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만수촌 생활인 강준자씨

▲ 한자공부에 푹빠진 강준자씨
원장 권유로 쓰기 시작해 평소 우울증 치유하기도

“나는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어요. 고아로 자라서 남의 집에서 일하며 지냈습니다”

영주시립양로원인 만수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준자씨(76)의 말이다. 강씨는 글을 배울 수 없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

“먹고살기 힘들어 남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부뚜막의 아궁이 앞에 앉아 나뭇가지로 어깨넘어 보고 들은 글을 따라 쓴 것이 다예요. 이명화 선생님하고 얘기를 나누다보니 내가 글을 배우고 싶은 생각이 많았나 보네요”

만수촌 생활이 10년째인 강씨는 2011년도 경상북도지원사업인 ‘아름다운 만수촌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성경을 공책에 쓰기 시작했다.

“3년 전에 한자를 따라 쓰고 있는데 원장님이 한문공부를 얼마나 배웠냐고 묻더군요. 그냥 보고 쓰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럼 성경을 써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추천해 쓰기 시작했죠”

▲ 성경을 쓴 공책을 책으로 만들었다.
강씨는 2010년 4월부터 2011년 9월 1일 구약, 2011년 9월 1일부터 2011년 12월 11일까지 신약을, 1년 8개월 정도에 걸쳐 성경을 썼다. 공책에 쓸 때마다 그날의 날짜를 적어 성경일기가 됐다고 표현했다.

“첫 번째 쓰고 난 것이 만족스럽지가 않아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그래서 몇일 쉬고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는 2011년 12월 28일에 시작했는데 다음해 12월 19일에 끝났어요. 1년이 채 되지 않고 끝나 너무 뿌듯했어요”

강씨가 봉산교회에서 나오는 공책으로 처음 성경을 썼을 때 12권반이 들었다. 두 번째는 11권반으로 줄었다.

“성경을 쓰면서 연필이란 것 처음 잡아봤어요. 연필을 잡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 처음부터 볼펜을 잡고 하니 어려웠던 것 같아요. 허리가 좋지 않은데 한번 앉아 시작하면 아픈 줄을 모르겠고 시간이 얼마나 잘 가는지 사람들이 주변에 와서 놀고 가도 몰랐어요”

강씨는 두 번의 성경을 쓰고 난 후 지금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한자를 쓰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을 묻자 “이젠 나이가 있는데 뭘..., 그래도 이렇게 한자를 쓰니 신문을 보다가 기억나는 것도 있고 몰랐던 것도 이해하게 되네요.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내가 정성을 들여서 마음을 치유하며 쓴 성경이 다른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주고 싶네요”

강씨의 상담자 역할을 하는 대한노인회 영주시지회 이명화 부장은 “3년 전에 강순자씨를 만나면서 대화를 나눴는데 한자를 배우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셨다”며 “한자 공책을 사다드렸는데 필체부터 집중력이 대단했고 한문을 배운 적이 없어 글자의 모양 따라 썼다고 하셨는데 배움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오래동안 우울증이 있으셨는데 글을 쓰시면서 좋아지셨다고 한다. 어르신이 본보기가 돼서 만수촌 직원분도 성경을 쓰셨다. 열심히 노력하신 것이 주변의 귀감이 돼 개인적으로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만수촌는 2011년도 경상북도지원사업인 ‘아름다운 만수촌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생활 프로그램 정착에 도움을 준 강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성경을 책으로 엮어 한권은 보관, 한권은 봉산교회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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