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참 재미있는 곳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있는 한국 사람과 한인회 조직이, 일본에서는 참 다양한 조직으로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조직이 민단, 총련이라는 조직이다. 어린 시절부터 반공교육을 잘 받아온 나로서는 일본에 와서 총련 조직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아직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인간적으로 친한 총련 출신의 재일 3세들과 어울릴 때가 많다.

총련 다시 말해 북조선이라고 불리우는 조선의 일본 조직으로 재일조선인들의 조직이다. 민족교육의 기치 하에 일본에 수십여 개의 민족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자체 방송국은 물론 신문사, 잡지사, 축구단, 대학 등을 가지고 있으며 명실공히 일본 최대의 조선인 조직이다.

다음이 민단.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기웃거렸던 기억이 있거나 또 생각하게 되는 조직이다. 내 주위에는 과거 민단의 간부 출신 자도 몇 있고 또 단장을 지내신 분들이나 한국을 자주 오가면서 민단 간부인 것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계로 재일 한국인들의 가장 큰 대변 조직이며 일본 내에서 한국의 문제를 재일 2, 3세가 주축이 되어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은 물론 재일 한국인의 권익 문제 등을 위해 한국 정부와 한국 대사관과 영사관가 함께 일하고 있는 조직이다. 물론 일본 최대의 재일 한국인 조직이다.

다음이 또 있다. 과거에는 민단의 내부에서 활동하던 사람들로 박정희의 군사독재에 대항하여 반대를 한 사람들이 민단에서 강제로 나오게 되어 또 다른 한국인 조직을 만들어 재외국민으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 한통련이라는 조직.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민주주의 발전, 노동과 인권문제에 대하여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인회라고 하는 조직이다. 소위 뉴커머라고 불리우는 한국 국적으로 현대사에 유학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일본에 온 사람들의 모임. 민단은 뉴커머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있고, 총련은 다분히 정치적이며 북한을 대변하고 있기에 새로운 조직인 한인회를 만든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아직은 신주쿠 혹은 동경의 재일한국인 모임 정도로 조직도 작고 힘도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할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아직은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어 보인는 단체가 재일 대한민국 한인회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본다면 총련과 민단을 전부 통합할 수도 있고 아니면 민단을 흡수하거나 흡수되어 나아갈 수도 있는 조직이지만 아직은 미지수이다.

이런 여러 형태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재일 코리안 사회이기에(아직 용어 정리도 잘 안되어서 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 재일 코리안, 재일동포, 교민사회 등등 용어상에도 말이 많다) 해야 할 일도 많고 또 찾아서 만들고 뭉치고 힘을 모아 해결할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소위 한국이나 북한 정부에서 그들의 이용가치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하고 또 휘두르는 일은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선거 때면 해외동포니 교포니 하면서 온갖 사탕발림을 다 하지만 정말 이들을 위해 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언제나 나에게는 있다.

그럴 때면 정말 민단이나, 총련, 한통련, 한인회가 우리에게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늘, 늘 말이다. 요즘처럼 전쟁 문제나 외국인학교 출신의 대입 불인정 문제로 떠들썩 할 때에는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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