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배점보건진료소 안 중 희 소장

사랑방처럼 드나들때 건강상태는 물론 마음까지 관찰
관련법 개정으로 인해 운영협의회 기능 저하 우려도

“우리 보건진료소는 4개 마을 470명의 주민들이 이용하는 카페입니다. 저는 기초건강을 돌보는 마담이구요” 순흥면 배점보건진료소 안중희(47)소장이 건네는 농담이다.

소백산기슭 해발 350m의 고지대에 자리하고 순흥호를 내려다보는 배점보건진료소는 그녀의 말처럼 그림 속에 나오는 별장이다.

1988년 대학을 나오면서 배점진료소에 발령받은 이래 24년째 한자리에 머물고 있는 안소장은 요즘 진료소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마을 경로당을 돌면서 6주간 계속되는 건강행복대학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5년째 건강행복대학을 이어오고 있어요. 오늘은 덕현리 경로당에서 89명의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노래교실과 기체조, 스트레칭 등의 오전수업을 마치고 덕현리 부녀회에서 마련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오후에는 교회 승합차와 운영협의회원들이 동원해준 자동차편으로 어르신들의 온천욕을 도와드렸습니다”

건강행복대학이란 농한기 소일거리가 없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전문강사를 초빙해 유익한 시간도 갖지만 운동교실(요가, 웃음치료, 댄스 등), 건강 및 교양강좌, 영양 및 치매예방교육, 민요교실, 취미교실인 공예품 만들기 등 건전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어르신의 건강증진 및 삶의 질을 향상해 각종 만성질환의 예방을 목적으로 하고있다.

안소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주민 20명과 스포츠댄스와 선비체조 등을 보급해 계층 모두를 이끌어내 화합으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소장이란 우선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느리고 추해지는데 ‘내 부모를 모신다’고 생각하면 행복해집니다. 또 방문보다 주민들이 진료소를 사랑방처럼 드나드실 때 건강상태는 물론 마음까지 관찰됩니다”

안소장은 초창기에는 주부들을 상대로 자궁암 검사를 보건중점사업으로 실시해 그 해 2명의 상피암환자를 발견해 건강을 찾아 주기도 했다.

안동성소병원과 협약을 맺으면서 매년 100명씩 3년 주기로 대장암검사와 전립선암, 난소암, 심장검사 등을 진료과목을 바꿔가며 검사하고 있다는 안소장은 복부초음파를 하면서 간, 콩팥, 췌장검사까지 겸하고 있어 사실상의 종합검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올해에도 심장판막 폐쇄부전증 초기 환자 1명을 찾아내는 계가를 올렸으며 2009년에도 대장암 초기 환자와 위암환자가 5명이나 발견되면서 주민들의 반응 또한 좋아졌고 건강검진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는 게 안소장의 귀뜸이다.

“큰 병원과의 협약검진은 진료소의 소임이 아니지만 주민들의 대표인 운영협의회가 강력히 희망을 하고 있고 지역 또한 오지인 점을 감안해서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대장검사의 경우 2일전에 약 받아와서 1일 장세척 하고 3일째 검사를 받는데 제가 안동 가서 약 받아오고 진료소에서 장세척을 마친 뒤 협의회에서 마련해준 차랑 편으로 병원을 다녀옵니다”

장거리를 갔다와야 하는 번거롭고 고된 일이지만 당연한 업무로 받아 들이는 듯 했다.
“3~4년 전 진료소장의 인사계획이 있었습니다. 주민들의 성화에 운영협의회원들과 시 보건소를 찾아가 강력한 항의결과 없던 일이 됐지요. 주민들의 건강상태와 성향까지 마을이장보다 더 많이 아는 소장을 보내고 초보소장을 맞으면 결국 주민들의 손해가 아닙니까?”

어른들의 온천욕을 시켜드린 뒤 줄곧 함께하고 있던 황태석(65)운영협의회장의 말이다.
“지금까지 보건진료소는 약품구입에서 경비지출까지 운영협의회와 상의하며 자율적으로 운영해 왔어요. 금년부터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약품구입은 물론 보험공단의 수가납입, 기장업무까지 시 보건소로 넘어갑니다. 행여 운영협의회의 기능이 저하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요”

주민들과 운영협의회의 협조 없이는 원활한 업무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안소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금과 같은 운영체제가 이어져야 한다며 그 동안 협의회원들이 낸 회비를 이용, 정기적으로 4개 경로당에 쌀을 보냈고 어르신들의 온천욕도 그 돈으로 지출해 왔다며 운영협의회의 기능축소에 촉각을 세웠다.

“보건직중에서도 진료소 근무는 축복받은 직업입니다. 임기가 다하는 그날까지 자긍심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할 생각입니다”
안소장은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 이광호(51)씨와의 사이에는 상원(19), 체진(14)남매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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