨의 사랑은 밋밋한 화분을 곱게 자르고 거기에 ‘밥 묵었나’, ‘보고잡다’, ‘웃어요’라는 글자를 새겨서 부인에게 가져다 주는 것에도 드러난다. 사람들 중에는 그것이 화초 이름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화초 가꾸는 부인과 그 부인을 뒤에서 지원해주는 남편. 부부 사랑의 또 다른 결실이 궁금하면 풍기 동부리 풍기읍 주민센터 옆 시민건축설비 팻말이 적힌 집을 방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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