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사람]영주청년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는 만학도 남교덕 씨

2012년 한자검정 5급~2급 합격, 1급에 도전
올해 4월 중졸, 8월 고졸 검정고시 나란히 합격
경북전문대 합격증 받고 100만원 장학금도 받아

영주청년학교의 교훈은 ‘도전하자! 성취하자!’이다. 올 한해 동안 중학교과정과 고등학교과정을 이수하고 단기간에 중졸·고졸 검정고시에 모두 합격해 대학진학의 꿈을 이룬 60대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영주청년학교에서 향학열을 불태운 남교덕(60.영주2동)씨이다. 13일 퇴근길에 그를 만났다.

늘 겸손하고 수줍음이 많은 남씨는 이날도 뒷통수를 긁적이며 앳된 소년 같은 표정을 지었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남씨는 1954년 예천군 보문면 수계리에서 가난한 농부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6.25 한국전쟁 후 이곳 수계마을 역시 초가삼간 오두막집을 면하기 어려웠고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농촌오지마을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정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고 두 형은 겨우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셋째인 남교덕은 할아버지와 농사를 지으며 집안을 꾸려갔다.

청년 남교덕은 1970년대 후반 새마을운동의 주역으로 축산업의 선구자가 되어 꿈을 펼쳐보려고 했으나 1980년대 초 소값 파동으로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절박했던 남씨는 당시를 이렇게 말했다. “소값 파동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저의 작은 희망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자녀 교육비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 되는 길 밖에 없었다”고 하면서 기능직공무원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남씨는 1985년 평은초에서 기능직공무원으로 출발해 현재 풍기초에 재직하고 있으며 올해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한자공부를 시작하다
2012년 2월 학생들이 한자급수시험을 치는 것을 보고 ‘나도 한자 공부를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 틈날 때마다 읽고 쓰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해 4월 두달만에 5급 시험에 처음으로 합격하자 공부에 재미가 붙기 시작해 6월에 4급, 8월에 3급, 12월에 2급까지 내리 합격하게 됐다.

그러자 주변의 지인들이 “남 주사는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해서 그렇지 학교 공부만 제대로 했더라면 크게 될 사람”이라며 “검정고시에 응시해 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영주청년학교를 찾아가다
정년퇴임을 1년 앞둔 남씨는 ‘뭔가 하나라도 이루고 퇴임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그 결심은 ‘늦었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남씨는 영주청년학교 신입생 모집 현수막을 보고 올해 2월 청년학교를 찾아가 이만교 교감의 상담을 받고 중학교 과정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열공(?)에 빠진 중학생 남교덕은 퇴근 후 청년학교에서 7시부터 10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와서는 밤 12시까지 방송강의를 보면서 공부했다.

그러다 지난 4월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남교덕은 더욱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된다. 그러나 고등학교 과정은 만만하지 않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청년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또 보충수업도 받았다.

공부가 힘들었다는 남씨는 “역시 영·수·국이 어려웠다. 그러나 언제라도 선뜻 시간을 내 주시고 친절하게 지도해 주신 김덕우(국어) 선생님, 박찬하(수학) 선생님, 박종혜(영어) 선생님 등 여러 선생님이 계셔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8월에 치른 고졸 검정고시에서 전 과목 합격했다.

도전했다 그리고 성취했다
지난 4월과 8월에 중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남교덕은 2015학년도에는 대학생이 된다. 만학도 남교덕은 내달 말로 정년퇴임한다. 그리고 새해 3월이면 인생 제3막이 시작된다.

경북전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한 남씨는 지난달 16일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그리고 100만원의 만학도 장학금도 받았다.

남계현 청년학교 교장은 “남교덕씨와 같은 사례는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다. 1년 내 중고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 젊은 학생들이다. 남씨와 같은 만학도가 단기간에 중고 검정고시에 합격사례는 지역에서는 전무후무한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고 했다.

더 낮은 곳으로 봉사하는 사람 될 것
“지금까지 높은 곳만 쳐다보고 오르지 못할 꿈을 꾸며 살았습니다. 이제 더 낮은 곳을 내려다보며 욕심 없이 살려고 합니다” 남교덕씨의 작은 소망이다.

남씨의 사은(師恩)은 계속됐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청년학교 남계현 교장 선생님, 이만교 교감 선생님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과 당직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직장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풍기초 최대섭 교장 선생님과 교직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대학생이 된 만학도 남교덕의 모습이 떠오른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