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안정면 오계보건진료소 권 효 순 소장

안정면 오계보건진료소 권효순(48)소장은 대평리가 친정으로 26년째 오계 보건진료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우리고장 토박이다. 5개 마을 740명에 이르는 주민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는 권소장은 주민들의 지병은 물론 가정형편과 성향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가족과 같은 건강지킴이다.

“대학을 나와 안동성소병원에서 근무하다가 1986년 공무원에 준하는 보건직 50명을 경상북도에서 특별공채한다고 해서 시험을 거쳐 들어왔어요. 막상 들어와 보니 28만원의 월급여에 보너스는 한 푼도 없었어요. 한직의 설움을 견디다 함께 들어온 수많은 친구들의 이직을 지켜보며 상당한 고민도 했지만 92년 4월 6급 별정직으로 정상적인 예우를 받게 됐습니다. 살다 보니 좋은 날도 있더군요”

권소장은 진료소장이란 직책에 대해 “주민들의 기초건강을 지키는 자리”라고 했다.

“리스트에 올려 집중 관리되고 있는 어른들도 계시지만 우선 출근하면 5개 마을의 걱정되는 어른들을 돌아가며 짚어보고 내방하는 어른들에게 마을의 근황을 물어서 체크하며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과 연로하신 어른들을 우선방문합니다. 또 어른들을 자주 만나면서 진료소도 지켜야 하는데 혼자서 근무하다보니 시 보건소 볼일이나 방문출장 등으로 진료소를 비우는 시간이 많아 왔다가 그냥 가시는 환자들에게 죄송할 때가 많습니다”

방문출장 등으로 비우는 시간이 잦아 작은 민원도 일어난다는 권소장은 찾아오는 환자들보다 방문 환자비중이 높아 진료소를 찾아오기 전에 전화를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정시퇴근은 개념자체가 없습니다. 농촌진료소라 농번기에는 오후 8시에 해가 지니 밤 11시 이후에 찾아오는 예약환자도 많고 독감 접종철인 10월에는 어르신들을 진료소로 오시라고 할 수 없어 시간만 정해주고 마을 회관으로 찾아가서 접종해 드리고 있습니다. 연로하신 어른들은 건강한 겨울나기가 1년의 건강을 좌우 하거든요”

권소장은 “요즘 같은 농한기에는 여러 어른들이 몰려와서 청소도 하고 운동도 하시면서 많은 얘기를 나눈다”며 “주로 건강과 가정상담을 많이 하지만 인생 상담에서는 어르신들께 한수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과 잦은 만남을 위해 계절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오랫동안 시행해 오고 있으며 지금도 주민들의 연령대에 맞으면서 선호하는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거나 개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인근 교회와 함께 경로대학을 운영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내일(9일)부터 월, 수, 금 3일씩 5개 마을 경로당을 돌아가면서 1시간씩 기공 체조가 계획돼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요가 등을 선택했었는데 어르신들이 힘들어 하시면서 가벼운 운동으로 바꾸었어요. 하절기 밤 시간에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비 춤과 스포츠댄스 등 사교춤을 배워요. 젊은이래야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까지가 젊은이지만 스포츠댄스는 파트너가 부부로 바람난 부부들이 많이 옵니다”

권소장의 익살스런 농담이다. 그러나 그녀의 농담 속에는 섬세함이 숨어 있다.

“어르신들과 운동을 할 때 어른들의 동작을 보며 건강상태를 체크합니다. 여러 어른들이 같은 동작으로 운동을 해도 건강상태가 나쁜 어르신은 한눈에 나타 나거든요. 열 번의 건강상담보다 효과적이죠. 기공체조가 끝나면 한글 교실운영을 생각하고 있어요. 어른들의 자존심을 위해 한글교실보다는 경로대학이나 그 이상의 아름다운 이름을 걸어야 되겠지요”

투약일수 3일 기준에 900원을 받고 있는 보건진료소의 특성상 5개 마을 주민들의 대표들로 운영협의회(회장 이규보)가 구성돼 있어 모든 현안들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단합을 위해 5개 마을 이장과 새마을남여지도자 등이 참석하는 단합대회도 한해 한차례 열고 있다는 권소장은 “비록 오지마을에서 혼자 근무하는 한직이지만 긍지와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착실한 기독교인인 부군 김동한 씨와의 사이에는 아들형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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