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시련과 싸우는 장수면 새마을회 손 동 호 회장

새마을지도자 6년만에 면회장 맡아
잇따른 불행속에서도 봉사로 희망 일궈

“농사꾼도 건달도 아니고 봉사단체의 회장감은 더욱 아님에도 지난 연말에 새마을협의회 장수면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중학교만 졸업한 채 부산으로 내려간 손동일(58)회장은 액자 표구사업을 하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고향인 장수면 호문1리 곰실 마을로 돌아왔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1천500평의 벼농사와 1천800평의 밭을 10년 넘게 경작하면서도 농사일도 낯설고 일머리도 몰라 이웃은 물론 온 동네 주민들에게 폐만 끼치고 있다며 길다란 물 장화를 고쳐 신는다.

“귀농 8년차에 마을에서 새마을지도자를 맡았어요. 마을 대소사에 작은 힘을 보태며 궂은 일을 할 때에는 작은 보람도 느꼈어요”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모두 모여 폐비닐과 빈 사료포대, 생활 속에서 나온 재활용품을 모으고 일이 끝나면 주민 모두가 모여 막걸리 한잔을 기울일 땐 고향의 멋과 맛도 느꼈다. 손 회장은 마을 지도자 6년 만에 21개 마을을 이끄는 장수면새마을회를 맡고 보니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일머리를 모르겠다며 웃었다.

“장수면도 인근지역과 비슷한 사업들을 하고 있어요. 겨울이 끝나는 3월이 되면 남녀 지도자 44명이 모여 성곡지 부근과 옥계천변 정화사업을 하고 지금은 시도가 되어버린 예천감천~시 접경까지 풀베기를 2일간이나 합니다”

장정들은 예초기를 지고 부녀회원들은 청소를 하고 밥을 날라 오는 등의 역할분담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또 장수만의 색깔을 내고 있는 장승제는 해마다 정월 보름날로 면사무소 마당에서 통나무를 깍아 만든 장승을 고속도로 나들목까지 옮겨 세운 뒤 장수면민들의 안녕과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장승제를 올리고 있다.

관내 단체들이 모두 모이는 장승제가 끝나면 일행들은 다시 면사무소 마당으로 모여 면민 화합한마당 윳놀이가 시작되고 마을별 예선을 거친 대표들이 다시 준결승전과 결승에 오르기까지 억센 경상도 아지매들의 고함소리도 터지지만 이내 한마당 춤과 노래로 돌아가는 화합으로 인해 고향만의 정겨움도 실감하고 있다.

“고속도로 나들목이 있는 장수만의 색깔을 위해 옥계천을 따라 자리한 두전리와 호문리간 4km구간에 서부해당화를 지난해 심었고 반구리에서 두전2리 사이에는 개나리를 심었습니다. 또 두전2리 공터 등에는 원추리를 심었고 가을정취를 위해 야생 들국화인 불개미초를 묘 포장에서 기르고 있습니다”

손회장은 또 “제2농공단지 조성으로 버려지는 작약을 모아 이달 하순경에 영주~예천 간 구 국도변에 심는 등 아름다운 장수 가꾸기를 위해 새마을이 앞장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을이 되면 사랑의 김치 나누기와 독거 가정에 쌀 보내기 등으로 1년 동안 피땀 흘려 벌어들인 자금을 모두 쓰고 나면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동료 회원들의 권유를 못이겨 면 회장을 맡기는 했지만 손 회장은 봉사의 길을 선택한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다. 대학에 다니던 아들(광열.32)이 아파트 유리창을 닦다가 4층에서 떨어지면서 10년째 병원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귀농을 하면서 농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내마저 가출했다고 한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옛말처럼 동생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장애를 지닌 제수씨와 어린조카 둘을 돌보고 있는 형편이다.

“한적한 밤이 되면 문득 세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마음이 약해질 땐 직장에 나가고 있는 딸아이(경아.30)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는 손 회장은 운명의 신은 왜 약한 사람에게 더 많은 시련을 주는지 모르겠다며 하늘을 쳐다봤다.

“지난해에는 1천800평의 밭에 고추, 고구마, 감자 등의 작물을 심어 동기들(5남매)과 나누어 먹고도 제법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손 회장은 쌀농사는 돈은 안 돼도 마음이 부자처럼 넉넉해지며 형제남매들에게 쌀과 고추 참깨 등을 나누어 줄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 말속에서 희망의 기운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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