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풀피리 부는 사나이 정준상씨

풀피리 매력에 흠뻑 빠져
독학으로 공부하다 전수받아

“군대에서 TV프로그램을 통해 초적(일명 풀피리)을 알고 그 소리에 반해 시작했어요. 바쁜 생활로 잊고 살다 몇 년 전부터 풀잎 소리의 매력에 빠져 살아요”

초적(草笛)은 ‘초금(草琴)’ 또는 ‘풀피리’라 이르기도 한다. 흔히 옛날 어른들이 지나가다 풀잎을 따 불던 풀피리를 생각할 것이다. 초적은 조선 성종 24년(1493)에 성현 등이 편찬한 <악학궤범>에서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우리의 전통가락으로 이어 내려왔다. 지금은 무형문화재 박찬범, 오세철씨가 이어오지만 그 숫자가 적다.

지난 20일 가흥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연꽃음악회에서 여름밤을 풀피리 소리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 사람이 있다. 바로 봉현면이 고향인 정준상(37, 휴천동)씨다. 그는 어릴 적부터 대금, 단소 등 전통소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들과 숲이 많은 곳에서 자라서인지 자연의 소리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2010년 다시 풀잎으로 연습할 때는 삐~삐~소리만 났어요. 쉽지 않았죠. 독학으로 6개월쯤 연습하니 단순한 음이 표현됐어요. 1년 후에는 음악이라고 할 정도로 자유롭게 하게 됐죠”

그는 풀피리를 배우기 위해 인터넷 풀피리 카페모임에 가입, 풀피리를 하는 사람들의 연계를 위해 전국에 투어 중이던 전문가를 만나 저음과 고음부분의 옥타브를 넘나드는 방법을 도움 받아 한단계 높은 음악적 표현을 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이 날 때 마다 연습을 많이 해요. 한번은 손에 빨간 물이 들어 봤더니 입에서 피가 나 손에 묻었어요. 모르고 했다가 놀랬죠”

그는 목련잎은 맑고 청아해 좋고, 단풍잎은 얇아서 초보용으로 좋다고 했다. 두꺼운 잎일 경우는 힘 조절과 옥타브를 올리고 내리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연주하려면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가흥2동 행사에서 즉석에서 연꽃잎으로 트로트와 동요를 멋지게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고 말하자 “그날 연꽃관련 행사라 혹시나 했는데 시켜서 살짝 당황했다”며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어서인지 실수가 없어 안도했다”고 했다.

그는 또 “연주를 하면 테이프를 틀어 놓고 한다고 가짜라고 한다. 그래서 행사에 초대되면 화분을 들고 다닌다. 살아있는 것으로 해야 소리가 잘 나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있다”라며 풀피리 연주를 하며 생긴 일화를 소개했다. 일반인들이 풀피리를 분다고 독초를 할 경우 입이 마비돼 위험하니 목련잎이나 단풍잎이 거칠지가 않아 좋다고 추천 했다.

그는 “운치도 있고 봄, 여름, 가을에 경제적으로 좋고 쉬면서 즐기는 최고의 여가생활”이라고 표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자연 친화적인 악기로 사람들에게 치유와 힐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도움을 주고 싶다”며 “자연과 함께하는 캠프프로그램으로 연계하고 지역의 중요 축제를 통해 교육의 장으로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바램을 전했다.

그는 2004년부터 6년 간 동양대 박물관 연구원, 영주시 문화유산해설사로 5년간 봉사활동을 했다. 현재 응원복 대여판매업을 하며 대전, 안동, 서울 등에 초대를 받아 풀피리연주를 통해 재능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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