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청량사 지현스님

일요일에 어린이 법회 열어 사찰은 ‘시끌벅적’
부모들로 이뤄진 자모회도 한마음으로 참여

“어린이들이 우리의 희망이고 꿈입니다. 어린이들이 예쁘게 희망과 꿈을 가지고 살아야 나라가 안정됩니다”

몰아쉬는 깊은 호흡을 통해 마음속에 숨겨놓은 악한 생각들을 떨쳐 버리라는 뜻인지 청량사(주지 지현스님)를 오르는 길이 무척 가파르다. 쉬엄쉬엄 걷기도 힘든 오르막길을 매주 일요일 마다 오르내리며 어린이 법회에 참석하는 아이들이 60명이다.

부모를 따라 절에 온 어린이 2명을 데리고 시작한 어린이 법회가 지금은 어린이부 40명, 중등부 20명으로 늘어났다. 법당 외에 놀이공간도 맛난 간식거리도 없지만 ‘일요일이면 절에 가야지’라고 말하는 어린이들이 청량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청량사를 찾는 이유
어린이 포교의 중심에 서 있는 지현스님은 “어린이 포교는 20년을 내다봐야 한다”며 “아이들이 불교사상을 다 알기는 힘들다. 단지 예쁜 심성을 키워주고 스님이 무섭지 않고 절이 편안하다는 생각이 자라면 그들이 커서 스스로 불교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망동에 문을 연 청량사문화센터도 어린이 포교의 전진기지이다. 이곳에서는 청량사 어린이법회에 참석하는 어린이들로 구성된 어린이댄스, 어린이밴드, 청소년밴드, 사물놀이 1기와 2기 그리고 도자기 만들기와 미술이 진행되고 있다.

어린이밴드와 사물놀이 ‘꼬마풍경’은 산사음악회 등 다양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고 특히 어린이밴드는 15일부터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에서 실력을 선보이게 된다.

지현 스님은 “부모들이 ‘말 안 들으면 절에 안 보낼거야’라고 자녀들에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청량사를 좋아한다”며 몇몇 가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상주지역으로 발령이 나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청량사를 못 떠난다는 자녀 덕분(?)에 결국 아빠가 출퇴근 하는 가정도 있고, 휴가 떠난 강릉에서 법회에 참석해야 한다며 왔다가 다시 강릉 휴가지로 간 가족도 있다고 했다.

▲SNS로 소통하는 스님
최근 지현 스님은 SNS(소셜네트워크)에 푹 빠져 있다. 깊은 산중에서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사찰의 풍경이나 소식들을 전하고 카카오톡을 통해서는 어린이들과 직접 대화에 나서고 있다.

지현스님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님들과 점차 대화가 단절된다”며 “청소년기의 아이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카톡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배탈이 나서 조퇴했다는 초등학생은 카톡 말미에 “제가 먹는데 욕심을 부렸나봐요, 스님 건강하세요”라며 어른스러운 인사를 하기도 한다.

단체 카톡에서 한 친구가 ‘나는 일요일에 우리집에 가’라는 말을 해서 깜짝 놀랐는데 그 집이 바로 이곳(청량사)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지현스님은 “절을 집으로 생각하는 그런 친구들이 바로 불교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NS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는 법회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지현스님은 “사람은 태어날 때 부처의 마음으로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변해가게 된다”며 “어린이 법회나 활동들이 심성을 바르게 하고 사춘기를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회를 밝히는 원동력이 바로 이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청량사에는 어린이 법회에 참석하는 어린이들의 부모가 자모회를 구성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날과 연말에 장학기금 마련 바자회를 열어 그 판매수익금으로 영주와 봉화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꿈과 희망주는 어린이 포교
지현 스님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고 어린이 법회 출신 성인이 현재 교사로, 불교청년회로 활동하고 있으니 어린이 포교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지현스님은 틈이 날때마다 문화센터에서 어린이들을 만나고 작은 것에 배려하는 절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청량사내에 수유실을 만들었다. 현재는 가족화장실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험한 길을 힘들게 걸어 올라온 아이들이 먼저 법당에 들러 삼배부터 하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 감동이 밀려 옵니다. 어린이 포교는 장기간에 걸친 포교활동이지만 생각과 마음을 곱게 자라도록 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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