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농협 여성 파워 박손순 여성 이사

영주농협 임원선거 최다득표 당선
박 이사 “남을 배려하고 보듬어야”

“살아 온 모든 날들이 감사할 뿐입니다. 거짓 없이 성실하게 살았더니 신뢰가 남더라구요”

지난 2일 대의원 1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영주농협 임원 선거에 최다 득표인 90표를 획득하면서 여성이사의 자리에 오른 박손순(60. 영주동) 이사의 말이다.

영주농협 서부지점 대의원에 세차례나 선출돼 활동해 온 박 이사는 주변의 권유로 ‘한번 도전 해봐야지’하는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박 이사는 “영주 시내만이 아니라 6개 면단위도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며 “낮엔 일하러 나가시기 때문에 주로 밤에 다녔는데 밤중에 천본리, 월호리 같은 곳을 다니면서도 신나게 다녔다”고 말했다.

결국 피곤이 겹쳐 선거 후에 열흘 넘게 앓았지만 이번 이사 당선으로 ‘살아온 날 동안 남에게 신뢰를 얻고 살았다’는 인정을 받아서 기쁘다고 했다.

박 이사는 대구에서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부석으로 시집 온 대구 아가씨였다. 대구에서 군인으로 근무하던 남편을 만나면서 영주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했다. 결혼을 하니 남편은 외출할 때나 집으로 돌아오면 꼭 큰 절로 아뢰고, 시어른들도 이장 모곡을 받으면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 줄 정도의 덕을 가진 가정이었다고 했다.

“결혼 전에 인사드린다고 영주를 처음 왔는데 기차를 타고 캄캄한 밤에 도착했어요. 신랑은 나를 영주에 두고 밤에 부석에 들어가 다음 날 부모님 모시고 나와서 영주에서 인사를 했습니다” 그때는 부석이 그렇게 시골이었는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결혼 후 친정아버지가 시댁으로 데려다 주려고 와서는 대구로 돌아가시기 전에 시댁 집 기둥을 잡고 울다가 가셨다고 동네 사람들이 이야기 해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그때부터 부모님 이름에 먹칠하지 않게 하려고 참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새벽에 일어나 과수원으로 밥을 나르고 벼농사가 피 농사가 된 해는 논에 들어가 피를 뽑았다고 했다. 3천 평 과수원 일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지만 자녀들을 키우며 부석 상석초등학교 어머니회장, 부녀회장, 어머니 배구단 활동도 했다. 20년 전 영주로 이사를 나오면서는 슈퍼를 하면서 부석으로 밥을 해 나르고 일꾼들을 차로 태워 오가는 일을 병행했다. 시민회관 맞은 편 동진떡집도 경영했다. 16년간 영주2동 20통 통장활동도 열심히 했다. ‘대충’이라는 단어는 박이사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박 이사는 “농협 대의원 선거가 끝난 후 주변에서는 ‘될 줄 알았다’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제 시작인데 조합장님을 도와서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우애가 돈독해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평상시도 늘 힘이 돼주고 정을 내는 형제간들과 조카들이 고맙고,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인정받으며 잘 살아가는 자녀들이 있어서 힘이 나고 늘 감사의 조건이 된다고 했다.

박 이사는 “남을 배려하고 보듬어야 한다. 거짓 없이 성실하게 살다보면 결국은 남이 알아주고 인정해 준다”며 “여성 이사로서 앞으로 맡겨진 일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꾼을 잘 뽑았다’는 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