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한곳에서 32년 근무한 김금숙 소룡보건진료소장

들판 누비며 주민건강 챙겨
마을주민 칭찬 봇물 이뤄

“우리 소장님은 24시간을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진료시간이 따로 없답니다”, “겨울에는 경로당을 방문하고요. 농사철에는 들판을 찾아 다녀요”, “하도 잘해 32년 동안 우리주민들이 잡아 뒀지요”

다수 주민들의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은 안동과 예천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개울하나를 경계로 시군을 구분하고 있는 장수면 소룡보건진료소 김금숙(58)소장이다.

4명의 환자들에게 둘러쌓인 그녀의 모습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외모에 세월의 나이테가 곱게 내려앉아 있었고 고운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저는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취재사절이다. 함께 간 이칠호 장수면 이장협의회장의 설득으로 간신히 입을 연 그녀는 “진료소장보다 소룡리 주민으로 내 부모님을 살피는 마음으로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1981년 김천보건전문학교를 나온 그녀는 1982년 무의촌 해소차원에서 문을 연 소룡보건진료소 초대소장으로 부임했다.

소룡보건진료소는 소룡1-2-3리와 호문2-3리의 1천여 명의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지만 농경사회가 몰락하면서 지금은 400여 어르신들의 혈관질환, 중풍, 당뇨 등의 질병관리와 기초건강을 살펴오고 있다.

“초창기엔 바쁜 오전을 보내고 현황 파악을 위해 매일 마을을 돌며 방문 진료를 했습니다. 쌀밥 먹고 산지가 2년밖에 안 됐다는 할머니들이 계시던 시절이었어요. 호문3리에서 젖먹이 아기를 키우던 결핵환자를 발견했는데 방안에 주사약을 가득 받아놓은 채 죽어가고 있었어요”

뒤늦게 발견해 손쓸 겨를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30대 산모를 보내고 감염된 아기는 정성을 다해 치료했다는 김소장은 “지척의 거리임에도 시내권과 농촌오지권이 너무나 큰 생활문화의 차이를 실감하면서 앞으로 할 일을 확실히 찾았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기생충검사와 B형 간염검사 등으로 마을어른들의 기초건강을 살피며 건강관리협회와 지정병원을 불러 대장암검사는 물론 자궁암과 부인병검진을 정기적으로 실시했습니다. 의료사각지대에서 병원을 모르고 살아온 마을 어르신들에게 정기검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드렸어요”

의료보험도 없고 찻길마저 없는 논밭둑길을 걸어 방문 진료를 했었다는 그녀는 그렇게 정정하시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성한 곳 없는 몸으로 고생하시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몇 년전 김 소장이 타 지역 진료소로 발령이 나면서 마을이장과 주민대표들이 시장을 찾아가고 시 보건소를 항의 방문 하는 등 난리가 났었지요”

이칠호 이장협의회장의 귀뜸이다. 결국 영주시는 주민들의 요구대로 인사를 취소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공무원이 한자리에서 32년을 보냈다는 사실은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라며 웃었다.

“방문 진료시에 꼭 만나야 할 환자는 들판에서 만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소문이 나쁘게(?) 났나 봐요”
들판진료가 한두 번 뿐이었다는 그녀의 말과는 달리 주민들의 얘기는 다르다.

농번기에는 아예 사람들을 찾아 들판으로 나섰고 새벽시간에도 전화를 하거나 문을 두드려도 얼굴한번 찡그리는 법이 없었단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새벽시간에도 주저 없이 차를 몰고 달려왔다는 한 할머니는 소장이 밤낮으로 함께 있으니 마음 든든하지만 정년이 2년밖에 남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취임이후 진료소 사택에서 살아왔으며 부군 김영식씨와의 사이에는 두 딸을 두고 있다. 정년 후 시내로 이사할 것인가를 묻는 기자에게 그녀의 대답이 걸작이다.

“저는 영원한 소룡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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