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사람]필리핀에서 시집온 리젤(조유정)씨

사람이 사는 뜻이 무엇일까. 사랑 때문이다. 인생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랑이 아닐까. 사랑은 가시밭길이 천리라도 만리라도 달려가고, 동해바다를 건너,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지나 하늘 끝까지라도 달려 가야한다.

천상배필 부부란 인연에 따라 하늘이 내리시는 것인가. 여기 이역만리에서 달려와 맺은 사랑을 꽃피우는 다문화가정 부부가 있다.

영주시 이산면 운문1리175 속칭 간운마을 장자골 안중린씨(安重麟·44)와 필리핀에서 시집 온 리젤(한국명 조유정·영주시민신문 시민기자·37)부부. 이들은 2005년 결혼했다.

안씨는 대학을 다니던 중 1990년 실명을 했다. 집이 가난해 대학을 다닐 형편이 못됐다. 그러나 몸은 튼튼했다. 건강 하나를 믿고 대학공부를 하기위해 대구에서 몸부림을 치며 몸을 혹사한것이 화근이었다. K대학교를 다니던 중 2학년 때 베체트병에 걸려 치료도 받아보지 못 한 채 두 눈을 잃은 것이다. 끼니를 거른 영양실조에 과로가 겹친 탓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노령의 어머니는 밭 1천 200평에 고추, 깨, 땅콩, 고구마, 감자, 콩을 심어 두 식구가 연명했다. 그러나 앞을 못 보는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장가를 못 보내고 죽으면 눈을 못 감을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그에게 시집 올 사람이 없었다. 국제결혼상담소에 의뢰했다.

루손 섬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1시간 거리인 개선시티에 사는 리젤(조유정)씨가 시집을 오겠다고 했다. 곧 결혼을 해 꿈을 이뤘다.

리젤(조유정)은 결혼상담소로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이란 소리를 듣고 내가 결혼을 해서 그분의 손과 발이 되어 돌보아주고 아기를 낳아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결혼을 하고보니 잘 했다. 리젤은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남편은 참 마음이 따뜻하고 착하고 어머니도 좋은 분이었다.

‘에티오피아처럼 양 한 마리(한국 돈 2만원)에 어린 딸을 파는 나라도 있지만, 나는 부모님에게 300만 원을 안겨주는 효도를 했고, 한국에서는 돈 300만 원이 얼마되지 않지만 필리핀에서는 큰 목돈이며, 한국은 잘 사는 좋은 나라, 1등 국가가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나라다. 국민들이 남을 위한다. 훌륭하다. 그래서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고 했다.

리젤은 결혼 이듬해 아들 안정운(5)을 낳았다. 이어 둘째아들 안건하(4)를 낳았다. 시어머니는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하늘밑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영주 어린이 집에서 돌봐준다. 비용은 나라에서 부담한다. 가정 일도 모든 것이 리젤이 온 후 잘 풀린다. 리젤(조유정)씨는 복덩어리다.

안씨의 어머니 박순미씨(72)는 “우리 며느리 리젤은 천사다. 죽은 조상이 돌봤다. 우리 집은 죽은 나무에 꽃이 피었다. 어찌 조상이 돌보지 않고서는 이런 경사가 있을 수 있겠는가. 하늘밑 지구 그 멀리 어디에서 날개 없는 천사가 날아와 손자를 낳아 손을 이어주니 그 은혜는 태산 같고, 조선의 효녀 심청이고 필리핀의 심청이다”며 깐 밤 같은 두 손자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내 아들 중린이는 키가 178cm에 미남이다. 가난이 죄로 학비를 대어주지 못해 고생하다가 실명한 아들을 볼 때마다 못난 어미 죄인 것 같아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았는데 이제는 행복하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도 했다.

이웃 사람들은 “한국 여자들 같으면 누가 시각장애인과 결혼을 하겠느냐”며 “결혼도 안하고 자식을 기피하는데 시어머니와 같이 일을 하며 사는 필리핀 아가씨는 천사 같다”고 입을 모았다.

‘소가 예뻐요’ 리젤(조유정)씨는 눈만 뜨면 마당에 마련한 우사에 매달린다. 물을 주고 뜯어온 풀을 준다. 5년 전에 송아지 한 마리를 기른 것이 또 송아지를 낳아 4마리로 늘었다. 10마리가 넘으면 빨리 늘어날 것이다. 100마리까지 기를 계획이다. 소를 길러 땅을 사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아침마다 어머니와 함께 텃밭으로 나가면 한국의 푸른 잎들은 고개를 흔들며 인사를 한다. 어머니와 같이 하는 밭일이 재미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수당을 포함 월80만원으로 생활한다. 리젤(조유정)씨는 “나라에서 많이 도와줘 고맙다”고 했다. 안중린씨 가족은 오는 3일 오래도록 그리던 마음을 다독여줄 처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으로 떠난다.

필리핀은 1971년 스페인 식민지, 1898년 미국의 식민지로 2차 대전 때 미·일의 진주만 전투지로 식민지의 아픔을 겪은 우리와 비슷한 가톨릭문화를 지닌 1945년 해방된 나라다. 그들은 약 13일이 걸린다. 비행기 왕복비용은 나라에서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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