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중의 생각의 창문

어릴 때 뒷간에 가면 반드시 만나는 손님이 있는데 그가 바로 구더기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몸서리가 쳐진다. 그 몸짓이며 꿈틀거리는 품이 예사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을라치면 그 모양이 참 재미있다. 눈도 없는 것이 무슨 배짱으로 흙벽을 오른다고 이리 꿈틀 저리 꿈틀 야단이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금방 바닥에 뚜루루 굴러 떨어지고 잠시 후면 또 벽을 오른다.

나는 이 놈들을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하였다. 하나는, 사람은 어떤 목표를 향해서 나아갈 때, 밝은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 번 주어진 목표라면 성취를 위하여 구더기의 몸짓처럼 치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밝은 눈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아주 낮은 언덕도 오를 수 없다. 사람이 꿈을 가지고 비전을 갖는 것도 좋으나 그것을 먼저 바라볼 수 있는 예지나 지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예지가 없으면 뒷간의 구더기처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한 자 높이의 벽돌도 오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목표를 설정했다면 그것을 향한 열정적인 몸짓이 필요하다. 아우리 굴러 떨어지더라도, 또 다시 계산하지 않고 오히려 맹목적으로 꿈틀대는 구더기처럼 뜨거운 우리들의 몸짓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요행이나 미미한 노력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밝은 눈은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게 하고, 목표를 위한 몸부림은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힘이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들, 목표를 바라볼 줄 아는 눈도 없고, 성취를 향한 몸부림도 없는 사람만큼 답답하고 불쌍한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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