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산골 마을 태권도 무료 강습 6년째 해 와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에 자리잡은 '옥방'이라는 마을. 이곳은 도심에 찌든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이 필요치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곳이다. 그만큼 가슴을 뚫는 차가운 공기와 천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옥수(玉水)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또 그만큼 소외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포항-울진-봉화-영주를 잇는 도로의 옆에 자리잡은 곳. '골짜기 촌'이라고 불릴 만한 이곳은 나름대로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이다. 그리고 바로 그 품안에 160-1번지가 자리잡고 있다.

작지만 큰 정이 있는 이곳, 이웃집 숟가락 갯수까지도 헤아릴 만큼 가까운 정이 있는 이곳에 명물은 따로 있다. 바로 마을 청소년들의 체력증진과 정신수양을 위해 만들어진 '옥방체육관' 태권도 도장이 그것이다.

약 6년 전에 설립된 이 도장은 이응창 사범의 지도 아래 운영되고 있다. 필자인 나도 중학교 때까지 이 도장에서 운동을 했었다. 그러기에 더욱 자랑스럽게 느낀다. 확실히 '옥방체육관'은 다르다. 여타 체육관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처음 설립할 당시, 마땅한 부지나, 건물이 없어서 초등학교 빈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분교로 격하된 후 몇 년간 사용하지 않은 건물을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수리했다. 거미줄을 걷고, 창문을 갈았다. 샌드백을 달고, 운동 기구를 설치했다.

처음 개관 당시 관원은 약 60~70명. 이웃 촌락 등에서도 호응이 대단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은 약 20여명이 수련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옥방체육관' 마크가 찍힌 봉고차가 학교 운동장으로 올라간다. 지금과 같은 겨울이면 아이들은 매트리스 없는 차가운 마룻바닥에 시린 발을 디뎌야 한다.

난방장치나 다른 호사스런(?) 기구는 전혀 없다. 오로지 몇 십년 된 마룻바닥에 샌드백 하나 덩그러니 매여져 있다. 그러기에 더욱 소중한 한 시간이다. 각종 운동 기구들은 이응창 사범이 직접 사비를 들여 설치했다. 관원들로부터 걷은 돈은 일체 없다.

일주일에 한 번이면 여타 체육관과 달리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바로 이응창 사범이 무료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평일엔 일을 하고, 주말엔 옥방교회에서 집사 일을 맡고 있다.

그리고 다시 일요일엔 봉고차를 몰고 몇 십 킬로미터씩 떨어진 마을을 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한가득 싣고 체육관 문을 연다. 그리고는 곳곳에 유리창이 깨어져 뼈 속까지 바람이 에이는 체육관에서 힘찬 기합으로 순수한 열정을 태운다.

이응창 사범의 노력은 과히 초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체육관을 다닐 때, 사범님께선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여러분들을 이렇게 내 차로 태워와서 내 시간 쪼개서 가르치는 것은 오로지 하나 때문입니다. 우리 마을을 사랑하고, 우리 마을의 새싹들인 여러분들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눈물에 잠긴 그 목소리가 예전엔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나이를 조금 먹고 나서 돌이켜보니 사범님과 같은 분은 정말 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가 자신의 시간을 포기하면서 아무런 보수도 없이 이런 일을 할 수가 있을까?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이런 도장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소식을 접한 사람들도 '에이, 일주일에 한 번 공짜면 대강해대고 치울 걸... 뭐 그리 생색을 내나...'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태 배출해 낸 유단자만 해도 약 20명이 되며 승단 심사를 보러가서도 여타 도장에 뒤지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여러 심사위원들의 칭찬을 듣기도 했다. 이웃 동네에서는 사범님 덕분에 대학에 붙었다면서 찾아온 분도 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오후 2시다. 어김없이 집 앞으로 봉고차 한 대가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는 산 아래 푸근하게 앉혀진 도장에서 힘찬 아이들의 기합소리가 들릴 것이다.

도시에서는 돈 주고 하기 싫은데 억지로 운동을 하는 그런 아이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100퍼센트 자신의 의지에 따라 내일을 꿈꾸고 연마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앞에 이응창 사범이 애정을 숨긴 서슬퍼런 목청을 돋우고 있다. 미래는 청소년들에게 있기에 그의 노력은 모든 것을 잊고 혼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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