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사람] 봉사하는 삶을 사는 박승구씨

“어쩌다 하루를 비우면 어르신들이 ‘왜, 못 왔느냐? 어디 갔다 왔냐’며 무척 궁금하세요. 나를 걱정해주시는 마음 때문에 빠질 수가 없어요”

지난달 24일 11시 30분 천주교 하망동성당 만남의 집은 점심식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매우 북적거렸다.

이날도 주황빛 앞치마를 두른 박승구씨(63. 휴천2동)는 식탁을 돌아다니면서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다 새로운 어르신이 들어오면 한줄 남은 식탁으로 안내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급식시작 전부터 정리가 끝날 때까지 만남의 집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은 박씨의 일상이다.

급식 후 정리가 끝나갈 무렵인 1시쯤 박씨를 만났다. 자신은 내세울 것이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에게 봉사활동 시작한 계기를 묻자 기억이 가물거린다면서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의류대리점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의 권유로 급식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사업도 하면서 봉사활동을 가끔씩 했는데 지금은 일은 그만두고 봉사활동만 하고 있어요”
17여 년 전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당시를 회상하던 박씨는 급식소 환경이 협소하고 막사와 같았다고 했다.

“옛날에는 겨울이면 지금보다 더 추웠잖아요. 환경도 좋지 않아 식사하는데 무척 추웠죠. 그래도 당시에 150명 넘게 오기도 했는데 평균 100명쯤 찾아 왔습니다. 지금처럼 봉사자도 많이 없어 정신이 없었죠”

여름이면 더위에 급식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옷이 다 젖을 정도였다고 했다. 지금은 평균 70명이 찾아오고 만남의 집 시설이나 환경도 5~6년 전부터 많이 좋아져 훨씬 편해졌다고 했다.

“옛날에는 만남의 집 급식소에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 젊은 부랑자도 많았어요. 술이 취해 찾아와서 출입문을 나서다 쓰러져 부축도 많이 했죠. 또 간혹 어르신들이 용변을 보기도 해 씻겨드린 적도 적잖게 있었지요”

박씨는 부랑자들에게 나눠 주려고 유행이 지나거나 버리는 옷을 곳곳에서 모아 전해주기도 했다. 현재는 시대도 변하고 급식시설의 환경도 좋아져 찾아오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면서 무료급식에만 집중하고 있다.

“어르신들과 매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를 의지하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집에 있는 자녀들에게 묻지 않고 나에게 물어보러 오시거든요. ‘내가 도대체 뭐라고 이렇게 가족보다 친근해 할까’하고 생각하면서 무척 감동하죠”

박씨는 친구와 같은 어르신들이 서로 안보면 궁금한 사이가 된 반면, 건강상의 이유로 뜻하지 않는 헤어짐을 겪을 때면 허전함이 크다고 했다.

“3~4년 전에는 102살 된 할아버지도 오셨는데 몸이 많이 불편해져 요양원에 들어가셨어요. 오늘도 96살 할머니와 농담하면서 서로 한바탕 웃었는데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평균 80세인데 최고령이 98세에요. 그분이 두달간 안보이시는데 건강이 좋지 않으신지 걱정이네요”

박씨는 이곳에 오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했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자신을 위하고 마음의 양식을 얻기 위해 오게 된다고 했다.

그는 “봉사는 어려운 일이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나는 돈이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라고 말했다. 또 “종교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길 바라고 또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내의 도움이 무척 많았고 지금까지 항상 곁에서 지켜봐 줘 가장 고맙게 생각한다”며 “영주초, 영주중, 영주제일고를 졸업했는데 동창회에서 받은 쌀, 친구들이 매달 전하는 일정지원금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친구, 지인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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