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신문이 만난사람] 거리의 악사 우형진씨

문화의 거리에서 노래 부르며 모금활동
어려운 이웃 연탄 넣어 주고 장학금도 지급

“봉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음악을 좋아해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주로 교회에서 활동을 했는데 지난해 11월 말부터 저의 멘토라고 할 수 있는 남부초등에 근무하는 임춘택 선생님과 상의해 이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망동에 사는 우형진(34)씨는 지난해인 2012년 11월 4째주 토요일부터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오후2시부터 6시까지 문화의 거리에서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을 앞에 놓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한다.

“한살림 영주점에 근무하게 되면서부터 뭔가 나 아닌 타인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할 수 있는 노래를 선택했죠. 모금함은 라면박스에 포장지를 붙였어요. 아내가 만들어 줬죠.”

형진씨는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만큼 밝고 경쾌한 노래를 많이 부른다. 영주 토박이로 군 생활 3여년 외에는 영주를 떠나본 적이 없다. 동부초, 영주중, 영주고, 경북전문대 경찰경호과를 졸업했다.

“법률행정학과로 입학했는데 일주일 만에 입영통지서를 받고 군에 갔어요. 제대하고 학교엘가니 법률행정과는 없어졌고 보건행정과와 경찰경호행정계열 중 선택하라고 해서 경찰경호행정계열을 나왔어요.”

영주중 뒤 일명 곱작골에는 형진씨의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형진씨의 부모님은 형진씨가 문화의 거리에서 노래하면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사실을 모른다. 그저 직장생활을 충실히 하는 걸로만 안다.

“자주 뵙지만 말을 안 했죠. 아버지는 시내를 잘 안다니시고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는 가까운 번개시장에서 장을 보세요. 그리고 아시면 ‘너도 살기 힘든데 봉사는 무슨 봉사냐’ 하시며 야단치실 게 뻔해 말씀 안 드렸어요.”

형진씨의 모금활동은 문화의 거리 랜드로바 앞과 시계탑 앞을 번갈아 가며 하고 있다. 지금은 인근상가에서 추운데 고생한다며 커피도 타주고 하지만 처음 몇 달은 시끄럽다며 구박(?)이 심했다고 털어 놓는다.

“재미있는 일도 있어요. 한번은 결혼한 커플이 차를 세워놓고 신랑이 와서 신부에게 받치는 노래 ‘사랑을 할 거야’를 하고 싶은데 기타반주 해줄 수 있냐고 해 기꺼이 해준 일도 있죠.”

형진씨는 모금활동으로 그동안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에 연탄을 넣어주고 최근에는 전교조에 의뢰해 조손가정 어려운 청소년 3명에게 장학금 20만원씩을 전달하기도 했다.

“힘들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친구도 도와주고 음악 활동하고 있는 박종남, 김윤회씨도 교대를 해주는 등 함께 해줘 계속 할 생각이에요.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호응이 큰 힘이 돼요.”

형진씨는 채팅으로 만나 사랑을 키워온 거제도 처녀 양무정(자비동산 간호사)씨와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아내 양씨는 형진씨의 공연이 있는 토요일이면 언제나 그녀의 차로 기타를 멘 형진씨와 스피커 등 장비를 문화의 거리에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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